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82

Ep.182SDF 20년을 통해 배운 '시대의 변화 방향!'

2024.01.10

[*일부 오자 수정 및 내용 추가가 발생해 재발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전하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SBS D포럼에 지금까지 참여한 연사 수는 모두 몇 명이었을까요? SDF만 해서 772명, 거기에 2017년까지 개최했던 미래한국리포트에 참여한 연사 수까지 합치면 912명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거기에 참석자는 무려 74122명!!! 👏

SBS가 개최해 온 사회공헌 지식 나눔 포럼에 관심 가져 주시고 같이 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지난 20년 SDF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깨닫게 된 시대의 변화상, 변화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SDF초기만 해도 여전히 전체의 80%가 소수 20%에 의해 결정된다는 개념인 파레토의 법칙[1]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소수 엘리트가 결정하면 사회가 따라가게 된다는 콘셉트인데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부와 권력까지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집 안에 컴퓨터 한 대쯤은 둘 수 있게 되고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확산되면서, 또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되면서는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SDF연사였던 니코 멜레 하버드 케네디 스쿨 교수는 ‘거대권력의 종말’이라는 강연에서 퍼서널 컴퓨터의 제작을 비롯한 ICT기술의 진화가 ‘급진적 연결성’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기술이 권력을 ‘거대기관’에서 ‘개인’으로 옮겨 놨다는 것입니다.
[1] 파레토의 법칙: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1896년 발표한 경제 법칙으로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80대 20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 니코 멜레 교수는 실제 퍼서널 컴퓨터의 등장은 기득권을 불신한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2018년 SDF연사였던 조희정 박사도 배터리와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으면 어떤 개인도 공개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주목하는 공통의 이슈가 생기면 소셜미디어든 유튜브든 포털이든 평소에는 약한 연결이었던 것이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개인들이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개인의 관여력이 증가하는 시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용정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지역, 종교, 도시와 농촌, 자본을 중심으로 세상이 구분되었고, 대표자와 국가와 조직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연결된 개인’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촛불집회, 또 미투 운동 등에서도 바로 그 연결된 개인들의 힘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 조희정 정치학 박사는 현재의 디지털 노마드[2]인 청년들은 기술의 연결성으로 인해 어른들보다 많이 아는 최초의 세대라고 전했다.
[2] 디지털 노마드: 21세기형 인간으로도 불리며 디지털 장비를 몸에 갖추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개념은 17, 18세기 유럽의 사회계약을 기초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 들었던 이름인 홉스, 로크, 루소 같은 분들이 ‘신보다는 인간’을 강조하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유럽의 백인 남성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개념이다 보니 여성, 아이, 동물, 식물 등은 지배의 대상으로 인지해왔다고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SDF2020에서 전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발발하고 코로나의 원인이 기후 변화, 집약 농업, 삼림 벌채 등 에코데믹[3]의 일부라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만 중시해 온 사회적 계약의 모습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장들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가 확연해지는 시대를 맞아 인간 중심에서 이제는 동물, 식물, 미생물과의 공존을 고려하는 ‘자연계약’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3] 에코데믹: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가 2003년 내놓은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 환경 및 자연의 순환 과정의 파괴가 신종 전염병의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나온 개념. 전통적인 의미의 감염병과는 차별화되는 ‘환경 감염병’을 이르는 말.
▲ SDF2020 연사 푸드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SDF2021 연사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인간가치센터 생명윤리학 석좌교수.
SDF에서는 김홍중 교수 외에도 ‘동물 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 대학 석좌교수, 비건 레시피를 확산하는데 진심인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 등이 자연과의 새로운 계약에 큰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여온 연사들이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기존에 우리가 익숙해왔던 먹고사는 방식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는데요. 학교도, 회사도 직접 가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웬만하면 아파도 일하는 게 미덕이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아프면 학교도, 회사도 가지 않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 [SDF다이어리 15] ‘타인의 안전: 언택트와 피땀눈물’ 중 인용.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모두에게 위험한 감염병의 시대에도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며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필수업무 종사자'들이 있음을 새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 보건소 직원, 소송인력, 택배기사 등이 대표적인데요.

SDF2020의 연사인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기 대응 인력이 소진되지 않게 적정노동과 위험수당 같은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를 비롯한 불확실성 재난이 이어지는 시대,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필수업무 종사자’들의 평가 절하 되어있는 노동의 가치를 잊지 말고 반드시 재고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챗GPT를 비롯한 AI가 일상에 들어오게 되면서 화이트칼라[4] 일자리, 즉 창의적인 일자리까지 대거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장 지적재산권을 놓고 미국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에 들어갈 정도로 후폭풍이 적지 않은데요.

거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분쟁, 미-중 간 기술주권을 둘러싼 긴장관계로 인해 유통망이 분절되면서 이전 같은 방식의 자유무역이 어려워지고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기후 위기로 인해 이전과 같은 방식의 양적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에 SDF2023 연사였던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소아스 칼리지 연구교수와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글로벌 대전환 시대를 맞아 공유지에 대해 다시 정의 내리고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이 짜여 있어 변화하는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4] 화이트 칼라: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이르는 말. 푸른 작업복을 입는 생산직 노동자와 달리 흰 와이셔츠를 입는다는 의미에서 유래.
▲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SDF2023 연사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교수.
코로나 전까지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신체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을 중시하면서 상대적으로는 몸을 쓰는 일을 평가 절하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고 물리적인 거리 두기로 실제 별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는 ‘움직임의 힘’의 중요성이 새삼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SDF2020의 연사 켈리 맥고니걸은 움직임이 실제로 행복해지고 탄력회복성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강연 전에도 춤을 춤으로써 불안을 열정으로 바꿔놓는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댄스 경연 프로그램들이나 여성들의 축구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또 AI시대를 맞아 AI가 자리를 빼앗을 수 없는 육체노동의 가치가 더 올라가고 있다는 기사들도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 SDF2020 연사 ‘움직임의 힘’ 저자, 켈리 맥고니걸 스탠퍼드대학 경영학 강사, SDF2021 연사 SBS골때녀 출연자 모델 이현이, 방송인 사오리.
그런가 하면 코로나 블루[5]를 비롯해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부상한 ‘외로움’의 이슈, 비대면에 익숙한 세대들이 겪는 소통의 문제 등 ‘탄력회복성(Resilience)’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많은 정신건강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신건강 이슈도 이제는 쉬쉬하기보다는 드러내고 같이 논의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5] 코로나 블루: 코로나와 우울감이 합쳐진 합성어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생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등을 이르는 말.
지난 20년간 다양성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더 이상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었는데요. 실제 다양성이 높을수록 혁신이 더 일어난다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입증되다 보니 이제는 아마존, 메타, 레고, 이케아, 맥도널드, 일리 커피 등 세계 유수의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리더십 교육에 ‘다양성’과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에 둔 '포용'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SDF2022의 연사 로니 에버겔 사람도서관 창립자는 전했습니다.
▲ SDF2022에서 개최된 ‘사람도서관’ 체험, SDF2022 연사 로니 에버겔 사람도서관 창립자의 모습
▲ SDF2022 연사 브라이언 헤어 듀크대 진화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과 교수
그런가 하면 또 다른 SDF2022의 연사 브라이언 헤어 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과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은 본성적으로 모든 개인을 평등하게 여겼고, 농경시대 이전의 인류는 굉장히 민주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자기가 직접 먹을 것을 잡아오지 않아도 먹이를 나누는데 누구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실제 자연선택적으로도 이러한 ‘다정함’과 ‘친화력’을 선택한 종들이 생존에 더 유리했다는 결과들이 많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민주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까운 시스템이고 민주주의는 우리의 다정한 본성 속에 자리한 어두운 면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라고 전했는데요. 더욱 다정한 미래를 우리가 원한다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어야 한다고 브라이어 헤어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SDF 20년을 돌아볼 때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은 아무래도 코로나19의 발발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맞으면서 그전 해까지 우리가 꼭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연사들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관심 연사가 아니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인류의 문명을 들여다보는 인류학자라든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가들, 그리고 틀을 깨는 상상을 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난 20년 SDF를 통해서도 우리는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변화의 방향은 그래도 개개인들이 더 안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SDF가 지난 20년, 포럼으로서는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다음 주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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