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27

Ep.27SDF2020을 빛낸 '금손'을 만나다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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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SDF2020을 무사히 마친 지도 어느 덧 10여 일이 지났습니다. SDF2020은 이번주 월요일(119)부터 일주일 동안 하이라이트 스페셜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SBS TV 채널에 편성돼 방영됩니다. SDF홈페이지와 유튜브에도 속속 연사 별 강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포럼의 여운이 남아있는 청중들이라면 한번 더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번 다이어리에선 SDF2020에서 화제가 됐던 AR(증강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SDF2020 무대의 격을 높인 AR을 제작한 이는 SBS 보도CG팀의 금손’, 제갈찬(사진 왼쪽) ·이준호(오른쪽) 님인데요. 종전보다 훨씬 진화된 AR 제작으로 비대면 화상 포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청중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진 작업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인터뷰는 지난 9일 오후, SBS 사내에서 정성엽 기자와 최예진 작가, 최유진 작가, 류란 기자 등 SDF팀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제갈찬 : CG 일을 시작한 건 20년 됐어요. 방송 쪽으로만 계산하면 SBS에서 일한 기간 10년에 입사하기 앞서 프리랜서 근무 기간을 더하면 15년 됐고요. SBS 입사 후론 보도 CG쪽 일과 선거 CG를 주로 했고요. 그 전엔 여러 분야에서 일했죠. 건축 쪽도 했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자동차, 제품 같은 것도 디자인하고. 모션 그래픽도 했고요.
이준호 : 저는 SBS에선 2018년부터 일했고요. 그 전에는 다른 일들을 좀 했었는데 2009년부터 UX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고 모바일에 들어가는 아이콘을 눌렀을 때 사용자와 그래픽이 상호작용하는 것들을 연구하는, 그런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쪽 일을 했죠. 그러곤 한 2년 정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한 적도 있고요. 기회가 돼서 SBS 편성팀에서 방송 스팟 같은 것을 만드는 그래픽 작업을 했고요. 그러다가 보도 CG팀에 오게 된 거죠.

Q. 대학에선 어느 분야를 전공하셨어요?
제갈찬 :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보통 산업 디자인 하면 인테리어나 건축, 아니면 자동차나 제품 분야로 많이들 가는데 저는 그 때부터 영상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특수효과나 모션 그래픽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죠.
이준호 : 저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시각 디자인 커리큘럼 가운데 영상 디자인 제작하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죠.

Q.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기 전에 SDF2020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갈찬 : 준비하는 동안엔 정신이 없었는데 잘 끝나서 후련해요. 포럼이 잘 돼야 하니까 저희 팀장님도 그렇고 최대한 열심히 해 보라고 하셨거든요. 이번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라든지 모두 처음 써보는 거라서 걱정이 많았어요. 실험적으로 해본 건데 결과적으로는 잘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준호 : 저는 일단 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기대감이 컸거든요. 제갈찬 선배님이 또 워낙 잘 하시니까 옆에서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같이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요. 저희 가족들도 이런 큰 행사에 참여하냐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여러 의미로 이번 포럼에서 한 실험들이 큰 공부가 된 것 같아요.

Q. 두 분이 참여한 작업들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갈찬: 우선, 파트4에 등장하는 세 교수님들의 세션에 나온 AR을 만들었어요. 박범순 교수님의 인류세 세션 가운데 폐허가 된 미래시대 AR과 김홍중 교수님의 바이러스가 무대 위에 둥둥 떠다니는 AR, 그리고 전치형 교수님의 공기 흐름을 나타낸 AR.
이준호 : 그 밖에도 SBS 보도 CG팀에서 담당한 작업들이라고 하면 아트 프로젝트 페르마타팀의 토크 때 나온 숲 AR과 한석현 작가님의 나무 스케치 AR, 곽승영 SBS CP님의 세션에서 질문 텍스트 AR 이렇게 작업했어요.

Q.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던,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게 아무래도 아트 프로젝트팀의 ’ AR이었던 것 같아요. 나뭇잎과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고,,, 실제 영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처럼 느껴지고 디테일했거든요.
제갈찬 : 과찬의 말씀이고요. 그게 소스는 구비되어 있었고, 평소에 학습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갑자기 쓰게 될 줄은 저희도 예상은 못했지만 어쩌다 보니 평소에 공부하고 있었던 게 딱 맞아 떨어졌어요.

Q. 공부를 하셨다는 걸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해봤다는 걸까요?
제갈찬 : 그렇죠. 여러 가지 툴(Tool),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면서 나뭇잎이나 풀이 움직이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지 연구하는 거예요. 예술가들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창작한다면, 저희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툴이 나올 때마다 평소에 꾸준히 연구해야 돼요.

Q. 어디까지가 소스이고, 어디까지가 작업자가 참여하는 부분이 되는 건가요? 이를 테면 햇살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뭇잎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이런 걸 일일이 지시를 주는 건가요?
제갈찬 : 그럼요. 지시를 줘야죠. 업체들이 실제 돌이나 풀, 나무를 스캔해서 3D데이터로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그걸 가지고 와서 저희가 포럼 스튜디오 사이즈에 맞춰서 지형을 만들고 거기에 가상의 카메라 위치와 동선을 정한 다음에 움직여 보는 거예요. 햇살 같은 것도 각도를 조절 해야죠. 나무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면 안 되고, 어떻게 햇살이 가장 실제처럼 보일지 고민했어요.

Q. 요즘은 애니메이션 업계에 촬영 감독이 따로 있고, 촬영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잖아요. 그 역할을 CG 쪽에선 작업자가 직접 하고 있는 거네요.
제갈찬 : 그렇죠. 그걸 저희가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카메라 동선부터 연출까지. 그래서 저희가 시안을 보여드릴 때 카메라 동선을 이렇게 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내는 거죠. 현장에서도 그 상황을 알고 있어야 3D로 작업한 결과물이 스튜디오 카메라와 매칭 됐을 때 오류가 없고 이질감이 없게 되는 거죠. 저희가 AR을 만들 때엔 세트 밖 부분, 저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쪽은 만들지 않아요. 갑자기 스튜디오 뒤나 바깥 부분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픽 용량이 무거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카메라로 잡을 수 있는 화각 내에서만 구현되도록 만들기 때문이거든요. 용량이 커지면 화면이 이른바 튀게 돼요. 그런 걸 줄이기 위해서 후반 작업도 많이 해야 하고. AR은 여러모로 디자인과 연출, 퍼포먼스와 하드웨어 쪽도 같이 다뤄야 하는 포괄적인 작업이에요.

Q. 포럼이라는 장르에서 AR을 구현하는 것이다 보니 선거 방송이라든지 예능 같은 분야와는 또 다르게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신경 쓰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갈찬 : 예능을 예로 들면, 한계가 없어요. 유머도 넣을 수 있고 조금 과장된 표현도 할 수 있고. 그런데 포럼은 절제가 필요하잖아요. 폐허가 된 미래 시대를 표현한다고 하면, 그게 쓰레기 산처럼 보여선 안되는 거죠.
이준호 : 어쨌든 연사가 돋보여야 되고 연사의 말을 들으며 봐야 하다 보니까 그 중간 지점, 적당한 수위를 찾고 연구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저희 포럼에서 구현한 AR의 경우 업계에서 상용화된 상태인가요?
제갈찬 : 방송 쪽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AR은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서는 사용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특히 당일까지도 큐시트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고 변수가 많은 포럼에서 AR을 운영한다는 건, 사고 위험이 몇 배로 커지는 일이긴 해요. 그래도 방송 업계에서 AR 사용이 늘고 있는 건, 그리고 앞으로 더 늘 거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추세예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저희 보도CG팀이 준비하고 있었던 타이밍에 포럼에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거죠. 어떻게 보면 여러 모로 상황이 딱 맞았죠.
이준호 : 이번에 처음 시도해본 소프트웨어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이게 굉장한 퍼포먼스를 낼 것이다. 그런데 해보지를 않았으니까, 심지어 라이브 방송에서 시도해야 했던 거고. 거기에 대한 불안감도 있긴 했는데 이번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확신이 저도 좀 강해진 계기가 됐어요.

Q. 하나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자면, 박범순 연사의 인류세 세션에 나왔던 미래시대 AR은 폐허가 된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SF에서나 볼만한 그런 비주얼이었어요. 어떻게 만드셨어요?
제갈찬 : 그것도 같은 방식이에요. 폐허가 된 시대의 스모그, 그런 환경을 표현하는 건 저희도 이번에 처음 해봤는데 관건은 원근감이었어요. 오브젝트들이 그냥 둥둥 떠있으면 거리감이 안 느껴지거든요. 저희가 모르고 있지만 공기 중에 뭔가가 끼면 물체가 멀리 볼수록 그 색들이 바래져요. 그런 거리를 조절해서 뒤에 물체들을 좀 안개가 많이 끼고 먼지가 많이 묻은 것처럼 거리감을 주는 그게 조금 관건이었어요. 스모그 기능을 주면 줄수록 컴퓨터가 부하가 걸리다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거기서는 효과를 더 주면 안 돼요.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덜어낼 건 덜어내고. 최적화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Q. 일렉트라 쿨룸피 연사 세션의 이른바 ‘도넛 AR’도 정말 어려운 작업 이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실물과 흡사한 도넛이 나왔다가, 갑자기 반으로 잘라지면서 거기에 그래프가 나오는 복잡한 구성이었잖아요?
이준호 : ‘도넛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처음엔 방향을 잡기까지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모델을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을 하자’ 라고 생각했어요. 도넛 모델 그래프는 원과 원 바깥의 텍스트로 이뤄졌잖아요. 그걸 3D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걸 간략하게 표현하기 위해 레퍼런스들을 좀 많이 찾아봤어요. 이를 테면 담수가 고갈됐을 때 어떤 환경 현상들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이미지 모델들을 만들어 보고 기후 변화라든지 이런 것도 텍스트가 아닌 심플한, 저희 픽토그램 아이콘들을 활용해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Q. 다음 SDF 포럼에선 이런 부분이 좀 보완되면 좋겠다, 싶은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준호 : 연사와 AR을 어떻게 하면 유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진행하면 훨씬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연사가 어떤 내용을 설명할 때 그 설명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AR을 적용했다가 사라지게 한다든지, 연사가 해당 AR을 부르는 신호를 직접 준다든지. 이런 인터렉션 부분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까지 고민하면 청중들이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번 포럼은 비대면이었고, 또 해외에 있는 연사의 세션에 AR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어려웠는데요. 내년엔 시간을 갖고 소통을 충분히 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셨나요?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SDFAR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짧은 준비 기간에도 성공적인 포럼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제갈찬, 이준호 두 분께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SDF는 이렇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해주신 분들 덕분에 새롭고 발전된 모습을 선보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엔 직접 무대에서 여러분들과 호흡했던 연사님들께 SDF 참여 소감과 제언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 SDF 다이어리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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