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92

2024.03.20

Ep.192'플래닛 B'로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미래팀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들 또한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각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두를 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비영리 국제기구인 유엔협회세계연맹 우프나(wfuna)의 김용재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Q. 먼저 우프나(wfuna)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프나(WFUNA)는 UN이 설립된 이듬해인 1946년에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엘리노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영부인께서 유엔 대사를 역임하시면서 전쟁 이후의 복구와 인류의 공동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까 유엔 자체만으로는 각국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 거죠. 그래서 각국에 유엔협회(United Nations Associations)를 설립했고 유엔협회들의 연맹으로서 ‘유엔협회세계연맹’ (WFUNA·World Federation of United Nations Associations)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 기구는 유엔 산하가 아니고요. 유엔의 목적을 전 세계 시민사회와 연결하는 국제 비영리 기구로 만들어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늘 시대별로 유엔이 지향하는 인권, 평화, 그리고 지속 가능 발전 같은 목표들이 있잖아요. 그런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각국과 각국의 시민사회와 유엔 본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기구라고 소개를 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UN인권선언문 작성, UN우표 발행, 안전보장이사회 월례 브리핑 같은 일들을 해오면서 UN과 각국 시민사회를 연결하고 UN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Q. 각 나라와 시민사회, 그리고 유엔 본부를 연결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최근 세계시민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뭔가요?
아무래도 지금 세계시민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가 정말 이대로 지속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드디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공감대가 조금 형성된 것 같아요. 피부로 와닿는 불편과 위험이라는 것이 공감이 된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평화’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 이제 평화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구나’라고 안심했던 시대가 2000년대에 좀 있었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우크라이나라든가 아프가니스탄, 또 아랍, 이스라엘 지역의 여러 사건으로 인해서 그 생각이 깨지게 됐고, 우리에게 평화가 달성되지 않으면 인권, 발전 같은 기본적인 어떠한 것도 지킬 수가 없는 것이 되니까요. 그러한 것들이 가장 큰 이슈로 부상되고 있다고 봅니다.
Q. 우프나가 유엔의 SDGs와 관련해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가요?
네. 저희 우프나는 유엔에서 그 시대에 제시하는 핵심적인 의제 전체를 다루는 기구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밀레니엄 개발 목표라고 해서 MDGs[1]가 저희의 목표였고요. 2015년부터 2030년까지는 방금 말씀하신 SDGs가 저희의 목표입니다.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들, 교육이라든지 캠페인, 임팩트 사업과 같은 기획을 통해서 전 세계에 그것을 공감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SDGs가 크게 15개는(1번~15번) 목표입니다. 나머지 2개는 그것의 전제조건과 수단에 해당이 되는 것인데요. 16번 같은 경우는 정의로운 제도와 평화, 17번은 파트너십입니다. 유엔이 목표로 삼았다고 해서 저절로 이것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고 각국의 정부가 강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각국의 시민사회, 기업, 영향력 있는 개인들 모두가 참여해야 된다는 면에서 파트너십에 대한 이야기까지 반영이 되어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드리면 1번부터 15번까지 대략 크게 세 개의 덩어리로 나누어집니다. 저희는 이것을 다섯 가지의 P라고 설명하는데요. 1번부터 5번은 인간(People)에 대한 것입니다. 인권이나 남녀평등 등 사회적인 어젠다를 다루는 같은 목표들이고요. 다음 8번부터 12번은 번영(Prosperity)입니다. 사실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재원,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6, 7, 13, 14, 15번은 지구, 환경과 관련된 것들(Planet)인데요. 수자원이라든지 육상생태계라든지 이런 것들이 있고요. 그 전체의 전제조건이 되는 평화(Peace) 그리고 그 수단으로써 파트너십(partnership)이 있습니다. 이렇게 5가지의 P로 정리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
2000년 9월 뉴욕 국제연합 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서미트에서 채택된 것으로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감소시키자는 범세계인 약속이다. ?극심한 빈곤과 기아의 탈출 ?보편적 초등교육의 제공 ?성평등과 여성자력화의 촉진 ?아동사망 감소 ?산모건강 증진 ?HIV/AIDS 말라리아와 다른 질병 퇴치 ?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8가지 목표를 실천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Q.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SDGs 실천 상황에서 조금 저조한 부분은 어느 쪽이라고 보시나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비교적 관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학교에서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있잖아요. 그러면 다 같이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상대평가를 하면 1,2점 차이로 중위권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절대평가라는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정말 전 세계 유엔 회원국 중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들은 분명히 있죠.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구체적으로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과 관련된 이슈에 있어서는 조금 진지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까지 모두 라이프 패턴과 산업구조를 바꾸어야 할 정도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인데요. 특히 SDGs와 연결해서 본다면 가장 시급하게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저는 SDGs의 17번,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와 관련해서 최근 몇 년간 몇조 원을 쏟아부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고 있죠. 정부도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를 만들어서 대통령 직속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하지만 전혀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예산이 없어서도,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서도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거든요. SDGs의 많은 문제들이 결국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이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한다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도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국제적으로도 함께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눠서 맡으면서 목표를 이뤄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Q. SDF는 지금 시대에서 꼭 논의가 필요한 화두를 찾고 있는데요.
정말 변화하기 위한 액션이 필요하다면 지금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프나 차원에서라면 어떤 화두를 던지시겠어요?

유엔에서 정하는 목표는 15년을 단위로 하는데요. MDGs도 2000년부터 2015년까지였고 SDGs도 2030년이면 끝이 납니다. 그 말은 앞으로 6년 안에 새로운 목표가 제시된다는 것이죠. 유엔 차원에서는 그다음 목표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일지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이런 겁니다. 기업 같은 곳에서는 늘 플랜 B를 세우잖아요. 지구에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플랜 B, 이른바 ‘플래닛 B’를 세워야 하는데 아직은 ‘플래닛 B’로 가능한 곳이 없거든요. 우리는 어떻게든 플래닛 A에서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과 그 가치는 새로운 목표가 제시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요. 다만 SDGs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와 ‘발전’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그것을 목표로 해보자고 했던 것인데요. 이 다음번 목표에 있어서도 그게 여전히 병진이 가능한 것인가는 여러 가지로 분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와 그것을 거시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어떻게 함께 실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우프나가 조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프나에서 일하며 우리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듣고 있다는 김용재 사무국장에게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혹은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습니다. 김 국장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도 계속 터널 속에 갇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언제쯤 이 터널을 나갈 수 있을지’ 묻는 청년에게 그가 들려준 대답은 “그 터널에서 나올 수 없다”였습니다.

어쩌면 그 청년을 절망에 빠뜨릴 수 있었던 그 대답을 한 이유는 현실을 직시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청년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듣는 기성세대들과 함께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주체만으로는 그 어떤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는 인터뷰의 내용과도 닿아 있었습니다. 세계화의 길을 지나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는 이 시대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어지는 갈등 속 점점 편이 갈라지는 이 세계에서 우리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이 분열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협력’이라는 열쇠를 꺼내 들 수는 없을까요? 포용력의 힘으로 생존 방식을 찾아 나설 때라는 생각이 다시금 짙어졌습니다.
글 : 최예진 작가 (sd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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