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DF다이어리’입니다.
여러분은 21세기의 시작을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연도의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는 2000년 1월 1일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도 있을테고, 학술적인 기준을 따라 천년 단위로 나눠지는 “2001년 1월 1일이 통상 21세기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텐데요.
“후손들이 기억할 21세기의 시작은 아마도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인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의 주장대로 ‘지금이 21세기 세계질서가 막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고민해야 하는지 김대식 교수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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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의 새 책 ‘메타버스 사피엔스’에 보면 21세기의 시작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이다’라고 보고 있던데 21세기의 시작을 2020년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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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팬데믹이 처음 시작됐을 때 제가 궁금했던 것은 이 팬데믹의 정체성, 얼마나 걸리는지, 그 전의 세상과 그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다를지였어요.
그래서 2020년 시작할 때 역사, 경제, 사회 전공하시는 친한 교수들 하고 저희가 공부 모임을 했어요, 석 달 동안. 역사적으로 봤을 때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달랐을까를 공부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역사적으로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그 전 세상 하고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뭐냐면, 팬데믹 이후에 새로 등장하는 트렌드들은, 없었던 트렌드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이미 그 전에 5년, 10년 전부터 서서히 일고 있었던 트렌드가 팬데믹을 통해서 급격하게 ‘초가속화’ 되더라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2019년까지는 20세기 세계질서의 끝자락을 경험한 것이고,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가 우리 후손들이 기억할 “야, 21세기는 그런 세상이었지”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이 기억할 21세기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 저한테는 가장 궁금했고, 21세기 세계의 질서가 이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팬데믹이 언젠가 종료된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의미에서의 21세기를 우리가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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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어떤 트렌드가 초가속화 된 미래가 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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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 30년이 적어도 상대적으로 지난 30년하고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불확실하고 더 큰 위기가 있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가설은 한번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1990년도부터 2019년까지 한 30년 정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라는 거예요. 90년도 초반에 동유럽, 소련이 무너지고 세상은 ‘세계화의 시대’를 경험 했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국가, 대부분 나라에 우리는 시간과 돈만 있으면 갈 수 있었고, 전 세계인들이 이데올로기 하고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하나의 시장에 참여하는 경험을 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다시 ‘정상화 되고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이 비정상적인 세상이었던 것이죠. 인류역사가 항상 이렇게 평화롭지 않았거든요. 정상화가 좋고 비정상이 나쁘다 이런 얘기는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다시 세상 곳곳에서 국경선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고, 포퓰리즘이 강해지기 시작하고 또 우울한 예측이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글로벌 팬데믹을 한 5~6년의 한 번씩은 경험할 것이라는 거예요. 더군다나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지능을 가진 존재는 인간만 있었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지능을 가지기 시작하고, 또 지난 30만년 동안 아날로그 현실에서만 인간은 살아왔는데 갑자기 ‘메타버스’라는 또 하나의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그 모든 문제 위에 더 큰 문제가 우리를 하나 기다리고 있죠. ‘기후변화’라는 ‘지구 온난화’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문제를 다 해결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거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30년은 정확한 예측은 어렵겠지만 과거 30년보다는 훨씬 더 불확실성이 많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고 우리가 짐작해볼 수 있고 제가 가진 ‘메타버스’의 생각은 거기에서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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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김대식 교수가 출간한 저서 ‘초가속’(2020)과 ‘메타버스 사피엔스’(2022)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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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큰 문제를 경험했을 때 우리 인간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 이건 우리 인간 본능에 매우 깊게 뿌리 박혀 있는 행동패턴이기도 하거든요. ‘파이트 오어 플라이트 (Fight or Flight 투쟁-도피 반응[1])’,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패턴인데요. 우리 인간은 이 문제가 나보다 크게 느껴지면 싸우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도망간다는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21세기에 초가속화 될 또 하나의 트렌드는 ‘탈현실화’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실에서 탈출을 하자라고 생각했을 때 시기적으로 '기술도 준비되기 시작했다'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2] 같은 분은 이제 “우리는 지구를 떠날 때가 됐다.”라는 거잖아요. “화성으로 가서 이주를 하자.” 이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가더라도 몇 명이나 갈 수 있을까요? 0.1%? 더 적은 숫자가 화성으로 갈 수 있겠죠. 그러면 “나머지 우리는, 99.9%는 어디로 도피할까?” 했을 때 아날로그 현실이 아닌 '디지털 현실로 도피하자'라는 스탠스가 5년, 10년, 20년 안에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의 가장 큰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메타버스’ 관련 책을 썼기 때문에 김대식 교수는 인류가 도피하는 것을 원하는 거라고 착각하실 수 있는데, 저도 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절대로. 제가 예측하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사회, 인간, 뇌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조건을 봤을 때 '그 확률이 가장 높다'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 인류 대부분이 디지털 현실로 도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면, 매우 솔직하고 냉철한 토론을 우리가 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1] 투쟁-도피 반응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반응으로 스트레스가 교감 신경계를 자극해 몸이 싸우거나 도망가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최근에는 투쟁이나 도피 외에도 사슴이 헤드라이트를 보고 멈추는 것 같이 공포에 휩싸여 희망이 없어 보일 때 몸이 경직되는 현상이 추가돼, 스트레스에 대한 투쟁-도피 혹은 경직 반응 (fight, flight, or freeze response)으로 불린다.
[2] 테슬라 CEO, 스페이스X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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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웹사이트의 하나인 레딧(reddit)에 2020년 5월 게재된 사진
(이미지 클릭시 관련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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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 인터넷에서 본 사진인데 미국으로 보이는 곳에 노숙자가 길거리에 앉아서 고글을 끼고 뭔가를 하더라고요. 그 분이 뭘 경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림이 보여주는 ‘메타버스 디스토피아’의 미래는 현실에서는 집이 없고, 직장이 없고, 길거리에 나가게 된 분이 사실은 그 상황을 본인이 개선하고 뭔가 사회에 요구하거나 본인이 직접 개선하거나 아날로그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거죠. 그 문제가 너무 크다 보니, 메타버스에 들어가서 회피하는 거죠. 길거리에서는 노숙자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황제일 수도 있잖아요? 거대한 집을 가질 수도 있고 그것이 얼마나 큰 중독성이 있겠어요. 결국 메타버스가 보여주는 미래 중에 하나는 '미래 인류는 더 이상 아날로그에서는 꿈이 없어지는 인류가 될 수도 있다'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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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약 메타버스 유토피아가 아닌 이렇게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라고 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화두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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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가 몇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메타버스는 누가 소유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고민을 해야합니다.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세요.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면, 정말 인류 역사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주겠죠.
1990년도 전에는 인터넷이라는 게 없었잖아요. 우리 인간은 100% 아날로그 인생을 살았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하고 데스크톱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주어졌어요. 잘 아시겠지만 아날로그 현실에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현실에서는 인간이 같은 시간에 두 곳의 장소에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아날로그 현실에서 모든 경험은 내 몸 있는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세 번째로 아날로그 현실에서 몸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데스크톱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는데 갑자기 몸과 경험이 분리된 거예요. 몸은 대한민국에 있지만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유럽, 브라질, 미국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나 여전히 몸은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15년이 지나고 모바일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몸이 자유로워졌어요. 우리가 이동하면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이제 또 15년이 지나고 이제 인터넷이 한번 더 진화하고 있다라고 알려져 있고 이것을 우리는 ‘메타버스’라고 부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메타버스의 특징은 뭐냐면 이제 디지털 현실에 내 몸이 포함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디지털 현실에서 내 몸이 ‘여러 개일 수 있다’라는 거예요. 부캐를 우리는 만들어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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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진 인터넷 ‘메타버스’로의 진화 (‘메타버스 사피엔스' - 동아시아 출판, 129p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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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요한 것은 초기의 인터넷은 소유자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개발한 것은 미국 국방부였죠. 다르파[3]에서 개발했고 추후에 대학교 연구소에 기술을 이전했기 때문에 소유자 없이 발전했고 팀 버너스 리가 1990년도에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다음에 이것을 퍼블릭 도메인[4]으로 열어줬잖아요. 그것을 특허를 냈다면 지금 주커버그[5] 보다 더 부자가 됐겠지만 그분은 그것을 열어놨어요.
[3]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은 미국 국방부의 연구 개발 부문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영문의 앞자를 따서 다르파(DARPA)라고 흔히 불린다. 인터넷의 원형인 아르파넷(ARPAnet)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4] 퍼블릭 도메인이란 저작권(저작재산권)이 소멸되었거나 저작자가 저작권(저작재산권)을 포기한 저작물을 말한다. 여기서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은 경우이다.
[5]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메타의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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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2013의 기조연사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팀 버너스 리.
(이미지를 클릭하면 팀 버너스 리가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이유를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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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메타버스는 기업들이 만들고 있다는 거예요. 더 이상 사회적인 인프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요한 질문을 해야하는 것이 “현재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디지털 현실이 미래의 인류가 살게 될 그 공간이 된다면, 이것을 기업들이 컨트롤하게 하는 것이 적절할까?” 라는 질문을 지금 반드시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우리가 고민해야 될 것은 메타버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과적으로 디지털 현실이 만들어지면 서로 연결이 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현재의 메타버스에서는 우리가 앱을 바꾸거나 소프트웨어를 바꾸면 나의 정체성이 달라집니다. 그 안에서는 서로 연결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타버스 안에서 연결된 세계관을 만드는게 당연히 중요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중요한 질문은 이것인 것 같아요. 메타버스 현실에서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은 누구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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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회사들이 발견한 것은 뭐냐면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이 그 네모난 화면 안에서 어디를 클릭하는지 이것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면 이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라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우리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시대를 살고 있죠. 그런데 지금까지 인터넷 회사들이 파악한 선호도는 정확하게 보면 네모반듯한 화면, 또는 휴대폰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을 가지고 이 정도의 선호도를 측정한 것인데요. 이 정도로도 가짜 뉴스나 정치적인 편향성이 만들어 질 수 있다면 10년, 20년 후 메타버스가 만들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생활을 한다고 상상해보죠. 3차원적인 세상에서 내가 걸어 다니고 물건을 보고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고 하는 이런 정보들을 측정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 인간의 선호도를 얼마나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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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바일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수백, 수천 배 더 정확한 광고가 가능해질 것이고, 비슷하게 우리가 지금까지 걱정해왔던 ‘필터 버블’[6]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현실 버블 안에 우리는 둘러싸여 있을 거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 현실 버블은 물건 소비, 콘텐츠 성향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성향, 이데올로기적인 성향, 뉴스에 대한 성향 역시 필터 버블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인터넷 세상에서 걱정하는 가짜 뉴스 같은 문제가 수백 배, 수천 배 증폭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는 거죠.
메타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우리가 놓친 토론이 한번 있었잖아요.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누가 어떤 범위까지 어떤 권한으로 얼마 정도 모을 수 있을까? 수집하고 활용이 가능할까? 라는 토론을 안 하고 시작하다 보니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데요.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가능성도 있지만 훨씬 더 큰 리스크도 있죠. 메타버스 안에서의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감시 자본주의[7]’, 더 큰 개념의 감시 자본주의가 가능하죠. 저는 메타버스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예요. 상당히 많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메타버스의 혜택이 사람들 대부분에게 돌아가야 하겠죠. 그것은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이 시스템을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개인이 데이터를 보호하고,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이 기회는 꼭 써야 될 것 같습니다.
[6]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 한다.
[7] ‘감시 자본주의’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쇼샤나 주보프 교수가 2019년 저서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에 처음 언급한 말로, 기업이 사용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본주의를 이르는 말. 주보프는 <감시 자본부의의 시대>에서 ‘과거 인간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능동적인 주체였지만,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은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뿐인 존재로 축소된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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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누군가가 나의 행동과 대화 등 모든 정보를 모으는 창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는 조금 무섭다고 했더니, 김대식 교수는 사실 더 섬뜩한 것은 문자나 전화, 이메일로 아는 척하면서 나를 속이는 ‘피싱’이 메타버스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 보라 했습니다.
메타버스 내에서 나랑 성향이 너무 비슷하고 내 마음에 너무 드는 친구를 만나 모든 것을 믿고 말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특정기업의 AI 아바타일 수 있다는 거죠.
내 선호도를 파악해서 가장 최적화된 캐릭터를 만들어 믿게 하고 어느 순간 특정 제품을 권유 한다든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라고 한다든지 했을 때 디지털에서는 오리지널과 카피, 진실과 거짓에 차이가 없어 구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메타버스가 지금 AI기술을 다 흡수하고 있어서 영화 ‘매트릭스’ 등에서 나타나는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라는 상황이 어쩌면 우리에게 닥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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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저렉션’ 영화 공식 사이트 WARNER BROS (이미지 클릭시 관련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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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입장에서 김대식 교수가 왜 이런 상황을 들여다보고, ‘메타버스’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어요? 뭔가 SF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일이 이제는 우리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 꼭 깨어서 제 때 필요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데요. 저는 이번 뉴스레터를 쓰면서 몇 달 전 개봉한 “매트릭스4-레저렉션”도 다시 한번 봤습니다. 여러분은 선택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현실을 살게 해주는 ‘빨간 약’을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질서 있는 세계 속에 안주하는 ‘탈현실화’의 ‘파란 약’을 드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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