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맞아 본격적인 졸업식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코로나 3년차인 2022년에도 여전히 졸업식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같이 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자기 반에서 화면을 통해, 그리고 가족들은 운동장에서 끝나고 나오는 학생을 맞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예전처럼 같은 공간에서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과거의 추억처럼 돼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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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WAVE), 서울 삼성동 2020. 4. © 디스트릭트(d’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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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굳이 팬데믹 때문만이 아니라도, 집에서든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 안에서든 같은 공간에 있는 구성원들도 제각기 다른 디바이스에 연결돼 각기 다른 알고리즘이 이끌어주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는게 더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공론장’이나 ‘공동체’라는 개념 자체가 부식되는 것은 아닌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전광판에 대자연을 공공 예술로 연출해, 차로 지나가든 주변을 걸어가든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이 기업은 2020년 4월 서울 삼성동의 도심 한복판에서 시작해, 지난해 7월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까지 작품을 올렸는데요.
개별적 경험이 일반적인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도심의 바다를 경험하도록 하면서까지, 같은 공간 같은 경험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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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삼성동에서 ‘디스트릭트’의 이성호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성호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디자인 회사’라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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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의 ‘웨이브(파도)’라든지 뉴욕 타임스퀘어의 ‘워터폴-엔와이씨(폭포)’, ‘웨일 #2(고래)’ 등 코로나 시대, 도심에 대자연을 선사하신 분들이라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이런 식의 공공예술을 활용한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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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대형 전광판은 원래는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광고 매체입니다. 우리 손 안의 프라이빗한 디바이스와는 달리 도심 속 전광판은 그 주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아도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뭔가를 보여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이왕이면 ‘도심’이라는 단어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자연’ 속에서 소재를 찾아와 기존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주면 일종의 공공 미술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것을 통해 회사를 알리고 싶은 마케팅적인 목적도 있었고요. 그래서 자연 속의 소재를 도심 속에 있는 전광판에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런 시도들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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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폴-엔와이씨(Waterfall-NYC), 뉴욕 타임스퀘어, 2021. 7. © 디스트릭트(d’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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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도심 속 공공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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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코로나로 인해 이동의 제약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인데, 보통 사람들이 여행을 가거나 다큐멘터리 속에서 자연을 보면 편안한 감정을 많이 느끼곤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 작품을 통해서도 요즘 많이 지쳐있는 사람들이 좀 안식을 얻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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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 #2(Whale #2), 뉴욕 타임스퀘어, 2021. 7. © 디스트릭트(d’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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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B2B(기업간 상거래)를 주로 했던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B2C(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거래)로 전환한 것도 발상의 전환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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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디자인 산업 환경 자체가 어떻게 보면 철저히 갑을 관계의 하청 구조이고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우리가 이런 멋진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데 재능이 있는데, 이것을 기업 고객들한테 대가를 받고 납품할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새로운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10년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래서 2011년 ‘라이브 파크’라는 세계 최초의 4D 아트 파크 프로젝트를 엄청 크게 진행했는데요. 그때는 결과가 좋지 못해서 회사가 되게 어려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또 2015년에도 ‘플레이 케이팝’이라고 하는 K팝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새롭게 체험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제주에 만들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드 이슈로 더 이상 방문하지 못하면서 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자’라는 시도로 시작한 게 ‘아르떼 뮤지엄’인데요. 기존 두번의 시도와는 다르게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미디어에 둘러싸여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 상관없이 다 친숙하고 즐길 수 있는 소재로 느끼면서 B2B 위주로 사업을 하던 회사가 이제는 B2C의 수익 비중이 더 커지는 형태로 바뀔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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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오로라(BEACH-Aurora), 제주도, 2020.9. © 디스트릭트(d’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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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미디어 아트도 디스트릭트가 하는 것과 유사한 컨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식재산권은 어떻게 보호를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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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총감독, 연출했던 장이머우(장예모) 감독 팀에서 지난해 초 올림픽 개막식, 폐막식에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콘텐츠 작품을 같이 하자는 요청이 들어와 저희가 초기에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제작을 하려면 저희 직원들 상당수가 중국 현지에 건너가서 작업해야 한다는데 코로나 상황이기도 해서 결국은 저희가 최종 진행하기 어렵겠다고 했었죠. 그래서 아마도 중국내 다른 회사랑 제작을 진행한 것 같아요.
개막식 영상이 나오고 나서 저도 여기 저기서 연락을 받기는 했는데, 저희가 주로 자연 속에 있는 소재나 공간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다 보니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똑같은 소재를 비슷한 방식으로 하더라도 저희가 월등히 더 좋은 퀄리티로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저희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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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때 장이머우 감독이 선보인 미디어 아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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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회사이고 미디어아트쪽의 앞선 기술을 갖고 계시다 보니 ‘메타버스’나 ‘NFT’에 대한 관심도 있으실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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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는 현실 세계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온 회사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이제 또 하나 열린 것 같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시장에 어떻게 진입을 할 것인가를 나름 공부를 많이 하면서 조사했는데요.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것을 ‘크립토 아트[1] 챌린지’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기존에 디스트릭트가 해왔던 결을 유지하면서 크립토 아트 씬에서 하나씩 결과물을 보여주자라고 생각해 지난해 중반 TF팀을 가동했고요. 올해 3월부터 하나씩 디스트릭트의 결과물이 나올 예정입니다.
첫번째 단계는 평판이 아주 높은 일류의 크립토 아티스트들 가운데 고맙게도 저희를 알아봐주시고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하자고 한 분들이 있어 올해 3월부터 콜라보한 NFT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고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찾았던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는 크립토 아트 씬에서 작품을 사는 컬렉터는 정통 순수미술 씬의 컬렉터하고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 있고 무엇보다 작가와 팬덤 간의 ‘커뮤니티 빌드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어떻게 보면 크립토 아트 씬에서의 팬덤을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빌드업 작업을 지금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아트 씬에서 저희 이름을 알린 후에는, 저희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인 오프라인 전시관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국내에 제주, 여수, 강릉의 3개가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북미시장, 중국 등으로 늘려갈 예정) 크립토 아티스트들은 자기 작품이 몇 억 씩에 팔려도 모니터 속에만 존재하는 작품이라는 갈증이 있거든요.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데 개인 아티스트가 오프라인 전시관을 구축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의 다음 목표는 전세계의 굉장히 유명한 NFT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큐레이션해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쉽게 얘기해 현실 세계에서 보여지는 모든 작품을 거의 동일한 퀄리티로 혹은 그 이상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게 메타버스 환경에서 구현하며 확장해 나가는게 저희 크립토 아트 챌린지 프로젝트의 비전입니다.”
[1]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을 통해 거래되는 예술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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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FOREST), 강원도 강릉, 2021. 12 © 디스트릭트(d’stri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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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아트이다 보니 전력을 많이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하는 시대인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듭니다. 그런 쪽의 고민도 혹시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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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까 사실은 콘텐츠를 만들 때도 PC를 계속 켜 놔야 되고 저희 뮤지엄도 굉장히 많은 프로젝터, PC 같은 장비들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 탄소 감축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크게 없긴 한데,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갔어야 그러한 자연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이 전시관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보면 대체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직접 가는 것보다는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 않은가 하는 자기만족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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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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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의 이름이 '디자인(design)'과 ‘엄격한’이라는 뜻의 스트릭트(strict)를 조합한 것인데요. 저희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임팩트를 주거나 몰입감을 주는 디지털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로서, 콘텐츠 자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 ‘경험의 가치’가 저희의 지식재산이라고 생각하고요.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높은 퀄리티로 끝까지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결국 저희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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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대표의 방에는 대통령 표창인 디자인경영대상에서부터 기술분야 상, 100만불 수출의 탑까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트로피와 상장들이 전시돼 있었는데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부쩍 한 분야만 잘 하는 사람들보다는 융합에 능통한 사람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호 대표는 힘든 상황에서도 여러 역발상의 시도를 통해 결국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이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공한다'라는 비전을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눈에 띄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강소기업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이러한 시도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하게도 인정 받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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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제주, 여수, 강릉)의 초대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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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DF다이어리에서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담대하게 도전하고 있는 관심 기업의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기사에 대한 소중한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 중 최대 3명을 뽑아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제주, 여수, 강릉)의 초대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회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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