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SDF다이어리 Ep.272

2026.03.04

SDF다이어리 Ep.272AI 쓰면서 끄덕끄덕...나 혹시 '현대판 노예'?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업계, 학계 분들을 만나 꾸준히 자문하고 있습니다. AI가 발달할수록 AI와 협업하면서도, 차별화할 수 있는 인간의 역할과 능력을 더욱 고민하게 됩니다. AI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능력을 유지하고 키워야 인간의 미래가 지속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요즘 인간을 깊이 파고드는 학문인 철학에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오늘은 이진우 교수님의 인터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AI 덕분에 전보다 편하고 자유로워진 것 같은데 이게 혹시 착각은 아닐까. AI가 만든 함정, 그리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Q. 인공지능 시대,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더 잘 살까요?
인공지능과 함께 도래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이 들어오면서 ‘개인화‘가 더 강화되고 가속화 됐다고 볼 수 있어요. ‘개인화’란 ‘모든 삶이 개인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고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자기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내가 밥벌이 주체가 되면서 인식한 게 1차 개인화라고 한다면, 이제는 2차 개인화라고 이야기를 하죠.

미래 사회는 개인화와 개인주의 경향은 심화되고 가속화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나를 대신해 내가 원하는 것과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내가 이제까지 활동했던 데이터를 보면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죠. 정보를 찾을 때도 예전엔 교수, 은사, 선배, 직장 상사한테 물었다면, 그런 정보도 인공지능이 다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개인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스스로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데 훨씬 더 편리한 어떤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은 개인화의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있고 반전이 일어나요. 예컨대 인공지능 시대에 과거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산다는 느낌은 갖고 있는데, 정말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자유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선택지가 많아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내가 선택지를 고르기도 전에 알고리즘으로 추천을 해준다고 해보죠. 그러면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자율적 선택권이 나에게 있는 걸까, 아니면 알고리즘이 나에게 제공해 주는 것을 내가 마치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걸까요?

인공지능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우리를 개인화하면 할수록 우리는 훨씬 덜 자율적일 수 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살아간다고 착각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Q. 인공지능이 선택한 걸 내 선택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내 자유의지는 정말 어디까지인가요?
AI가 우리의 삶을 훨씬 더 편리하게 만들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부작용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한다면 미래 사회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어요. 그 질문을 던지면 자유 의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주체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AI의 함정이 뭐냐면 나에게 맞는 여러 가지 대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선택지의 다양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I의 답이 마치 정답, 해답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인간은 자유 의지로서의 주체적인 의식이 훼손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은 선택지를 늘려야 됩니다. 저는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가 인공지능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선택의 디폴트, 꼭 필연적인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내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로서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얼마나 독립적,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이런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Q. ‘인공지능에 그냥 선택을 맡기면 안 되나? 왜 이걸 고민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궁극적인 정말 철학적 질문이에요.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발전할 때 핵심적인 전제 조건은 ‘너 자신을 알라’ 이런 거였어요. 고대 사회를 한번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해답을 얻을 수 있어요. 고대 그리스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이기는 했으나 자유로운 시민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노예, 여성, 어린아이들은 자유롭다고 판단하지 않았어요. 10%만이 자유인이었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이 시키는 일을 할 뿐, 자기 스스로 자기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고 했습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사람은 모두가 노예라는 거예요. 자유인의 특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스스로 생각한다. ‘나에게 중요한 게 뭐지?’ 스스로 생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경험하는 수많은 것들에서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중요도의 위계질서’가 생겨요. 제일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물질적인 수단이 되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난 이 정도로 충분해’ 이러는 거죠.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냥 물질적 부에만 매몰되다 보면 돈의 노예가 돼요. ‘무엇이 중요하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내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의 위계가 정해져요.

두 번째, 스스로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노예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어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런데 생각할 필요가 없이 인공지능이 다 해준다? 생각의 과정 자체가 고통이에요. 그래서 인간에게는 심리학적으로 고통을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기제가 있어요. 생각 안 하고 살고 싶은 거죠.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뭘 물어보면 열거를 해주죠. ‘그럴듯하네, 이거겠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생각을 한 건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AI에 맡기고 그냥 편안하게 살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고대 그리스 사회가 자유인과 노예의 비율이 10대 90이라고 했어요.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노예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노예처럼 살아가고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10%가 안 될지도 몰라요. 우린 자유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90%의 사람들조차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런데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그런 삶의 리듬에 우리를 내맡긴다면 노예처럼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게 편리하다고 하면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네요.
Q.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 개인이 꼭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율성이에요.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의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자율입니다. 기준을 스스로 설정해야 해요. 개인화 시대의 개인의 인격을 보존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요건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Q. 챗GPT한테 철학과 교수님께 궁금한 게 있냐고 했더니, 이런 질문을 했어요. AI에 답을 맡기고 우리가 모든 결정을 직접 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삶을 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책임 있는 인격으로서 타인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에서 성숙하고 건강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아요. 그런데 사회적 압박이 심하다는 게 문제에요. 내가 생각하려고 하는데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생각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그냥 인공지능이 선택해 주는 대로 따라갈 수 있는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성숙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건 첫 번째, 생각할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억지로라도 틈을 내야 돼요. 니체는 5분이라도 자기만의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했어요.
미래 사회를 예측할 때, 인공지능이 자동화로 인간이 이제까지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노동을 대신 다 해서 인간을 대체한다면 ‘인간은 도대체 뭘 하며 살까’라는 질문이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된다.’라고 해요. 노동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 서비스는 주어진다는 뜻이죠. ‘인생 뭐 있어, 그냥 먹고 즐기면 되는 거지’ 이렇게 하면 미래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일까요.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고 일하지 않고 산다면 도대체 뭘 하며 살지, 그러면 우리에게 일한다는 것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지, 이게 새롭게 제기되는 사회가 인공지능 사회에요.

인간은 일 없이는 못 살아요. 일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가치가 있는 거예요. 내가 뭘 하면서 살아야 인공지능 시대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개인으로 잘 살 수 있을까요. 내가 뭘 하며 살지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해요. 인공지능이 분명하게 우리에게 도움 되기도 하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고 과제라고 봅니다.
시간의 여유를 갖고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최근에 있으신가요. 중요한 걸 선택할 때는 내 과거 경험과 느낌,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현재 상황 이렇게 고려할 게 많은데 조언받기에 급급하고 검색부터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자유로운 인간의 조건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능력’에 있고, 자율성과 일에서 오는 가치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걸, 새기는 시간이 됐습니다.
글: 정연 기자, cykite@sbs.co.kr
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남주현 기자 : SBS의 지식 나눔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정연 기자 : 우리 미래를 위해 들여다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합니다.


금혜성 전문위원 : SDF가 던지는 화두가 세상과 더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선년 작가 : SDF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곽새롬 작가 : SDF를 통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본질과 가치,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정준기 PD : 프로듀서로서 TV와 온라인, 제작과 마케팅의 길을 두루두루 거쳐 2025년부터 SDF에 둥지를 트게 되었습니다. 제작 사업의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최고의 브랜드 SDF를 한층 더 멋지게 빛내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Cool SDF~~!!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보연 아트디렉터 : SDF의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DF의 지식을 레터와 콘텐츠를 통해 많은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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