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21

Ep.21SDF X ART 마지막 이야기 : 상상하다

2020.09.29
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 2020.09.09 SDF X ART 두 번째 이야기 : 듣다 [Ep.18]
📄 2020.09.16 │SDF X ART 세 번째 이야기 : 보다 [Ep.19]
📄 2020.09.23 │SDF X ART 네 번째 이야기 : 열다 [Ep.20]

* 각 이미지에 링크한 영상을 시청하시면 작가들의 기발하고 깊은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생존의 조건은 사실 적응이라고 생각해요. 적응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상상하지 않고선 어렵죠.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는 거겠죠."
- 페르마타’ 한석현 작가
올해 초, SDF는 예술가 집단 페르마타팀과 코로나19 이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맞닥뜨린 우리 사회에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SDF팀은 지난 몇 달간, ‘페르마타팀 소속 다섯 명의 예술가들이 나눈 대화와 공동 작업의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9월 한 달간 이들 예술가들이 함께 나눈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공유하려 합니다. 이번 주는 마지막 순서로 설치미술가한석현 작가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들여다 봅니다.

한석현 작가는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며 생태평화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켜 온 설치 미술가입니다. 한 작가는 특히 인류의 영향으로 변화된 자연과 식물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몇 년 간 고목을 소재로 <다시, 나무> 프로젝트(Reverse-Rebirth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나무> 2011년에 구상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는 한석현 작가의 대표 프로젝트입니다. 버려진 나무를 재활용해서 나무의 형태를 복원하고, 나무 전체에 풀이나 잡초가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생명력을 주는 프로젝트입니다.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만약 나무들이 잘리지 않고 더 자랐다면 얼마만큼 큰 나무가 됐을까? 그런 상상이 시작이었어요.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뭇잎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든 인공의 나무이지만, 나뭇잎이 거기에서 자라게 되면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의 참여 작가로 선정된 한 작가는 지난 2015 폐교한 강원 홍천군 와동분교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다시, 나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생명이 다한 거대한 나무 주변엔 등나무,능소화 같은 덩굴식물들이 함께 심어졌습니다. 죽은 나뭇가지 사이사이엔 작은 식물들이 자라나도록 배치됐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얼핏 새로운 생명을 얻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작품 위쪽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 주기로 했습니다.

이곳 운동장 가운데에 원래는 아주 큰 나무가 하나 있었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운동장을 반쯤 그늘로 가릴 정도로 큰 나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없어졌고.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작업의 구성에 시작점이기도 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은 그 동안 제가 진행해 오던 작업, <다시, 나무>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어요. 기존 작업과 다른 부분은, 이번엔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었어요. 어린이들이 (제 작품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벌목 됐거나 도로 포장 같은 공사 때문에 잘려진 나무들을 가져오는, 모아놓은 곳이 있었어요. 거기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들을 선택해서 폐교 운동장으로 가지고 왔어요. 그루터기를 보면 사실은 그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상상할 수 있잖아요? 이후에 새롭게 자라나는 새로운 나무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작가는 <다시, 나무> 프로젝트 이전에 <수퍼-네이처 Super-nature> 전시를 통해 인공화 된 자연의 개념을 재현한 바 있습니다. 전시 제목 <수퍼-네이처 Super-nature>의 '수퍼' '수퍼마켓'에서 따온 것이지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작위적 또는 가벼움을 뜻하는 superficial, 미신이란 의미의 superstition에 이르기까지 수퍼는 "?을 넘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nature"의 라틴어 어원 "natura" '탄생' 또는 미술에서는 '나체'라는 의미로 그리스 고전 미술의 덕목인 미메시스가 바랐던 이데아의 초자연적 세계관을 지시한다. [……] 녹색혁명은 세계 어디에서나 등장하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이제 환경은 정치 경제 문화만큼 중요한 가치이며 현대의 녹색은 위생, 안전, 자연주의, 친환경 등 다양한 의미로 확대되었다. 트랜드는 패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즉 개념적, 이념적 가치와 같은 비물질적 사상까지도 수퍼자본주의는 물신화한다. 그 중에서도 녹색은 가장 '' '잇 컬러'가 된다.”
- 수퍼-네이처 Super-nature 한석현展 / HANSEOKHYUN / 韓碩鉉 / installation , 정현

“(전에는) 플라스틱 대량 생산품들을 모아서 만드는 하나의 인공 정원을 만드는 일을 했었어요. 2천 년대 중반이었던 거 같아요. 전에 일었던 웰빙()이라든지 돈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요.

그 관심들을 소비 행태로 연결하기 위해서 그린(Green) 마케팅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광고판이나 포장재, 이런 것들에 '초록색'이 많이 들어갔어요. 과자, 음료수 같은 포장재에 여러 가지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러나 전 뭔가 씁쓸함이 남는 즐거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었어요. 그래서 그걸 설치할 때엔 한 절반 정도는 버려진 것들로, 버려진 포장재들을 모아서 했고요.”

한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며 오랫동안 '세대''시간'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의 제약은 도리어 우리가 당장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미술가로서 앞으로 미래가 이렇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측하기란 사실은 되게 어려운 일 같아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작품을 통해서, 미래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작은 상상의 기초가 되는 씨앗을 만드는 정도일 거예요. 지금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되고,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또 적응해야겠죠.”

할아버지들, 어르신들도 지금 이렇게 (코로나19) 세상이 정지되는 경험을 처음 하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시는 경우들도 많고. 저의 생활도 딱 멈춤의 시간이었거든요. 굉장히 오랜만이었어요. (멈춰 있는 동안에는) 평소에 상상했던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쏟았었고요. 오히려 불안한 요소 같은 것도 줄어들었다고 할까요. 어쩌면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또 새로운 생각에, 머리가 더 유연해졌어요. 작업을 위한 상상도 좀 바뀌었고요. (코로나19) 우리에게 그런 경험을 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페르마타 팀이 진행한 이번 아트 프로젝트의 제작과정은 매주 월요일 SDF 유튜브 채널, 그리고 매주 수요일 SDF 다이어리를 통해 공개됩니다. 또한, 작가들이 만든 최종 작품은 SDF 포럼 당일 오프닝과 연사 세션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대 바랍니다.
한 해를 기다려온 SDF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그동안 기다려주신 독자 분들을 위해 이번 주부터 연사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연사들이 10 30, 여러분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래 리스트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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