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33

2023.01.11

Ep.133"네가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

안녕하십니까?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DF다이어리입니다. 새해가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2023년의 시작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떻게 다르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해법도 아직 제대로 찾지 못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제는 더욱 나빠질 거라는 전망들이 팽배하다 보니 올해는 뭘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부터 무거운데요.

복합 위기가 교차하는 시대, 생존의 해법을 ‘아프리카’에서 찾으라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2016년 남아프리카의 영 리더로 뽑히고, 오바마재단에서도 아프리카 리더로 선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 ‘저스티스 데스크’의 대표 제시카 듀허스트인데요.

지난달 평창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에 초청받아 방한했을 때 SBS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저스티스 데스크’의 대표 제시카 듀허스트와 ‘음보코도’ 프로젝트 활동가들 ⓒThe Justice Desk

Q.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스티스 데스크’라는 단체가 한국에서는 좀 생소한데요. 어떤 단체인지, 어떻게 설립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1) 가 종식되기 2년 전에 태어났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법으로 백인들의 독재를 용인했던 끔찍한 인종차별 정책인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식민지에서 벗어나자마자 아파르트헤이트가 시작되면서 역사적으로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1) 아파르트헤이트는 분리, 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칸스어로,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너 주도의 극우 국민당 정권에 의하여 1948년에 법률로 공식화된 인종분리 즉,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정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을 말합니다.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워 16%의 백인이 84%의 비백인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분리하고 차별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백인의 참정권을 뺏고, 직업을 제한하며, 백인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백인과 흑인이 같은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같은 버스도 타지 못하도록 승차 분리 등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열렸던 남아공 백인 정부와 흑인 대표인 아프리카 민족회의, 그리고 넬슨 만델라 간의 협상 끝에 급속히 해체되기 시작했고, 민주적 선거에 의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1994년 4월 27일에 완전 폐지를 선언하였습니다
ⓒThe Justice Desk
제가 커가면서는 다들 드디어 자유를 얻었고 우리는 하나이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제 눈앞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백인들이 대부분의 땅과 대부분의 부와 국가 대부분의 재산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모두에게 권리가 주어졌다고 말은 했지만 유색인종들은 여전히 가난한 지역에서 물, 전기, 위생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살고 있었고, 학교의 수준도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났습니다. 어린아이로서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반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선생님이 불러서 “그렇게 맨날 세상을 향해 화만 내지 말고, 네가 가진 특권을 가지고 뭔가 해보는 것은 어떻겠니?”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14살 때부터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죠. 난민 센터나 고아가 된 아이들, 전쟁이나 폭력,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 혹은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캠프를 열어서 음식도 주고, 같이 놀아주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보니까 같은 아이들이 계속 캠프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래서 알게 됐죠. 우리가 하던 자선사업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방법을 바꿔 이번에는 유엔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법을 바꾸도록 로비를 하기 시작한 거죠. 그 결과 실제 몇몇 나라에서는 법도 바뀌고 조례들도 바뀌었어요. 그런데 법이 바뀐 뒤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설립하게 된 게 “저스티스 데스크(The Justice Desk)”입니다. 지역에서의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 주목했습니다. 학교에, 가정에, 지역사회에, 일터에, 교회에 변화를 가져올 사람들은 정치인도 아니고, 법률가도 아니고,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독지가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변화를 가져와야 할 사람은 각 지역에 사는 바로 우리 개개인들인 것이죠. 그래서 ‘저스티스 데스크’에서는 개인들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시민으로서의 책임은 무엇인지, 나의 권리 못지않게 상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고 실천할 수 있게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을 하는 비영리 인권 단체입니다.
'저스티스 데스크'가 활동하는 아프리카의 10개 나라
‘저스티스 데스크’를 설립했을 때가 스무 살이었는데 2023년이면 10년이 됩니다. 모두 10대, 20대 청년들이 운영하고 이끌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짐바브웨에서 시작해 시에라 리옹, 라이베리아, 감비아, 가나, 또 케냐, 남수단, 탄자니아까지 10개 나라에서 그동안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어떤 슈퍼히어로가 나타나 세상을 바꾸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직접 변화에 앞장서는 것이죠. 그렇게 모두가 자기 일상에서의 변화를 조금씩 가져온다면 결국에는 세상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10대부터 이런 일을 해 왔다는 게 놀라운데요.
저는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더 온전한(holistic)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다른 사람의 고통과 구조적 불평등을 어린 나이에 알고 접하게 될 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내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고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에 와서 만난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가장 큰 사회정의 문제는 무엇인지, 혹은 어떤 사회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우리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요.” 라고 답하더라고요.

아프리카와는 굉장히 다른 상황입니다. 물론 아프리카에 살면 그러한 부당한 상황을 어린 나이부터 접할 일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어릴 때 접해야 ‘인간’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더 확연히 깨닫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의 권리 못지않게, 타인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참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지 않습니다. 바로 나서 돕습니다. ‘우분투’2) 정신 때문인데요.
2) 우분투는 관계와 헌신을 중심에 두는 아프리카 민족의 전통 윤리사상으로 ‘우분투’라는 말은 반투어로 ‘인간성’을 의미합니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라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업가 마크 셔틀워스는 이 정신을 본 따 리눅스 배포판 컴퓨터 운영체계의 이름을 ‘우분투’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Q. ‘우분투’요? ‘우분투’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우분투는 우리의 DNA에 흐르는 정신입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 존재합니다.” (I AM BECAUSE YOU ARE)라는 (관계를 둘러싼) 개념입니다. 남이 고통을 받고 있으면 난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인들의 정체성에 녹아져 있고, 아프리카인들은 이러한 연결성을 중심으로 세상을 봅니다.
어쩌면 너무나 오랜 기간 침략을 당하고 대를 걸쳐 식민지화 되고 이후 독재와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으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빼앗기고 억압당하다 보니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억눌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누가 됐든 고통받는 것에 민감합니다. 그리고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아프리카에서는 말하지 않습니까? 고립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거죠. 혼자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한 가족이 되고 한 지역사회가 되려면, 개방적이어야 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죠.

넬슨 만델라나 투투 대주교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갈라지고 서로 싸운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아프리카는 너무 갈기갈기 찢겨왔는데 더 이상 그러지 말자는 것이었죠. (싸우지 않기로 하는 방식으로) 저항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원래 뿌리, 가치인 ‘우분투’의 정신을 내세웠습니다. “당신이 있지 않으면 내가 있지 않다.”는 사상 말입니다. 내가 행복하다면 나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그 기쁨은 나를 둘러싼 가족과 지역사회 모두의 것입니다. ‘우분투는’ 사고방식을 바꾸고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철학입니다.
제시카 듀허스트 ‘저스티스 데스크’ 대표와의 인터뷰, 지난달 22일, SBS 본사

Q. 일상의 개인들이 활동가(Everyday activist)가 된다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저희는 자기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는 그 지역민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더 테레사나 넬슨 만델라 같은 사람을 존경하지만 너무 추앙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너무 미화하다 보면 큰일이 터졌을 때 그런 분들이 나타나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얘기하죠. “너는 왜 못하는데? 넬슨 만델라도 사람이었어.”

‘일상의 활동가’ 컨셉은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선생님이든 노동자이든, 할아버지이든, 학생이든 누구이든 간에 삶에, 가정에, 지역사회에, 학교에, 또 일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이라는 생각입니다. ‘일상의 활동가’가 해야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뭔가 부당한 일을 봤을 때 외면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시위까지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 세상이 바뀌게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Q. 그래서 ‘저스티스 데스크’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요?
가장 중점적인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내 여러 학교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대사 프로그램(Youth Ambassadors Program)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인권을 옹호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학기 중에도 이뤄지지지만 1년에 4번 정도는 대규모 캠프도 운영합니다.
“아이들도 자기의 목소리가 있으니 들어달라”는 아동보호 캠페인ⓒThe Justice Desk
실제 놀라운 결과도 많이 이뤄냈는데요. 인신매매, 아동 결혼을 금지시키는 일부터, 잠비아 내에서만 6개 학교의 체벌을 금지시켰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경찰과 연결된 왓츠앱(WhatsApp) 라인을 만들어 지역사회의 안전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이 일은 모두 17살 이하의 학생들이 이뤄낸 일들입니다. 청소년들이 변화의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어릴수록 다름을 두려워하기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다 보니 타인의 부당함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최근 저희 청소년 대사 가운데 한 명은 유엔에서 연설도 했습니다.
잠비아의 한 중등학교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청소년 대사들 ⓒThe Justice Desk
다른 프로젝트로는 음보코도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음보코도 프로젝트는 성폭력 등 젠더 기반 폭력을 경험한 소녀들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물리적인 힘을 키워 자존감을 높이는 것부터 상담 등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젠더 기반 폭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60초마다 누군가는 성폭력을 당하고 3시간마다 젠더 기반 폭력으로 살해됩니다.
음보코도 프로젝트 ⓒThe Justice Desk
그 외 ‘희망의 기둥’이라는 뜻의 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폭력적이지 않은 남성 롤 모델이 없는 소년들과 같이 모여 야외활동 등을 즐기면서 어떻게 남성성을 긍정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지 가르치는 프로그램 등입니다. 모두 자기 자신이 직접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돕는 작업들입니다.
Q. 대표님은 BTS의 팬덤 ‘아미’로도 유명하신데요.
제가 BTS의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힘들 때였습니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재난이 발생해 너무나 많은 죽음과 고통을 직면한 직후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일은 트라우마를 많이 경험합니다. 너무 많은 살인과 성폭력, 구조적 불평등을 접하기 때문인데요. 번아웃 되기도 하고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그때도 회복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BTS 노래의 가사에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를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제가 다시 일어나는데 BTS의 노래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누군가가 이해할 수도 없는 언어로 부르고 있었지만 ‘그것은 의미 있는 일이야. 당신의 삶은 가치 있어. 우리 모두의 삶은 가치 있어. 너는 이겨낼 수 있어’라고 얘기해준 게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고 저는 그들의 가사에서 ‘우분투’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해도 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서로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어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그 가사가 그것을 너무나 아름답게 멋진 음악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BTS와 연결된 것입니다.
BTS 노래로 트라우마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는 제시카 듀허스트
2022 머쉬룸 인사이트 포럼 ‘더 나은 미래, 팬덤에서 희망을 찾다’, 지난달 17일, 서울
그 후 남아프리카에 또 BTS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분들이 저희 음보코도 프로젝트의 첫 자원봉사자들이 되어 주셨습니다. 또 저희가 음보코도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모금 온라인 행사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사람들도 ‘아미’들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그들 덕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보코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녀들도 다 BTS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이제는 모두 다 ‘아미’들이 되었습니다.
Q. 최근에는 인종보다 사회계층 이슈가 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대표님만 백인이라는 점이 눈에 띄긴 합니다.
사회계층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인종이 더 본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 단체의 대표로 있는 이유도 아직 누군가는 내 피부색 때문에 내 목소리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러한 편견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만약 내가 백인이라 내 얘기를 더 주의 깊게 들어주는 거라면 난 그들이 원하는 최대한의 백인이 되어 그들이 우리의 얘기를 듣게 하고 변화에 앞장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부당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이번에 초대 받았을 때도 음보코도 프로젝트의 소녀들도 같이 초청해 발언 기회를 주는 조건으로 참석에 응했습니다. 그들이 실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와서 정말 좋은 많은 경험들도 했지만 내 동료들은 한국에서도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한 번은 우리가 식사하던 식당에 들어온 손님들이 우리가 나갈 때까지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경우도 있었고, 지하철에서 우리 소녀들에게 이유 없이 호통을 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민주주의라든지, 모두가 평등하다든지 하는 얘기는 아직 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두가 진정으로 평등하다면 내 동료들이 그런 수모를 지금처럼 겪지는 않겠죠.
Q. 전세계적으로 갈등은 심해지고 있고, 2023년에는 경제위기까지 전망되고 있다 보니 남의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전 세계가 아프리카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두려울 때 모인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걱정이 될 때도 모입니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죠. 왜냐하면 개인일 때보다 같이 모여 공동체를 이룰 때 우리는 더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한다면 결국 자기 자신만 남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커뮤니티의 일원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일원이고 싶다면 원하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봐라! 아프리카인들은 아무것도 없지만 서로가 있어 모든 것을 가졌다.”라고 얘기합니다. 전기가 없어도 물이 없어도 그들은 생존합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같이 하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무너지고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느낄 때, 만약 잃는 게 재산이라면 사람을 잃는 것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알게 될 것입니다. 옆에 딱 붙어서 위해주고 돌봐 준다면 당신이 힘들 때 당신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이 한 부족이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쏟는 관심을 조금씩만 줄여 서로를 위해 그 관심을 확장해가야 합니다.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The Justice Desk
제시카 듀허스트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그동안의 우리 관심사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그녀는 만약 당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인권’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특권층’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인데요.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전 세계 상위 20%에 있다고 그녀는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질문을 바꿔 내가 상위 20%라면 나머지 80%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요. 팬데믹이든 기후위기든 경제 위기든 이제는 한 개인, 한 나라만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연결된 복합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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