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만큼이나 인터넷엔 ‘더 글로리’와 관련된 기사와 블로그가 연일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러다 최근에 본 글이 ‘더 글로리 지상파’ 버전입니다. ‘더 글로리’가 OTT가 아닌 지상파에서 방송됐다면, 표현 수위가 많이 낮아졌을 거고 간접광고(PPL) 때문에 이야기 전개도 분명 이상해졌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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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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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과 하도영이 샌드위치 집에서 바둑을 두다가 홍삼을 나눠 먹고, 최혜정이 셀카를 찍다가 멀티밤을 바르고… 방송사에 있다 보니 이 글을 ‘웃프’게 읽었는데요,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엄한 규제로 생긴 일들인데, ‘미드 수준’을 기대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짜증이 날 법도 합니다. 지상파 드라마가 콘텐츠의 전부였던 8~90년대엔 이런 규제가 효과가 있었겠지만, ‘나는 신이다’와 같은 19금 다큐도 볼 수 있는 ‘OTT 시대’에 이런 제한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방송뿐 아니라 옛날에 만들어진 규제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모든 게 다 바뀌는 대전환기에 어떤 기준과 방향을 갖고 규제를 혁신해야 할까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초고속’으로 파산한 내용의 외신을 보면 규제를 쉽게 풀어주면 안될 것 같고… 인공지능·로봇과 같은 미래기술을 선점하려면 관련 규제를 확 제거해줘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챗GPT 개발사 임원은 오히려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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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로고와 챗GPT4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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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아리송해서 ‘챗GPT’와 ‘빙’에 물어봤지만 답변이 시원치 않아, 규제개혁위원회 김종석 위원장(前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을 찾아갔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민간 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을 맡았고, 한국규제학회장, 제20대 국회의원도 지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규제 개혁 전도사’이자 학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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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리콘밸리은행과 관련된 질문을 먼저 드릴게요. 트럼프 정부 때의 규제 완화 때문에 은행이 파산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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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아무 상관이 없죠. 그 은행 자체가 벤처기업에 많이 투자한 상태였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행이 지급불능에 빠진 건데, 이걸 ‘규제의 실패’로 보기는 어렵죠. 그러니까 항상 이런 일이 생기면 규제를 더 강화해야 된다고 하는데, ‘졸속 규제’나 ‘불량 규제’ 생산의 원천이 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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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챗GPT가 화제인데요, 인공지능을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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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라는 새로운 괴물이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 보호와 경제 시스템 안정의 틀에 둘 것인가에 대해 지금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것을 빨리 공부해서 규제 틀을 만들어 주면 인공지능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위험하다!”, “규제해야 된다!”고만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IMF 전까지는 총량 규제였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규제를 7천 개로 확 줄였어요. 전체 규제 수는 줄었는데 체감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에 규제 혁신에 나선 것이죠. 이념적으로 경도된 사람들은 규제 개혁이나 규제 완화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환경을 훼손하고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거라고 왜곡하는데, 오히려 역설적으로 규제 개혁을 통해서 소비자 보호를 더 잘하고 있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아요.
규제 개혁이라는 것은 이념이나 정파, 신자유주의,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 일종의 규제 수단의 품질 관리 과정이다. 그게 규제 개혁의 기본 개념이죠. 규제 총량 관리에서 규제 품질 관리로, 그리고 이제는 규제 정책이 디지털 혁명 속에서 (경제 성장을) 촉진해주는 ‘촉매’의 역할을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3단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단계와 3단계에서 지금 머뭇거리고 있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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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와 관련해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많은 상황에서 규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대통령마다 규제 개혁을 외쳐도 잘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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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아있는 게 ‘갈등형 규제’예요. 예를 들어서 ‘타다 금지법’, ‘로톡’, ‘원격 의료’, ‘세무대행 플랫폼’, ‘의약품 배달’ 등이 있어요. 규제가 처음 도입될 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도입됐다고 얘기하는 규제는 하나도 없어요. 다 공익을 위한 건데 그것이 기술과 시장이 진화하면서 점점 진입 장벽이 되고 기득권 보호 장치가 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말이죠. 표현하자면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가 디지털 시대의 발목을 잡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어요.
대통령과 총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계속 규제 품질을 관리하고 있는데 왜 안 퍼지느냐? 우선 대부분의 규제 집행은 지방정부 소관이에요. 지자체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익 구조가 있기 때문에… ‘대형 유통매장의 의무 휴업 규제’도 홍준표 대구시장은 바로 풀었는데 다른 지자체장들은 아직 주저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공무원들의 소극 행정 때문이에요. 공무원들은 대개 위험 회피적으로, 안 해주는 쪽을 선택하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이 안 생기니까요. 뭘 해주려고 하면 감사를 받거나 문제가 생길 때 책임지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규제 혁신이 20~30년째 국정 과제인데 아직도 기업이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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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래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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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래되고 낡은 규제도 아직 많이 남아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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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규제가 8천 개 정도 있다고 해요. 이제는 규제 개수를 세지 않아요. 별 의미가 없어서요. 이게 ‘저수지 수질 관리’와 같아요. 1년에 천5백 개 정도 규제가 계속 생깁니다. 51개의 중앙 부처에서 계속 규제를 만들어요. 규제개혁위원회가 사전 심사를 하는데, ‘규제 개혁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규제는 ‘개선 권고’나 ‘철회 권고’를 하고요. 그런데 천5백 개를 다 볼 수가 없으니까 일부 규제는 실무자끼리 해결하고 백여 개의 규제를 심도 있게 보고 있어요.
그 다음에는 바닥 준설을 해야죠. 물이 썩으면 안 되잖아요. 물갈이를 해줘야 되는데, 이게 바로 현존 규제에 대한 평가 작업이에요. 그런데 1년에 천5백 개씩 규제가 들어오니까 규제개혁위원회가 거기에 매몰되고 있어서 ‘규제 품질 개선 작업’은 감당이 안 돼요. 그래서 제가 규제개혁위원장이 된 뒤에 국무총리와 협의해서 아날로그 규제가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일이 벌어지니까 현존하는 ‘규제 준설 작업’을 강화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규제개혁위원회에 있는 분들이 소위 말하는 ‘덩어리 규제’, ‘복합 규제’를 지금 하나씩 보고 있죠. 중소기업 규제, 수도권 규제, 재벌 규제, 환경 규제 등과 관련해 TF팀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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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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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말씀드린 ‘대형 유통매장의 주말 영업금지’는 학계와 국책연구기관에서 데이터로 분석해 보니까 재래시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해요. 효과가 없으면 빨리 바꿔줘야 되는데 안 되잖아요. 이익 집단 간의 어떤 비전문적 관찰에 의한 ‘진영 논리’로 안 풀리는 거죠. 그러니까 앞으로 규제 개혁 방향은 데이터와 증거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객관화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대화와 토론, 타협을 해야 해요.
지금 기술과 시장의 진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 상품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규제 샌드박스’에요. 한국말로는 ‘시범 사업’인데요. 예를 들면 메타버스, 핀테크는 처음 경험해보는 거여서 불안하지만 이걸 막기에는 장점도 많아 보이고… 이럴 때는 시범 사업으로 샌드박스에 넣어서 2~3년 동안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오면 그 부분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서 이후에는 하나의 양성화된 사업으로 올리고 있어요. 지금 다섯 개 분야의 20여 개 샌드박스가 역동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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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로 인한 효과와 그에 따른 비용 측정은 잘 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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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법으로 ‘규제 영향 분석서’를 반드시 규제를 제안하는 부서에서 첨부하게 되어있어요. 논문 심사하듯이 하고 있고요. ‘규제 비용’ 하면 보통 집행 비용을 생각하는데, 기업인들은 준수 비용까지 생각해요. 그러니까 규제를 지키려면 돈이 들어가잖아요. 그걸 준수 비용이라고 그래요. 공무원 입장에서는 집행 비용, 기업 입장에서는 준수 비용이죠.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그 밑에 있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봐요.
규제 때문에 우리 경제에 존재할 수 있었던 상품과 서비스 산업이 존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외국에는 다 있는데 한국에만 없다고 하면, 그 비즈니스에서 창출될 수 있었던 일자리와 소득 기회는 소위 ‘기회비용’이잖아요. 누릴 수 있었던 이점이 사라진 건데, 그 계산을 못 하고 있죠. 미국은 기회비용과 준수비용을 합쳐서 연방정부 예산의 50% 정도로 봐요. 우리나라의 경우 1년 예산이 600조 원이니까 300조 정도의 규제 비용이 있다고 봐야죠.
규제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까지 생각하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황금티켓’이 저는 ‘규제 혁신’이라고 보고 있어요. 금리 올리고 뒤로 돈 풀어서 재정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거는 교과서적인 방법이지만, 그거 가지고는 한계가 있어요. 금리 더 올리는 것도 힘들고 돈을 더 푸는 것도 힘들고, 이제는 우리 경제 내부에 있는 비효율과 낭비 요인을 줄이는 게 필요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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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래팀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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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전을 비롯해서 규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는데요, 어떤 기준을 갖고 이런 문제를 처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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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개혁하자고 하면, 시민단체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환경을 훼손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근로자의 안전을 훼손한다고 얘기해요. 그게 아니고요. 우리나라에서 건물이 무너지고 가스가 터지는 게 규제가 없어서가 아니잖아요. 규제 개혁의 중요한 그 항목 중에 하나가 ‘준수율’을 확보하는 거예요. 준수율을 높여서 있는 규제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그런데 지금 안전, 환경, 소비자 보호 등의 규제는 너무 이상적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지켜지지가 않아요. 대표적인 게 ‘중대재해 처벌법’인데요, 1년이 됐는데 그 이전에 비해서 중대 재해가 더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기업 최고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되어있는데 지금까지 기소되고 유죄 판결 받은 게 하나도 없어요. 왜 그러냐면, 법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 법을 집행하는 기관도 검찰이나 경찰도 제대로 기소를 못 하는 거예요.
‘화학물질 평가법’, ‘화학물질 관리법’이라고 있어요. 새로운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발명하면 반드시 안전성 검사를 수백 개 받아야 해요. 해외에서 무슨 새로운 물건을 들여올 때마다 허가를 다 받아야 해요. 더 큰 문제는 효과적인 화학물질이 새로 발명이 됐는데, 그걸 한국의 생산 과정에 도입하기가 어려워요. 이게 정부의 인증허가를 받는 데 몇 달 걸리니까. 그 인증허가가 나올 무렵이면 또 다른 새 물질이 나와요. 그래서 규제 개혁의 핵심은 준수율이에요. 그리고 일부 공무원 중에 무슨 사고가 나면 그걸 안 지키는 국민 탓을 하는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법을 만들고 규제를 만들었으면 그걸 지키도록 하는 것도 규제자의 책임인데, 안 지킨다고 국민 탓을 하는 것은 저는 이해 못 하겠어요. 그래서 지금 준수율이 낮은 규제, 지나치게 이상적인 규제, 비현실적인 규제가 오면 무조건 막아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있는 규제가 제대로 집행이 안 되어서 그렇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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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민이나 기업이 규제를 풀려고 할 때, 이른바 ‘힘 있는 사람’부터 찾거든요. 규제 개선 과정이 투명해지면 이런 일이 줄어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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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퍼센트 동의하고요. 불량 규제를 6~7개로 분류하고 있어요. 아까 준수율이 낮은 게 불량 규제라고 그랬잖아요. 그 다음 항목이 뭐냐 하면 재량권이 많아서 해석이 불확실한, 예측이 불가능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불량 규제예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관청에 가서 대면 민원 제기 안 하고 온라인으로 해도 되고, 애당초 안 될 일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압력을 넣어도 안 되는 나라가 선진국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요. 한 번에 되는 일도 없지만, 또 끝까지 안 되는 일도 없어요.
우리나라 규제가 불투명한 게 굉장히 많아요. 모호하고. 그것의 연장선상이 바로 부정부패이고 권력의 오남용이에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누구 ‘빽’을 써야 되고 비싼 변호사를 써야 되는 이것은 아주 잘 못 된 거죠. 그래서 일선 부서에서 모호한 규제를 가져오면 우리가 핀셋으로 집어내죠.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걸 제일 많이 문제 제기해요. 법조문을 읽어도 이게 된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 모호하다고. 전임자는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후임 과장이 오더니 전임자가 잘못한 거라고 그러고 막아버리면 민간인 입장에서는 죽는 거죠. 그래서 되는 건 확실히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게 해야죠. 투명해야 돼요. 투명하다는 얘기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얘기이고 예측이 가능하면 ‘빽’을 쓸 이유가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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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 AI인 '달리2(DALL·E 2)'로 만든 ‘규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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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원 입법 규제도 심각한 상황인데 어떻게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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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국회의원 4년을 해봤는데, 의원 입법 절차가 굉장히 허술해요. 의원 10명이 서명하면 발의가 되고 법안 소위 논의 과정도 사실 집중도가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국회도 입법 과정에서의 ‘규제 영향 분석’이 필요해요. OECD도 이를 제도화하라고 매년 권고하고 있고요. 그래서 제가 20대 국회 때, 의원 입법 시 ‘규제 영향 분석서’를 첨부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어요. 국회법 개정 사항인데 4년 동안 법안 소위를 못 넘고 폐기됐어요. 그런데 고맙게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임기 중에 해보겠다고 해서 지금 여야가 논의하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요, 행정부에서 법을 낼 때 부처 간 협의가 되어야 하고 법제처 심사를 받아야 되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국무회의에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개선 권고’나 ‘철회 권고’를 하면 국무회의에 못 올라가요. 법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어떻게 하냐면, 국회의원한테 청부 입법을 해요. 법안을 다 만들어 가지고 그냥 의원님 이름만 빌려달라고 해요. 지금 불량 규제의 90%가 거기서 나온다고 봐요. 그러니까 독소 조항들이 거기 다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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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규제와 관련해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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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어디까지 가는 건지,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건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현상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은 ‘규제’여야 하는지, ‘진흥’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균형점’은 어디에 둬야 하는지…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언론이 국민에게 자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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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기정학(技政學·tech-politics) 시대’라고 부릅니다. ‘지리적 환경’이 아닌 ‘기술’이 국제 정치를 좌우하게 될 거란 얘기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기술 패권을 선점하려면, 우리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특히 시대에 맞게 규제가 언제든지 고쳐질 수 있게 해야겠지요. 살아있는 ‘생물’처럼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 규제와 관련해 유행하고 있는 분야가 ‘민첩한 규제 정책 협치’(Agile Regulatory Governance)라고 합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규제 개혁이 ‘스마트’하게 ‘기민’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규제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이념과 진영 논리라는 틀 안에 있습니다. 한 쪽은 기업을 믿고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 쪽은 기업은 탐욕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대 정부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규제 개혁을 외쳐도 공무원들이 여론에 대한 눈치를 살피며 소극적으로 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괜히 규제를 풀어줬다가 훗날 정권이 교체되면 감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몸 사릴 수밖에 없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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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친한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찾아가서 부탁하거나 그럴 여력이나 없는 기업들은 로펌을 찾아가 규제를 풀어달라고 의뢰합니다. ‘민원’이라는 이름의 ‘로비’가 안 통하면, 결국 거리로 나가 외치는 선택을 하겠지요.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이 얘기했듯이 규제가 없어지고 만들어지는 과정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해져야 합니다. 일반 시민이나 기업이 내 앞에 놓인 효과 없는 규제를 없애려고 할 때, 이른바 ‘빽’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아다니며 힘을 빼기 보다는 비슷한 규제들이 어떻게 바뀌고 사라졌는지를 온라인으로 다 알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규제를 쉽게 풀 수 있다면 규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비용,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규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규제가 우리의 안전과 환경을 지켜주는 건지,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규제 유지에 비용만 들고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닌지, 졸속 규제는 아닌지, 쏟아지는 국회의원 발 규제를 이대로 놔둘 건지… 계속 따지고 물어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언론도 노력해야겠지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규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정리해, 또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과 함께 한 SDF 다이어리는 여기까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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