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민학생들의 꿈 중에는 꼭 ‘과학자’ 또는 ‘발명가’가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들에게 영웅과도 같았던 <로보트 태권V>, <마징가Z>, <우주소년 아톰>, <철인 28호>, <메칸더V>와 같은 만화 영화가 큰 영향을 줬겠지요. TV브라운관에 나만의 로봇이 등장할 때면 만화 영화 주제가를 부르며 ‘언젠가 저런 로봇을 만들어서 타고 다닐 거야’라고 다짐했던 ‘X세대’(1975~1984년 출생) 여러분들, 안녕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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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로보트 태권V>, 오른쪽 위 <메칸더V>, 오른쪽 아래 <우주소년 아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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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꿈을 꿨던 때로부터 40~50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날아다니는 로봇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로봇 키드’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수소문 하다가 공경철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를 알게 됐습니다.
공경철 교수는 국제 재활로봇 올림픽인 ‘2020 사이배슬론(Cybathlon)’에서 지체장애 1급 김병욱씨와 함께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2018년엔 평창 동계패럴림픽 성화 봉송자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을 만들 분입니다. 이에 앞서 2017년엔 ‘엔젤로보틱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웨어러블 로봇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공 교수님의 회사를 찾아가, 로봇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같이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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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성화 합화식에서 하반신 마비용 보조 로봇을 착용한 前 장애인 테니스 국가대표 이용로씨가 성화를 넘기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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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렸을 때부터 로봇을 개발해야겠다는 꿈을 가지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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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제가 만드는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뭔가 만든다고 하는 것에 끝판왕이 자동차, 비행기, 그 다음에 로봇… 이렇게 가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로봇에 꽂혔던 것 같아요. 로봇을 해보면 해볼수록 뭔가 습득하고 연습하고 이러면 또 뭔가가 생기고… 그래서 끝까지 잡히지 않는, 도망가는 기술을 제가 쫓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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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로봇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와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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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는 게 태동이 된 거는 꿈과 희망이거든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신기하고 미래적이니까 영화의 소재가 되고… 90년대부터는 대학 연구실의 단골 주제가 되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침체기가 한 번 왔었다가 부흥기가 온 건데요, 지금은 예전과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아이들의 꿈과 희망 이런 것도 아니고, 대학 연구실 차원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기술이 발전하는 단계에 도달한 거죠.
로봇이 내 생활에 들어올까?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들이 이런 기대를 한다는 게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봐요, 다만, 로봇이 일상생활에 들어오려면 결국 문화가 되어야 하잖아요. 지금은 로봇이 전문가의 일을 바꾸고 있는 단계인 건 확실하고요. 아직 개인의 일상을 바꾸기에는 전 단계, 중간 단계입니다. 일상을 바꾸려면 문화가 바뀌어야 되고 문화가 바뀌려면 너도나도 관심을 가져야 되는데, 지금은 과도기에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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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때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했으니까 20년이 됐네요. 사실 웨어러블 로봇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사람의 몸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박사 할 때도 부전공은 의공학(醫工學)으로 했어요. 사람과 로봇 다 관심이 있는데, 웨어러블 로봇을 안 했다면 ‘휴머노이드(Humanoid: 외모가 사람과 비슷하고 두 발로 걷는 로봇)’를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휴머노이드는 이미 쟁쟁한 분들이 많이 계셨고, 자연스럽게 웨어러블 로봇은 어떨까 하고 호기심이 있었는데 지도 교수님이 이 분야가 유망하다고 해서 그때부터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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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활 쪽으로 로봇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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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보행 장애인과 부모님을 만나고 난 뒤에 어떻게든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또 어려울 것 같기도 한 거예요. 나동욱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님과 대화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에 ‘다 모르겠고 이거 내가 아니면 누가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초연해졌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그냥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지는 않고요. 어느 날 갑자기 이게 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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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물류 웨어러블 슈트(suit)도 개발하셨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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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법이 발효되자마자 국내 1등 물류 기업에서 사고가 난 거예요. 그래서 저희한테 같이 솔루션을 찾자고 제안을 줬어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이용해서 1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요. 그 결과물로 ‘웨어러블 슈트’가 나왔던 거죠. 제품화를 완료했고요. 무동력인데 몸을 보호해줘서 ‘웨어러블 로봇’이라고 안 부르고 ‘웨어러블 슈트’라고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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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미래팀 박준석 차장이 웨어러블 슈트를 착용한 뒤 15kg 무게의 상자를 손쉽게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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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 뭔가 갖다 붙일 수 있는 영역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언젠가는 옷도 다 로봇화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얇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가시화 되어있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천도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있고, 구동기를 이용해서 관절을 보호하고 힘을 도와주는 기술도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개발하고 있고요, 그런 기술을 조합해서 옷을 만들면 여름옷·겨울옷을 따로 입을 필요도 없고요.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옷이 매년 제주도 섬 만하게 나온다고 하는데요. 평생 한두 벌 정도의 옷으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도 합니다.
패션도 디스플레이에 패턴을 뿌리면 되잖아요. 좀 어지럽다고 하면 정적인 이미지를 뿌리면 되고요. 혹시 압니까? 옷에 뿌려진 이미지들이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돼서 NFT로 사고팔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또, 프랑스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디스플레이에 뿌려지는 이미지를 만들지 압니까? 그러면 의류에 대한 새 패러다임이 열릴 것 같아요. 그 정도는 바뀌어야 일상이 바뀌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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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을 개발할 때 어떤 게 가장 어려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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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종합 예술 분야여서 대규모의 팀이 필요하더라고요. 상용화를 하겠다고 한 이상 처음부터 개발을 다시 해야 되고, 디자인도 따로 해야 되고. 거기에다가 생산·품질 관리, 영업· 마케팅도 잘 해야 되고… 그런데 로봇의 미래를 다들 모르잖아요. 저도 잘 모르겠데 다른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봐야 되잖아요. 불확실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되는데, 팀을 크게 꾸리려면 사람들도 설득해야 되고 시스템도 마련해야 되고 투자자·고객도 설득해야 되고…
그런 면에서 영화 ‘아이언맨’이 큰 역할을 했지만, 저희의 공공의 적이기도 한 게… 저희 얘기를 하면 모두들 ‘아이언맨’을 만들려고 하나 보다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셨다가, ‘아이언맨’은 불가능한 거였구나 하고 깨닫고… 팀을 구성하면서 발생하는… 어떤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그런 부분, 그 안에서 미션과 비전을 설정해야 하는 부분, 그러면서도 미래 지향적이어야 되는데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거여야 되고… 나름대로의 건설적인 애로사항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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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을 처음 입어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따뜻한 몸에 차가운 기계가 닿았을 때의 느낌이 어떨지 상상이 안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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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은 따뜻합니다.😊 모터에 열이 올라와서 따뜻합니다. 전혀 차갑지 않고요. 감성적으로도 따뜻하고요. 그리고 제가 로봇을 입을 때 어떤 감동을 받지는 않아요. 시행착오 끝에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거여서… 갑자기 ‘짠’ 하고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장애인분들도 로봇을 처음 입을 때는 두려움이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일어서 있는 것을 너무 어색해 하세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감동이 오고 그렇지는 않아요. 서서히 일어나는 일이고. 다만 모든 일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나서 돌아보면 그때 가슴이 벅찬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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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 이주현 선수가 로봇을 입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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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이 상당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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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이 많이 들죠. 더 큰 문제는 시간이고요. 로봇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더 커요. 그래서 최근에 모듈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일종의 레고 블록 같은 걸 만들어 놓고 있는 건데요. 그 이유가 이걸 개별적으로 개발했다가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비용은 아무리 조금 잡아도 수억 원 이상 듭니다. 기간도 최소 몇 개월 이상 걸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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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워크온슈트’, (우)보행 장애 환자를 위한 ‘엔젤렉스’./엔젤로보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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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화를 한다고 하면 임상시험 반년, 인증에 1년은 걸리고요. 개발 이후에 해야 되는 일들도 많고요, 문제는 임상시험을 하다가 문제점이 발견되면 고쳐야 되잖아요. 그래서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분야이고요. 처음에는 힘들었죠. 비용도 없고 잘 안 되니까. 처음에는 대출도 받고 그랬는데… 생각하면 그때 잘 지냈으니까 지금 이렇게 기술이 쌓여 있고 로봇을 많이 만들고… 이럴 수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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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 분야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규제나 제도가 발목을 잡는 경우는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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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는 없었어요. 그것보다는 창업을 하니까 사회 시선이 선의를 갖는 게 아니라,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게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지금 데이터 관련 규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기업들이 데이터를 가져가면 나쁜 짓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 같아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식 같은 게 있어서… 제가 피해를 보거나 한 건 아닌데. 굉장히 조심하게 돼요.
기업에서 일을 펼쳐나갈 때 똑같은 일을 교수로서 할 때 보다는 훨씬 조심하게 되고 사람들의 어떤 인식이나 선입견을 신경 쓰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서 일도 벌이기도 전에 지치는 느낌이고 그래요. 내가 왜 굳이 신경 쓰면서 이런 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규제는 아닌데 문화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들이 몸을 웅크리게 만들죠. 우리가 안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우리나라의 모든 데이터는 ‘구글’이나 ‘애플’에서 점령할 거예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드는 게 외국에 서버를 두고 우리나라 데이터를 싹쓸이를 해가면 방법은 없고, 그런데 국내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면 눈치 보이고…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예요. 이건 누구를 위한 거지? 이런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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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이배슬론’에서 1등을 하셨는데, 교수님의 어떤 로봇 기술이 금메달을 따게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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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이배슬론 대회를 앞두고 저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어요. 얼마나 그랬냐면 우리나라 언론이 스위스에 가서 저희를 촬영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그냥 자유롭게 하다가 리허설 할 때부터 판이 바뀌었죠. 미션을 다 클리어하며 3위하니까. 스위스 공영방송의 메인 뉴스에 저희기사가 나갈 정도였어요. 3등을 한 것도 좋은 소식이긴 했지만 1등을 못 했으니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왜 안 됐을까 하고 고민을 했는데, 저희가 로봇을 입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잘못 생각했던 거예요. 주로 걷기인 줄 앉아 있는 것과 서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목발 같은 것을 땅에 짚지 않아도 오래 서 있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현존하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로봇 중에 제일 빠른 보행 속도가 구현이 됐고, 미션도 제일 빨리 할 수 있었고 그래서 2020년에 금메달을 땄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그 안에 들어가는 구동기부터 회로 등 다 저희가 만든 거라서 굉장히 자부하는 기술들이예요. 유난히 자부하는 것 중에 하나는,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 달라서 걷다 보면, 로봇이 학습해서 걸음걸이를 맞춰주는 그런 기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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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20 사이배슬론 대회에 김병욱 선수가 '워크온 슈트4'를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우) 금메달과 동메달 수상 후 기뻐하고 있는 선수와 연구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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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단계 로봇으로 교수님께서 뭘 개발하실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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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다양한 로봇들이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시기가 빨리 도래할 거예요. 사실 로봇 한 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더 이상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로봇에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 상상하는 걸 빨리 만들 수 있게 인프라와 기회를 제공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만드는 뭔가에 저희의 기술을 제공하고 회사 로고 붙이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다양한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는 그런 ‘로봇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고요.
물류 웨어러블 슈트뿐만 아니라 환경 미화원분들을 위한 슈트도 나올 거고요. 재활 치료가 어느 정도 된 분들을 위해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웨어러블 슈트나 로봇도 막바지 단계에 있고… 결국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 중에서도 사람한테 가장 딱 달라붙어서 사람의 정보를 디지털 세상에 넣는 역할도 하고, 또 거기에 있는 정보를 가지고 내 몸에 어떤 정보를 가하는 그런 양방향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야말로 아주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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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팀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공경철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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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와 로봇이 합쳐져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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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겁내는 거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로봇들인데요. 보행을 하면서 굉장히 액티브하게 돌아다니는데, 그 안에 AI 기능이 들어가서 행동을 자율적으로 하게 되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되고 이러면 어떡하지? 이런 것에 대해 걱정하시는 거잖아요. 거기에는 기술적인 허들이 많이 있어요.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AI가 바라보는 시뮬레이션 세상과 로봇이 바라보는 실제적인 물리 시스템이 맞아떨어져야 되거든요. AI가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한 것이 실제 세상에서 그대로 구현이 될 때, AI가 생각한 대로 로봇이 행동을 하게 되는 건데 사실 어려운 기술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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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로봇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영화 <아이, 로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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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간 안에 로봇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돌아다니고 이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는 ‘인간의 피드백 작용’이라는 걸 강하게 믿는 사람이어서요. AI 로봇이 위험한 짓을 한다고 하면 그것에 반대되는 뭔가를 또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은 분명 그 정도의 피드백 작용을 할 수 있는 지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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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의 미래에 대해서 밝은 면도 있겠지만 또 어두운 면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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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 로봇들을 보면, 대부분 로봇 때문에 사람의 일자리가 버려진 게 아니고 사람이 버린 일자리를 로봇이 어쩔 수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거든요. 로봇을 사용하는 게 편하지 않아요. 유지 보수도 신경 써야 하고요. 앞으로의 인간 사회가 어떻게 되어 갈 거냐를 보면, 힘들고 위험한 일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로봇이 잘 할 게 많아요. 제가 오래전부터 봐도 사람들이 먼저 버리지 않는 이상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버려질 일은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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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조리용 협동 로봇이 도입된 한 매장./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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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독일 뵐링어 회페 스마트 공장. 로봇들이 고성능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공장에서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아우디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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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힘든 일을 안 하게 되면 일자리를 잃은 분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의 격차가 생길 거란 말이에요. 여기에서부터 ‘자본주의 Chapter 2’인데요, 기술로 부를 많이 쌓은 사람이 복지 개념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베풀 것인지가 있고, 또 하나는 사회가 뒤집히지 않고 유지되려면 기술과 부의 상관관계를 인정해줘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념이긴 해요. 우리나라보다 조금 빨리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나라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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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아이들의 꿈이 의대 진학 아니면 건물주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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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남들이 과학고 진학을 준비할 때 ‘나는 공고 갈 거야!’라고 했어요. 그냥 만들고 싶어서요. 그런데 지금 나름 잘살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지금 많은 아이들이 휘발성 공부를 너무 많이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지치니까 보상 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도전하고 꿈을 꾸고 이렇게 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이뤄지는 걸 하고 싶다 보니 의대를 간다거나 하는 건데 안타까워요.
국가의 부를 창출하려면, 외부에 뭔가를 팔거나 라이센스를 하거나 이래야 하는데, 이게 결국 다 기술이거든요. 나라의 미래를 봐도 결국에는 똑똑한 아이들이 기술 개발을 많이 해줘야 되는데… 동네 초등학생 수학 학원에 가면 의대 반이 따로 있을 정도이니 갑갑한 거죠, 참고로 제가 대표, 의사가 부대표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 생각보다 보람이 크고 보상도 많이 오는 것 같아서 좋은데… 아이들한테 불확실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챗GPT로 우리나라 아이들한테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게 이론적으로 틀렸다는 게 공론화가 시작되면 저는 교육부 앞에 가서 1인 시위하려고요. 다 뜯어고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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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교수님만의 철학이 있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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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좀 안 좋다고 해서 ‘시력 저하 장애인’이라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안경을 끼면 되니까요. 웨어러블 로봇이 나아갈 방향도 같아요. 근육이 손상이 되거나 노인성 근 감소증이 있으면 ‘그냥 로봇을 입으면 되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게 그런 세상을 열려고 합니다. 웨어러블 로봇이 앞으로 갈 방향과 비전은 이런 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행 장애’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없애고 싶어요. 그 날까지 노력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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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를 하다가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누가 처음 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챗GPT에 물어보니 1920년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이 '로썸의 만능로봇들(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희곡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네요. 슬라브어에 강제 노동자를 뜻하는 ‘Robota’가 있는데, 그 단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희곡 내용은 강제노동에 시달린 로봇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는 내용이라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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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펙의 '로썸의 만능로봇들' 희곡을 토대로 BBC가 1938년에 TV로 방송./출처 카렐 차펙 기념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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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반란’ 상황까지는 안 왔지만, 로봇의 ‘뇌’ 역할을 할 AI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AI 빅뱅’이 어떤 대폭발을 일으키고 어디까지 퍼져갈지 사실 가늠도 안 됩니다. 여기에 이제 로봇도 우리 곁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동화 로봇은 이미 공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애완견 로봇, 재활 로봇, 인간형 2족 로봇 그리고 입는 로봇까지 개발됐으니, 우리가 이런 로봇을 체감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겠지요. 아마도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사람처럼 두 손과 두 발을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봇이 어렸을 때 열광했던 만화영화 속 거대 로봇처럼 나타날까요? 아니면 영화 <아이, 로봇>처럼 차갑게 다가올까요?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멋지게 출근하는 날이 올까요? 이 로봇들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우리의 생산성을 유지시켜 줄 수도 있을까요? 조금은 두려우면서도 어렸을 때의 호기심을 다시 꺼내 ‘로봇 모먼트(moment)’를 기다려봅니다.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로봇이길 바라며. 동시에 아이들의 꿈도 커졌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 SDF 다이어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인사이동으로 제 뉴스레터는 오늘이 마지막이 됐습니다. 11개월 동안 ‘SDF 찐팬’을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을 뻔했던 제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보내드린 편지가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그동안 저의 도움말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장시간 제게 지식을 전해주신 교수님들과 전문가님·작가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SDF에 더 많은 응원과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리며 늘 건강하세요!
(글: 이승재 기자 jerry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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