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94

Ep.94첫 투표자들의 뼈 때리는 대선 경험담

2022.03.16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SDF 다이어리’입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데요.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투표결과가 딱 절반씩 나눠진 채 국내 선거 역사상 최소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갈라져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마 구독자님들도 찍은 분이 대통령이 됐든 아쉽게 떨어졌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 테지만 모두가 착잡한 기분을 느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래서인지 ‘통합’과 ‘협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SBS D포럼(SDF)’은 이번 선거에서 첫 투표를 한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봤습니다. 이번에 투표권을 처음으로 획득한 연령은 만18세와 19세에 겹쳐 있으며, 인원은 98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2% 정도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첫 투표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들 새내기 유권자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요?

투표 연령 조정으로 첫 투표를 한 유권자(2004년 3월 10일 이전 출생) 가운데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는데요. 투표에 대한 열정이 상상했던 것보다 커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SBS D포럼은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님과 함께 새내기 유권자들의 눈을 통해 본 우리 정치 현실과 향후 5년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실 SDF 멘토는 다수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경험한 30년 차 유권자이자, 정치학 박사인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입니다.”

“유권자로서 다수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에서 투표 많이 했고요. 교수로 정치학을 가르치는데 정치학 중에서도 ‘선거’가 제 전공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신지원 님>

만 18세 국민도 대한민국의 유권자가 돼서 기뻤어요. 투표 용지에 도장을 찍는데 뭔가 마음이 울컥했어요. 대통령님께 바라는 점은 다양성이 존중이 되는 조금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애 첫 투표인만큼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공약과 비전 분석을 나름 열심히 한 뒤 투표해서 그런지 치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교육 정책에 대해 많이 다뤄 주시고 학생들의 의견을 좀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표들 중에 내 한 표가 있다는 것이 뿌듯했고요. 제가 투표한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취업이 잘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취업준비생들의 간절한 마음이 대통령님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투표 연령이 하향 조정되면서 2004년 3월 10일 이전에 출생한 국민이 유권자였습니다. 고등학생인 분들도 계셔서 취재하기 전에 부모님 동의를 사전에 받기도 했는데요. 직접 첫 투표 소감 들어보니 어떠세요?”

“투표할 때 울컥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저도 좀 찡하더라고요. 투표는 공동체가 의사 결정하는데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 어른이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말 축하할 일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새내기 유권자들이 제대로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을 어른들이 제공했는지 반성도 하게 됩니다.”

“첫 투표한 유권자분들께 솔직하게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취재하면서 ‘투표 연령 하향을 왜 걱정했지?’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더라고요.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친구들도 많다고는 하더라고요. 어느 쪽이든 말씀하신 대로 정치적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어른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 박준우 님께서 투표권은 주어졌는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정치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어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투표 연령 하향 논쟁 당시 쟁점은 저희의 판단력이 미성숙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제대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유권자로서 받아야 할 교육도 함께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정작 투표권 주고 난 뒤에는 아무런 교육이 없어요.”

“박준우 님 지적에 백 번 공감하고요. ‘정치적으로 성인이 돼서 시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를 하는데,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육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됩니다. 투표 연령 낮춘다고 할 때, 18세 국민이 정치적 판단을 할 충분한 지식이나 이해 능력이 있느냐를 두고 다퉜죠. 그런데 정작 투표권을 주고 난 다음에는 정치 교육이 전무합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명분을 미성숙을 내걸었지만, 결국 투표 연령 하향 조정이 표 얻는데 유리한가 불리한가만을 따졌다는 얘기입니다.

친구 한 명이 한 커뮤니티에 대통령 사진을 합성해서 올리거나 가짜 정보를 올리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강도가 세지는 것을 보면서 커뮤니티가 무서워졌어요.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 정치 교육은 물론이고 토론이라는 걸 경험해 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어요.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겁니다. 결국 온라인상에서 처음으로 정치 사회화 과정을 겪는 거예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온라인상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적어요. 결국 나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과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 비단 10대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학에서 토론 수업을 해봐도 굉장히 힘들어해요. 익명의 대상을 상대로 이른바 키배(키보드 배틀) 공격에 익숙한 유권자들은 오답 아님 정답만이 있는 것 같아요. 상호 공통의 영역이 존재한다거나 설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SDF에서도 ‘공론의 장 붕괴’를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보고 있어요.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들은 늘었지만, AI가 비슷한 생각만 선별해 보여주면서 이른바 ‘확증편향[1]’이 강화되고, 결국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기보다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젠더 갈등에 대해 짚어준 분도 계셨어요.”

[1] 자신의 가치관, 신념과 비슷한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나 사고방식.

저는 남중, 남고를 다녔는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내건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았어요. 여성가족부 기능 개선은 동의하지만 폐지는 이해 못 하겠어요.”

“20대 대선에서 젠더 갈등을 선거로 끌어들였고, 진보·보수를 가르는 중요 의제로 설정해버렸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어도 이 갈등을 선거에 이용한 사람들은 선거 역사책에 이름을 남겨서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젠더 갈등 이슈가 이른바 아이덴티티 폴리틱스(identity politics: 정체성 정치)[2]이기 때문이에요. 즉 정체성이나 생리적 집단을 근거한 갈등은 해결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미국 같은 경우는 인종 갈등이 그 예죠. 여성과 남성을 갈라서 갈등을 만들면 도저히 합의나 조율이 안되는 거죠.”

[2] ‘정체성 정치’는 전통적인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드넓은 보편 정치가 아닌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의제는 아니죠. 이번에 젠더 이슈가 공정성 이슈와 합해 폭발력을 가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유권자들은 ‘공정’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있어요. 부모 덕에 불공정한 특혜를 보는 다수의 사건들을 봐왔죠. 그 공정에 대한 민감도가 젠더 이슈와 결합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남성 또는 여성에게 인센티브 주는 것을 ‘불공정’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주어진 상황이나 여건을 배제하고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맥이 닿아 있는 측면이 있죠. 젠더 갈등은 이미 선거 전략으로 이용됐고, 걱정스러운 것은 이미 밖으로 나온 의제는 상당기간 분열을 조장하고 웬만해서는 사그러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젠더 이슈 선거 전략은 선거사에 아주 나쁜 선례로 남을 겁니다.”

“최선보다 최악은 피하자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어요.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라고 하는데, 인물 됨됨이가 제대로 된 리더인지 헷갈렸어요. 보도되는 비리 의혹들 보면 대통령 후보라고 보기에 미심쩍었어요"

맞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이 인물 됨됨이가 더 걱정스러웠다는 부분은 더 말씀드릴 부분은 없습니다. 보통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이 낮으면 정치를 망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실제 우리가 경험을 하기도 했죠. 그래도 조금 희망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더 나은 정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약속한 것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체제하에서 굴러가는 정치죠.”

국민의 선택은 끝났고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하죠. 오도현 님도 언급한 것처럼 모두 본인이 선택한 후보자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데, 초접전을 벌였던 만큼 절반의 유권자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협치’와 ‘통합’도 화두인데 이제 우린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요?”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하면 자신의 죽은 표는, 사표가 됐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당선자에게 던진 표든, 낙선자에게 던진 표든 그 표는 결국 숫자로 남아 있잖아요? 이번 선거도 득표율을 통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처럼, 지지를 했든 그렇지 않았든 투표로 자신을 표현한 것이고 그 결과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또한 선거는 단순히 승자를 뽑는 기계적 과정이 아닙니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의 과정에서 후보들이 나누는 대화와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비전 그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거는 하루로 끝나지만 당선인은 향후 5년을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과정을 꼼꼼히 보고 5년 뒤 선거를 또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생각하는 D>는

지난해 SBS D포럼에 연사로 함께 해주셨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명예 교수의

강연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오늘 SDF 다이어리에 담은

새내기 유권자들의 솔직한 경험담이

대통령에게 잘 ‘수신’되길 바라봅니다.

<출처:SDF인스타그램>

제 20대 대통령 선거로 이번주 'SDF다이어리'에서는 첫 투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앞서 이번주에 전해드리겠다고 예고했던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기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는 3월 23일(수)에 준비돼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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