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204

2024.06.26

Ep.204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Aging in Place'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 드리는 ‘SDF 다이어리’입니다. 오늘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인구의 주거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국토연구원(2024)의 최근 실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85.5%는 현재 살고 있는 집 또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노후에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의 최대 범위에 대해서도 지금 사는 동네(34.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1].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조사 결과에서도 노인의 83.8%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56.5%는 거동이 불편해 지더라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면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고, 31.3%만이 노인요양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고령자들도 우리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미시건 대학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80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88% 가능한 오랫동안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으며, 12%만이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2]. 미국 은퇴자 연대(AARP)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7% 현재 집이나 지역사회에 가능한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

[1] 국토정책Brief 965호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거주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클릭!)
[2] On Their Minds: Older Adults’ Top Health-Related Concerns. ▶ (클릭!)
[3] Where We Live, Where We Age: Trends in Home and Community Preferenceshttps. ▶ (클릭!)

그렇다면 실제 고령자들의 사는 모습은 어떠할까요?


통계청(2023)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인데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로 보면 549만 1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1%입니다. 유형별로는 1인 가구가 36.3%로 가장 많고, 부부(35.3%), 부부+미혼자녀(9.2%), 부(모)+미혼자녀(5.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4].

또 노인 복지시설 89,698개소 가운데 노인주거복지시설은 308개소(19,355명 수용 가능), 노인의료복지시설은 6,069개소(232,235명 수용 가능)로 여전히 많은 수의 고령자들은 공공시설이 아닌 일반 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5].

유엔은 65세 인구가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합니다. 현재 전체의 18.4%가 고령인구인 한국은 ‘고령사회’인데요.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가 되고 2050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은 40%에 달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령자들의 주거 환경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요. 특히 고령자들이 원하는 대로 살던 동네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4] 통계청 2023 고령자 통계. ▶ (클릭!)
[5] KOSIS 국가통계포털. ▶(클릭!)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은 고령자의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고령자 주거 환경을 고령자 친화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여러 국가의 주거정책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자연스럽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고민했던 나라들은 낯선 시설 돌봄보다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의 장점을 파악하고, 고령자의 계속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던 곳에서의 계속 거주는 대부분의 고령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원래 알던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잘 알고 있는 의료, 복지, 문화, 레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효과성 측면에서도 주거 안정성이 확보되어 노인의 삶의 질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또한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의 주택 및 도시문제 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 돌봄이 가정 돌봄에 비해 비용이 연간 4.3배 더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6].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공공 돌봄 서비스 시스템을 잘 갖춘 덴마크는 시설 돌봄보다 소위 ‘커뮤니티 케어’라고 불리는 ‘지역사회 돌봄’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덴마크는 1970년대부터 공공 돌봄을 공공시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능한 오래 자택에서 돌봄 서비스 받기’라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자택에서 돌봄을 받기 원하는 많은 노인들을 만족시켰고, 시설 돌봄보다 예산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 케어’라고 하더라도 국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재정 투입과 서비스 제공 등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습니다[7]. (재가 돌봄 서비스의 자세한 내용은 티네 논문 참조)
[6] ‘what’s needed to make ‘ageing in place’ work for older Australians. (클릭!)
[7] 티네 로스트고르(2020) 덴마크 공식 돌봄 및 비공식 돌봄 변화. 국제사회보장리뷰 2020년 봄호, 통권 12호. ▶ (클릭!)

고령자가 계속 같은 곳에서 거주하며 살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노인, 가족,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고령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수도 있고, 경제적인 이유로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살고 있는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가에서 살거나 임대해 살더라도 가정 내 시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바꿔야 합니다. 가정 내 공간에서 이동할 때 필요한 손잡이를 설치하고, 문턱을 낮게 하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하고, 욕실도 개조해야 합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움직임이 없는 경우를 감지해 돌봄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스마트 홈 장치도 필요합니다.

노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집을 개조하려면 당사자나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따릅니다. 이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됐습니다. 보건사회 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장기요양보험을 지역사회 계속 거주와 연계한 해외 사례를 잘 검토한 것 같습니다[8].
[8]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7)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장기요양제도 개편 방안. (클릭!)
보고서의 해외사례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노인 거주 가정에 24시간 대응형 방문 돌봄을 제공하고, 노인 주거 관련 법에 근거해 노인 전용 주거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는 급한 치료를 요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일상적인 진료는 주치의 제도를 통해 관리 받도록 합니다. 자칫 독거 노인이 외로움을 느끼거나 고립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식사준비를 거들고 말벗도 돼 주는 등 생활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장기요양보험금을 지급할 때 시설에서 돌봄 받을 때의 급여와 재가 돌봄을 받을 때의 급여를 동일하게 책정해 지역 사회 계속 거주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계속 거주하는 노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해 방문요양이나 주야간 보호 비용으로 전부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급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치료 받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의료보험처럼 손해보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계속 거주하는 노인의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 소유의 집이나 임대를 통한 거주도 지원하지만 노인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사는 거주형태도 인정해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급여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도 노인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시설에 가지 않고 자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요양보험을 연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요구와 실상을 조사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결정합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요양 서비스의 효율적 집행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역 사회 계속 거주를 장려하기 위해 주택 개조도 지원하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자가 소유자 뿐 아니라 임대의 경우도 주택 개조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주택 임대자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 세입자를 위해 집을 개조하면 임대료를 올리는 것을 허락하고, 올린 임대료는 국가가 보조해주는 방식을 취합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할만한 국내 정책 사례를 찾아보니 작년 8월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이 있습니다[9]. 계획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역사회 계속 거주 정책을 일부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장기요양기본계획의 내용을 보면, 집에서 적절한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장기요양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요양을 연계하고, 가족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 기본 틀입니다.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세부적인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아직은 시범 실시 또는 단계적 실시가 많았습니다. 중증 재가 수급자를 대상으로 시설 입소자 수준의 수급 한도액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거동이 불편한 수급자 대상 집안 시설 개조는 ‘시범사업’형태로 추진하며, 재택 의료 서비스 제공 시범사업을 2년 또는 3년 내에 ‘단계적으로’ 실시하며, 가족에 대한 지원도 경제적 지원은 없고 ‘치매가족휴가제’ 등 개별 사업장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정책이 있습니다. 물론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장기요양보험의 연계를 시도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고, 앞으로 시행 착오를 통해 더 효과적인 정책으로 개선되도록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고령화의 속도를 감안하면 정책적 준비는 더뎌 보입니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재정을 아끼는 것이라는 해외 사례와 국내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9] 보건복지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 [2023~2027], 2023. 8. ▶ (클릭!)
중증 환자 중심의 노인 돌봄 정책과 지역사회 계속 거주와 같은 커뮤니티 돌봄 정책은 우선 순위를 두지 말고 병행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복지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특정 대상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보다는 가능한 다수의 노인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와 가족이 돌봄의 역할을 분담하게 하고, 개인적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중증 환자가 아닌 스스로 또는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지역사회에 계속 거주’ 하는 것이 가능한 고령자들이 복지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노인이 살기 편하도록 살던 주택을 개조하고 필요하다면 빈집을 수리해 함께 또는 단독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주택 개량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주택 구조에서 고령자 친화적으로 개량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거주자는 문턱의 높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일반주택은 문턱의 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습식 욕실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욕실 바닥이 미끄럽지 않도록 하고 욕실과 거실의 단차를 줄일 필요가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개량 공사비를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하기 어렵다면 장기요양보험이나 주택연금과 연계하는 방법도 검토할만 합니다.

장기요양보험과 연계해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수월하게 하도록 만들었던 해외 사례는 적극적으로 도입해 시도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픈 노인이 병원으로만 몰리지 않도록 중증의 정도에 따라 방문 간호와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며,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만 선택적으로 지원해 노인의 자립성을 키우는 것, 돌보는 가족이 부담되지 않도록 시설 돌봄 노인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등은 모두 지역 사회 계속 거주를 촉진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라면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장기요양보험과 연계된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적으로는 맞지만 실제 시행을 위한 걸림돌은 많을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의 재정이 충분한지, 개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돌보는 가족에게 지원하는 현금지원이 돌봄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 여러가지 검토할 문제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뒤따른다면 지역사회 계속 거주의 긍정적 효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달 후 이어지는 레터에서는 ‘지역 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위한 다음 단계의 고려로 ‘고령 친화적(Age Friendly) 환경’은 어떤 것인지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 박석철 전문위원 (sdf@sbs.co.kr)
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문준모 기자 : 정치, 외교, 사건 등을 취재하다 SBS D포럼 20주년 준비팀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실적 해법이 담긴 포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석철 전문위원 : 미디어 정책과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 업무를 주업으로 하다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가올 미래, 사람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그 의미가 SDF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혜미 기자 : 2008년부터 경제부, 사회부, 뉴미디어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습니다. '번아웃'을 경계하고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김은비 작가 : 시사, 교양, 예능, 웹콘텐츠 등을 구성해왔습니다. 20주년을 맞은 SBS D포럼 역시 재밌고 의미있게 준비해보겠습니다.

이유원 작가 : 보도, 시사, 교양 등 다양항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이야기를 듣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지구, 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SBS SDF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살고 싶어지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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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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