대선
경선을 치르는 여야 주자들이 온라인 콘텐츠로 젊은 세대 표심 잡기 경쟁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인 ‘퍼스널 컬러 진단’을 체험하고, 국민의힘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스스로를 ‘석열이형’, ‘제이(J)형’ 라고
부르는 식인데요. 이들이 주로 겨냥하는 건 다름 아닌, 전국의
'민지'들입니다.
대체 민지가
누구일까요? 민지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의인화한 콘셉트로, 그 이전
세대인 '75세대(1950년대생)' '86세대(1960년대생)' 'X세대(1970년대생)' 등과 구분됩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MZ세대 인구는 약 343만 명(전체 인구의 35%)으로
서울에서 가장 큰 세대 집단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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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7 재보궐 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대별 표심을 분석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전국의 민지들, MZ세대가 대표적인데요.
세대 개념은 사회과학 연구의 유용한 도구이긴 하나, 세대 내 다양한 분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됩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 채 특정 그룹을 거칠게 일반화함으로써 도리어
본질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요. 학자로서 세대론, 특히 청년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이승윤 교수님을 뵙고 우리 사회 세대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 SBS 미래팀 류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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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교수는 동아시아복지국가와 비정규직 비교연구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복지국가와 노동시장, 불안정노동, 소득보장제도, 제도주의와
비교연구방법론이며, 주요논문 및 저서로는 Institutional
Legacy of State Corporatism in De-industrial Labour Markets (2016), 한국의 불안정노동자(공저, 2017), 기본소득이 온다
(공저, 2018) 등이 있습니다. 제4차 국민연금제도개혁위원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미래분과 등에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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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생년도가 기준인 세대 구분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선 가장 명쾌한 툴(tool)입니다. 하지만
이 툴(세대)을 정교하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정보가 누락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세대론은
실체가 없으며,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 마케팅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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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각 세대가 공유한 공통적인 사건들, 사회·역사적 경험과 맥락, 그리고
노동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코호트[1]별로
‘어떤 경험을 했는가’, ‘현재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세대 간 차이를 연구하는 일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요.
다만, 연구자로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세대
차이’, ‘세대 갈등’에 대해선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모두 집을 가지고 있는데, 청년 세대는 무주택자다.’ 이런 인식은 문제 있죠.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20대, 30대였을 때 자가 보유율을 보면 지금의 청년과 그리 차이
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기성세대는
모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청년 세대는 비정규직이고 불안정하다.’ 이런 진단도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죠. 세대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질적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인데, 이렇게 접근할 경우 ‘한 세대가 자원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양보해야만 다음 세대의 삶이 나아질 것이다.’ 같은 대안이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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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호트 : 특정의 경험(특히 연령)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체를 말하는데, 출생 코호트는 5년(1970~75년) 혹은 10년(1940~5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할 때 사용된다. 각기의 코호트는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각기의 방식으로 다른 역사적 상황에서 하기 때문에 문화적 가치나 신념태도를 재해석하여 구조적 긴장에 대처함으로써 변동에 기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코호트 [cohort] (사회학사전, 2000. 10. 30., 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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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관련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 제도죠. 그러니까 세대 간 연대를 통해 수혜 받는 계층을 노인 세대로 명확히 합의한 거예요. 그런데 ‘지금의 노인 세대는 연금을 받기만 하고, 청년 세대는 이들을 부양하느라 고생한다.’ 이렇게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건 문제가 있죠. 제도 자체가 노인이 수혜 집단인 것으로 설계됐는데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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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연구를 위해 연세가 많으신 환경미화원을 인터뷰한 적 있어요. ‘왜 이렇게까지 일을 계속 하시나요?’ 여쭸더니
‘우리 집에 나이 서른 넘은 자녀가
있는데, 비정규직이라 내가 일을 멈출 수 없어요.’ 이렇게 답하시는 거예요. 이건 노동 시장에서의 질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의 담론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 거죠. 혹은,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를 살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잘못된 세대 갈등 프레임은
사회 전체의 연대를 해치고, 그로 인해 올바른 정책 대안이 제시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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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세대’라는 정체성으로 가장 많이 호명되는 건 청년들인 것 같습니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 촛불
세대, 세월호 세대, G세대, MZ세대까지... 우리 사회 청년들은 언제나 이전 청년 세대와 구분되는
이름으로 불리며, 분석의 대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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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전 세대들이 만들어놓은 경로 의존적인 것을 밀어내고 균열을 만드는 일은 항상 젊은 세대의 몫이죠. 그래서 이 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 어떤 새로운 행동 양식을
보이는가에 대해 사회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요.
무엇보다
청년 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내재적 속성상 그들이 갖는 ‘이행기’적 특성 때문이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년기는 본격적으로 소득 활동을
시작하면서 독립된 가구를 형성하는 과정, 즉 이행기로 볼 수 있어요. 이행기 과정엔 지지 정당도 정당 A였다가 B로, 또 C로 바뀔 수 있어요. 일자리도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모색해보는 거죠. 자신이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분리되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여러 실험과 도전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면 청년들이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한다든지,
막연하게 아프고 취약한 세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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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민주화 세대,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청년이었던 시절은
경제 성장과 고용률 증가가 빠르게 이뤄지던 때였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적어서
대졸자가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도 쉬웠고요. 그만큼 일하길 원하는 청년들이 일자리로 이행하는 기간도 짧았지요.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가들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는 특징이에요. 다만, 한국은 청년들의 교육수준이 높고 이를 위한 사적 투자가 많죠. 비정규직의 비율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높은 편이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청년들의 이행기가 지체될 때 그것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 이행 시기를 보다 안전하고 격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겠죠. 막연하게 '기득권 세대가 청년 세대를 착취하기 때문에 청년 세대가 아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이런 온정주의적인 방식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해요. 특별히
이 세대가 취약하고, 공정에 민감하고, 다른 세대와 불화
한다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특정 세대를 ‘기성 세대’, ‘기득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이 우리 노동시장에서 주요한 위치에 있으며, 사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제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기성 세대 이후에 새롭게 진입한 청년들은 이전 세대가 만든 기존 제도와 부정합하게 되죠.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새로운 세대들은 기존의 사회보험 방식과 부정합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제도를 진화시켜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제도의 속성상 한번 만들어지면 관련된
기관, 법률, 이익 집단들이 경로의존성을 갖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청년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지를 가지고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하는 거예요. 다른 세대들이 경청하고 또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거예요. '지금의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이전 세대가 만든 제도들이 이행을 준비하고 있는 현재의 청년들에게 적절하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가', '현실과 제도의 부정합으로 청년들이 경험하는 불안정성은 무엇인가'. 지금 청년 세대가 중장년층이 된다면, 현 시점의 중장년층이 경험하는
불완전성과 또 다른 불완전성을 경험하게 되겠죠. 그럼 그것도 분석하고, 연구해야죠.
끊임없이 제도를 진화시켜 가야 하는 거예요.
무엇보다 ‘세대 내 격차’가
지금보다 더 강조될 필요가 있어요. 같은 청년세대라고 해도, 이들이
마주하는 문제가 모두 같지 않습니다. 일부 청년들은 매우 좋은 일자리에 진입해서 계속 승진하거나, 배경에 따라 풍요로운 물적 자산,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생애 주기를 경험하죠. 그에 반해 어떤 청년들은 안 좋은 일자리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자발적으로 대학 비진학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청년 세대’로 묶어서 하나의 특징으로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런 세대론의 쟁점들,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해요. 이행이 지체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없으면, 결국은 부모 찬스를 사용할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들의 격차가 벌어지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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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많은데요. 청년들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정말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청년들은 누구여야 하는지 고민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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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슬로의
욕망 단계 이론을 보면 기본적인 생활의 안정, 그 다음이 자아실현이잖아요. 우리 사회도 민주화와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 이후 다양한 욕구들이 표출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존 제도들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 표준 일자리를 기준으로 경직돼 있죠.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고 싶은 청년 세대는 이런 기존 제도들과 부정합 할 수밖에 없어요. 그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고요. 이런 맥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 바로 그들이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대상 같아요. ‘표준’ 청년을 상정한 제도에 집착하기보다, 가족 형태와 지역적 배경, 학벌,
성적지향, 장애의 유무, 더 나아가 피부색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들 모두 안정적으로 이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데요. 그동안은 고령화가 ‘노인 빈곤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또는 ‘우리나라 저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주로 얘기했죠. 그런데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청년 세대에게도 큰 함의를 가져요. 청년 세대가 줄면서, 이들이 인구 구조상 ‘소수자’가 되기 때문이죠. 물적
기반과 인생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것도 현재 청년 세대의 공통점입니다. 빠른 기술 발전으로 기존 노동
시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는데요. 사회적 자본이 많거나 사적 물적 기반이 있는 청년들은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크게, 그리고 쉽게
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들, 비주류의
목소리는 누락되기 쉽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찾아 듣고, 또
제도에 담아야만 하는 것이죠.
청년이 사회 정책의 대상으로 호명되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청년 기본법’이라는 것도 만들어졌어요. 이제서야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같은 공식적인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 다음 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인 것 같아요.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게 하고, 그것을 정책 결정과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 새로운 환류 체계를 만드는 것. 소수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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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이번주 SDF 다이어리 잘 읽으셨나요? 우리 사회 세대담론과 청년에 대한 이승윤 교수님의 통찰이 여러분께 잘 전달 되었기를 바랍니다.
SDF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교수님의 조언대로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여태 잘 들리지 않았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 건데요. 지난
4월부터 준비한 이 다큐멘터리는 곧 SDF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선선해지는 늦여름 , 건강 잘 챙기시고요 .
남은 한 주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다음 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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