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78

2023.12.13

Ep.178그랜드 퀘스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할 질문을 던지다!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DF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지난주 SDF다이어리 왜 안 왔지? 생각하신 분들 있으셨을 텐데요. 팀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피치 못하게 지난주 한 주 쉬어가게 됐습니다. 미리 공지드리지 못한 점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오늘 SDF다이어리는 SDF2023의 연구팀을 담당했던 박석철 전문위원의 데뷔 뉴스레터입니다. 애정과 관심으로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SDF2023을 앞두고 지난 10월 미래팀으로 오게 된 박석철 박사입니다. 저는 지금껏 SBS 정책팀에서 미디어정책을 들여다보는 일을 해오다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보도본부 미래팀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전문위원으로서 기자나 피디, 작가와는 또다른 관점에서 SDF뉴스레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재주 부리는 사람과 돈 버는 사람은 정말 따로 있을까요?

한국은행이 올해 6월 발표한 지역별 국제수지[1]통계를 보면, 전체 경상수지[2]는 EU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흑자였는데요. 문제는 특허와 기술 사용료에 해당하는 지적재산권 수지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지불하는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지의 적자 규모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1] 국제수지: 일정기간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
[2] 경상수지: 물건, 서비스 등을 사고 파는 일처럼 경제적으로 항상 있는 일로 발생하는 수지 타산을 말한다. 세부항목으로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서 받은 각종 이자, 배당이 더 많은지, 아니면 해외에 준 이자, 배당이 많은지를 계산하는 본원소득수지,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오가는 예를 들면 원조를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를 따지는 이전소득수지 등이 있다.
<출처: 한국은행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 2023-06-22>
작년에만 IT업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특허 사용료로 외국에 지급한 금액은 10조원에 달합니다. 외국의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 발 빠르게 만든 제품들이 국위선양만 하는 줄 알았는데 팔면 팔수록 국부유출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재주만 부리는 곰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지적재산권 수지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부터 지금까지 2011년을 제외하고 항상 적자입니다. 외국의 특허를 활용해 빠르게 상품화하고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와중에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힘들이지 않고 돈만 버는 구조입니다.

대상 국가별로 나눠보면 주목할만한 변화도 나타났는데요. 원래부터 미국, EU, 일본은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지 적자 대상국이었습니다. 2022년부터는 중국도 지적재산권 수지 적자 대상국가가 되었습니다. 시장의 규모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이를 보이던 중국이 IT 기술을 바탕으로 지적재산권 강국이 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 ‘우리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가’도 물어봐야 할 때가 됐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 2023-06-22>
이제는 밑 빠진 독을 메울 때가 됐습니다. 세계화의 질서가 자국 중심주의 또는 동맹 중심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진만큼 우리나라도 독보적으로 내세울만한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자원이 없으니 수출만 잘하면 됐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됐습니다. 이제는 원천기술, 다른 나라가 기꺼이 돈을 지불 하고서라도 탐내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를 압도할만한 우리만의 독자적 기술 개발은 불가능할까요? 그런 도발적 질문이 세상에 나온지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그 울림은 아직도 강렬합니다.
<’기술혁신과 경제안보, 그리고 새로운 국가의 일’을 주제로 SDF2023 공동연구 발표 중인
박종희, 윤혜선, 이정동 교수>
SBS D포럼은 매년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꼭 들여다봐야 하는 이슈를 선정해 연구발주를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3]은 기존의 대학 연구소들과는 달리 학계 연구뿐 아니라 국가전략과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현실사회와의 연계를 고려하는 언론과 뜻이 맞아 지난해, 올해 저희와 같이 연구를 해왔는데요. 올해는 특히 ‘기술주권’, ‘경제안보’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장인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중심이 돼서 경제안보 클러스터의 전량분석팀장인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리고 ‘글로벌제도경쟁력’을 조명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에서 추천한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팀을 이뤄 SBS문화재단과 공동 연구를 추진했습니다.
[3]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https://ifs.snu.ac.kr/)은 학제를 넘어서는 화두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팬데믹, 과학과 기술의 미래, 경제안보, 인구, 글로벌 한국, 탄소중립 등 7개의 클러스터를 두고 있다. 도 서울대 교수뿐 아니라 각 분야의 뛰어난 다른 학교의 교수들과도 콜라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SDF2023 공동연구팀의 꿈은 원대합니다. 한국 과학기술이 주어진 벤치마크를 목표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 탐험에 나서는 문화가 정착되고 과학기술 선진국이 될 때까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또한 그 질문의 답을 찾아낼 인재발굴을 지속하려 합니다. 그 첫 시도로 올해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에서는 ‘그랜드 퀘스트’라는 이름으로 한국과학기술의 미래를 열어갈 도전적 질문 10개를 선정했는데요. 양자컴퓨팅, 인공지능(프라이버시 기반 인공지능, 신뢰기반 인공지능, 체화인공지능) 수소생산촉매, 인공지능항체, 노화, 배터리, 차세대 반도체 그리고 로봇 등 10개 분야의 20명의 전문가들이 도전하는 주제들이 선발됐습니다.
예를 들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노화 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한번 충전에 1만Km, 10년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라 필자도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과연 실현 가능할까?

그런데 연구진의 논리와 설명을 들어보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져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이 찾지 못한 문제, 여러 대안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명확한 발전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문제, 가까운 미래에 해법을 찾는다면, 새로운 과학기술의 세부 분야가 탄생하거나 많은 후속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문제여서 한국 혁신생태계의 현실과 당면 과제에 비춰 도전해봄직한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하는 때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반도체 이후 한국경제가 찾아나서야 할 신산업분야를 찾아내거나 게임의 룰을 바꿔낼 다른 분야를 탄생시킬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이죠. 전세계가 사실 들여다보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먼 미래라 생각해서 아직 집중적인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라고도 했습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설명하는 ‘그랜드 퀘스트’의 정의>
연구진은 또 우리가 이러한 기술주권을 갖추기 위해서는 협력외교, 통상정책조정, 과학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 조율을 할 수 있는 국가적 컨트롤 타워의 정립과 증거기반의 통합적 전략 수립, 한국형 규제 모델의 설정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 정부와 국회의 성과평가 기준의 개선 등을 제안했는데요.

특히 SDF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질의한 SDF특별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구개발 R&D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뒤집는 것으로 이번 SBS D포럼의 큰 성과입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이정동 교수 연구팀은 매년 새로운 그랜드 퀘스트를 발표하고 실현시켜줄 학자들을 발굴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SBS D포럼에서도 과학기술분야의 중장기적인 연구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의 새로운 그랜드 퀘스트 소식도 여러분께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

수년 전부터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아직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서 따라잡을지에 대한 구체성이 없었습니다. 미국과 EU 선진국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은 기존 제품이나 생산공정 등에 기반을 둔 개량특허 또는 비원천기술이 특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출이 증가하면 지적재산권 사용료 지불도 늘어납니다. 이제 그 구조는 탈피할 때가 됐습니다. 기술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적자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도 원천기술의 확보는 필요합니다. 이번 SDF2023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제시한 ‘그랜드 퀘스트’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박석철 박사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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