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13

2022.08.03

Ep.113나를 대표하는 정치인은 정말 없는 걸까?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 포럼입니다. 올해 11월 3일에 열리는 포럼 주제가 <다시 쓰는 민주주의>인데요. 이 시점에 왜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하는지를 앞서 SDF 다이어리 109회에서도 전해드렸죠.

그런데 <다시 쓰는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의외로 흥미롭네?’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정치 제도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사람이 함께 각양각색의 의견을 조율하며 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기본 틀인 민주주의가 잘 돌아가야 하며, 그 안에서 나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국회에서 내게 필요한 법안을 열심히 만들고, 그것이 정책에 반영돼 나의 삶을 바꾸는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없어야 우리 일상도 순조로우니까요. 그러고 보면 내 삶을 위해서라도 정치를 미워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관심 갖고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치가 내 삶을 보다 낫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러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통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게다가 정치 혐오는 우려스러운 수준이죠. 2019년 SDF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를 대표하는 정당이 없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나를 대표하는 정당이 없다’고 느끼는 비율이 이렇게나 높다는 것은 심각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

<2019년 SBS D포럼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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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역을 나눠서 대표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 양천구가 갑과 을로 나눈다고 할 때, 이 둘의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죠. 보통 개인의 삶은 사회 경제적 이해 때문에 영향을 받는데 지역을 기준으로 나눠서 대표를 뽑다 보니 대표의 질이 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대표되는 시스템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선거제도를 잘 만들어서 유권자 다수의 의사가 잘 반영되게 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의회를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죠.”

“지금 우리는 산업 시대나 정보화 시대와는 전혀 다른 ‘전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혼돈스럽고 불안한 상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인 거죠. 예를 들어, 과거와 달리 노동자이더라도 전체 노동자를 대표할 수 없는 시대가 됐죠. 지금과 같은 정당 방식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대의민주주의를 계속 유지한다면 대표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을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죠. 지금의 정당은 정책이나 당론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정치 팬클럽이나 언론, 시민단체에 너무 휘둘리고 있어요. 정당의 힘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지구당처럼 지역에 정당의 풀뿌리 조직들이 있었어요. 정당의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강했던 겁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지만, 정당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정당이 각 지역에 풀뿌리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를 이룬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잘 해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대표성’에 문제제기가 되고 있죠. 핵심은 비례대표 비율입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서울 경기에서 한 정당이 100% 달하는 의석을 차지하는데, 사실 말이 안 되죠. 국회의원 선거 임박해서 선거 제도를 수정하면 2020년 4·15 총선 때 위성 정당 같은 사태가 반복될 우려가 크니까 미리 검토해서 개선 반영해야 합니다.”

“선거 제도를 시급히 고쳐야 합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취지가 비례성을 높이고 소수 정당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 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엉뚱한 결과를 냈으니 그런 꼼수를 못 쓰도록 손을 봐야 하겠죠. 나아가 현재 46석인 비례대표를 늘려야만 보다 많은 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요. 비례 대표를 어떻게 얼마나 확대할지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의 정치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현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 국회에서도 기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어떻게 나눌 지가 핵심입니다. 중앙정치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나 기존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죠. 결국 민주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의 압박에 의해 권력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시민들의 참여를 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결국 개인의 삶에서부터 의사 결정하는 법이라든지, 의견이 충돌할 때 합의점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연습해야 하는 것이죠.”

사실 정치를 이야기할 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해도 새로운 인물이 그만큼 등장하기 쉽지 않은 정치 생태계라는 점을 상장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공천 제도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하는 새 얼굴이 있지만 그간 새 인물이 ‘나를 위한 정치를 했는가’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어디 새로운 정치인 없나요?

새로운 인물들이 기존 국회의원들과 선거 운동을 통해 경쟁해서 이기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법정 선거운동 기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는 인지도가 높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하고 정치 신인들에게는 진입 문턱으로 작용하게 되죠. 정치에 뜻을 가진 인물이 4년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유권자의 알 권리가 확대되고 새 인물의 정치 입문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선거운동 관련 규제를 예로 들었지만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의 규제들을 완화하는 방향의 다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유권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후보나 정책을 알아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공천을 보면 투표 직전까지 후보를 알 수 없는 정도의 상황이 되거든요. 공천권은 정당의 자율에 맡기더라도 최소한 후보를 확정하는 시기만이라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이번에 무투표 당선자 가운데 200명 이상 전과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음주운전이나 폭행 전과 같은 경우는 애초에 후보 등록 자격 요건에서 배제를 검토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난 2019년 진행한 SBS D포럼 사진, 올 11월 3일, 3년만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면 포럼을 진행합니다.>

요즘 저희 미래팀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수십 명의 정치학자, 사회학자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 징후가 포착되고, 정치적 양극화나 혐오도 심각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상당수가 부정적인 진단들이더라고요.

그럼에도 저희는 아직, ‘정치가 아름다울 때 달라지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민주주의나 정치 같은 단어들이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염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서 정치를 빼놓을 수는 없더라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사회적 요구를 삶에 반영해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이니까요.


올해 SDF 주제가 <다시 쓰는 민주주의>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나 정치, 모두 우리 삶의 이야기입니다.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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