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184

Ep.1840.7이 1보다 0에 가까운 이유

2024.01.24
1.24 1.17 1.05 0.98 0.92 0.84 0.81 0.78 이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8년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1]을 순차적으로 나열한 것입니다. 2018년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계속 하락 중인데, 잠정적으로 2023년 0.72, 2024년에는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 0.7명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렇게 표현합니다. “A depopulation exceeding what the Black Death delivered to Europe in the 14th century.”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보다 한국의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 그런데 SDF 다이어리 구독자님들은 인구 감소를 실감하시나요?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저출산 얘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니 인구가 줄어드나 보다 싶지만, 솔직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1] 합계출산율: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로 한 국가의 출산력 수준비교를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표. (출처: 통계청)
<출처: 뉴욕타임스>
우리는 왜 인구 감소를 체감하지 못하는 걸까요? 혹자는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닌 축복’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맞는 얘기일까요? 합계출산율 0.7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참담한 수치인지 몰라서 하게 되는 착각과 오해가 많습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과 인구에 대한 오해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Q. 0.7이란 수치는 무엇을 함의하나요?
합계출산율 0.7이라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수치냐면, 여성이 100명 있어요. 그러면 아이를 몇 명 낳을까요? 100명이 있으면 70명이죠. 그다음 세대가 30년 정도 지나서 다음 세대 아이를 몇 명을 낳을까요? 70명에 0.7을 곱하면 한 50명 될 거라고 생각하시죠?

아니에요. 70명이 아니라 35명에서 0.7을 곱해야 돼요. 70명 중에 딸과 아들이 있잖아요. 35명에 0.7을 곱하면 25명이 돼요. 그러니까 100명이 불과 1세대 반 만에 25명으로 줄어드는 거죠. 그런데 정확히는 이것도 아니에요. (여성 100명의 배우자이자 자녀의) 아빠가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200명이 25명으로 불과 1세대 반 만에 줄어드는 거예요. 엄청난 숫자죠. 자연계에 있는 어떤 생명, 어떤 종이 이 정도 합계 출산율을 보였다면 사이즈와 무관하게 멸종을 고민해야 되는 종이에요.
Q. 멸종을 고민해야 한다지만, 우리는 왜 실감을 못할까요?
출산을 하면 어쨌든 아이가 늘어나니까 인구가 늘어나는 거죠. 합계출산율이 낮다고 해도 사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거잖아요. 그리고 딱 그 세대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있어요. 어머니가 있고, 그의 자식이 있고, 30년 후에 또 자식이 있고, 사람들이 계속 채워지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인구 감소가) 눈에 안 보이는 흐름처럼 보이는 거예요.
Q. 인구가 줄어드는 게 왜 문제인 거죠?
저출산 고령화, 그러면서 딸려오는 지방소멸 문제가 커지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굉장히 불평등한 세상이 될 거예요. 격차가 커지고, 불평등이 커지고, 그래서 사회적 갈등도 높아지는… 격차는 계층과 지역과 세대를 따라서 터질 거예요. 사회적 연대성이 떨어지고 사회가 굉장히 안정적이지 않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데 빨려 들어가게 되는 거예요, 우리의 삶이. 그렇기 때문에 저출산이 문제인 거예요,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니까. 그리고 그 공동체의 위협 속에서 우리의 삶도 위협을 받을 거니까요.

이 얘기는 제가 꼭 해드리고 싶은데요. 지금 학생 수가 너무 빨리 줄잖아요. 그러면 학급 수를 줄여야 되고, 교사 수를 조정해야 돼요. 교사 수를 조정하는 방법은 지금 계신 분들을 줄이든가, 아니면 신규 채용을 안 받든가.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신규 채용을 안 받는 식으로 하죠.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를 청년들에게 전가하는 거예요. 세대적으로도 굉장히 불공정한 시대로 점점 더 흘러가고 있어요. 갈수록 청년들이 몰리는 사회가 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 것이냐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하고, 방향성을 설정하고, 특히 기성세대의 양보를 끌어내야 해요.
Q. 과거에는 오르락내리락하던 합계출산율이 2015년부터는 줄곧 내리막이에요.
우리나라의 위기적 저출산이 시작된 게 2002년~2003년이에요. IMF 위기에서 청년들에게 타격이 오면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60만 명이 무너지고, 2002년도에 50만 명이 무너졌어요. 그러고 나서 출생아 수가 줄다가 2005년에 1.09 정도를 찍고서 그다음에 상승을 해요. (출산을) 계속 미뤄오다가 재개된 거죠. 약간 올라오는데,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요. 그러면서 출산율이 고꾸라지고, 이것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10년 반복해요. 그래서 인구학자들은 1점대 초반에서 우리 합계출산율이 멈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인구학적으로 굉장히 이상한 사건이 2015년과 2016년 사이에 터져요. 출산율이 등락 없이 떨어진 게 하나 있고, 두 번째는 유배우(有配偶) 출산율이 갑자기 떨어져요. 결혼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이를 안 낳아요. 또 어떤 사건이 있느냐면, 우리나라 출산의 80% 정도는 신혼부부가 낳거든요? 그런데 신혼부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게 또 2015년이에요. 또 2010년부터 15년까지는 지방의 순유입이 플러스, 그러니까 수도권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향이 많았어요. 이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토 균형 개발이라고 해서 세종시도 짓고 혁신도시도 짓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효과를 좀 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갑자기 사라져요. 2015~2016년부터 갑자기 수도권 순유입으로 돌아서고 이게 강해져요. 그러니까 2015년, 2016년쯤부터 청년들 사이에 우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굉장히 큰일들이 있었던 거예요.
Q. 인구 감소는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지금 아이에 대한 수요, 가족에 대한 효용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어요. 가족학자들은 가족에게 중요한 기능이 세 가지 있다고 얘기해요. 하나는 정서적 친밀성, 두 번째는 돌봄, 세 번째는 생활공동체. 그런데 우리나라는 IMF를 겪으면서, 특히 사교육이 심화하고 경쟁 체제로 가면서 사회가 이상하게 변했어요. 아이는 공부만 하면 되고, 엄마는 뒷바라지만 하면 되고, 아빠는 돈만 벌어오면 되는 세상이 돼버렸어요. ‘어떻게 행복하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연봉이 얼마냐’, ‘아파트가 몇 평이냐’, ‘애는 어느 대학을 갔느냐’ 이게 우리 행복의 지표가 된 거예요. 지금의 청년들이 성장기를 그렇게 보냈어요. 그러니까 가족에 대한 친밀성을 경험하지 못했어요. 가족에 대한 효용성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사회 구조가 청년에게 불리한 구조이고, 가족이 행복하지 않고, 특히 여성들이 피해를 많이 보는 구조예요. 이 내재적인 모순이 커진 이유는 무엇이냐? 저는 압축성장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압축성장을 하면서, 특히 IMF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가족의 가치를 너무 쉽게 버린 것 같아요.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잠깐 멈춘다고 하잖아요. 영혼이 자기를 못 따라왔을까 봐서. 우리가 성장하면서 놓친 가치들이 너무 많아요.
Q. 인구 감소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순 없었나요?
재작년에 아이가 25만 명이 태어났고, 이제 20만 명도 간당간당한데, 이 추세로 가면 곧 1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고, 10만 명 초반대로 떨어지고, 한 번 더 가면 만 대로 가겠죠. 1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게 정해져 있는 거예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1971년생이 100만 명이 태어났어요. 82년생은 한 80만 명이 태어났고요. 우리는 80만 명, 100만 명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고 세상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사회 구조는 거기에 맞춰져 있어요. 예를 들면, 학교·대학·국방, 심지어 회사도 소비자나 이용자가 한 해에 100만 명에서 80만 명 태어났을 때에 맞춰 설계돼 있어요.

이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게 되면 충격이 크죠. 저는 이걸 보면 너무 안일한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은 인구학자가 오버하고 과장하는 게 아니라, 이미 굉장히 심각한 수준으로 들어가 있는데, 인식 자체가 너무 늦었죠.
Q. 인구에 대해 바로잡아야 할 사실들이 있나요?
언론 보도 중에 UN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틀렸어요. UN에서 그런 말을 만든 적이 없어요. 1956년 UN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노인 인구의 비율이) 7%가 넘으면 임의로 ‘Aged Population’으로 정하겠다는 구절이 한 구절 나와요. 그걸 일본 사람들이 오역했어요. 일본의 노인 정책을 개혁할 때, 1970년대에 14%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80년대에 20%라는 개념을 만들어요. 그런데 일본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그 개념을 그대로 가져온 거예요.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일본에서 공부한 타이완 학자들만 이렇게 얘기해요.

14%나 7% 이렇게 정해도 돼요. 문제는 뭐냐면, 우리는 인구에 대한 논의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 자체가 너무 없다는 것이에요.
Q. 혹자는 인구가 줄어드는 게 뭐가 나쁘냐고 말해요.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인구 구조가 (전체적으로) 쪼그라드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줄어드는 건, 사람들이 랜덤하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노인이 많아지고 젊은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사망자가 많아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줄어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고령화의 한 현상이에요. 이걸 모르는 분들이 사이즈가 줄어드는 게 뭐가 나쁘냐고 말해요. 구조를 모르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인구 감소 사회의 축복이니, 인구 감소가 우리 경쟁을 완화시켜 주고 부동산값도 내리고 취업난도 해결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인구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에요.
Q. 비혼 출산율을 높이면 출산율이 오를 거란 사람들도 있어요.
세계적으로 비혼 출산이 많은 나라들이 출산율이 높아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비혼 출산율, 동거 부부의 출산율이 유배우 출산율, 그러니까 기혼 부부의 출산율보다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해석하느냐면, 비혼 출산율이 더 높으니까 (유배우 출산율과) 섞으면 출산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합계출산율은 미혼 동거 부부의 출산율과 유배우자 부부의 출산율을 (더한 게) 아니라 분모가 그냥 모든 여성이에요.

저는 비혼 출산과 그걸 지원해 주고자 하는 법을 굉장히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이게 저출산 정책은 아니에요. 외국 논문을 조금만 찾아봐도 아는데, 비혼 부부는 (기혼 부부보다) 출산율이 더 낮아요. 동거가 뭐예요? 결합하기도 쉽고 깨지기도 쉬운 거잖아요. 이게 불안정하다고요. 그러니까 아이를 덜 낳아요. 그런데 이걸 지금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정책으로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나라는 기혼 부부도 아이 낳고 키우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동거 부부, 비혼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 이건 정말 환상, 가상적인 얘기예요. 오히려 결혼할 수 있는 친구들을 비혼으로 유도하면 출산율이 더 낮아질 위험성도 있어요.

우리나라가 먼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이 되면, 그다음에 비혼 출산이 많아지고 출산율도 오를 거예요. 그래서 저출산 문제는 비혼이냐, 기혼이냐가 아니라 왜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 힘든가, 왜 짝을 못 만나고 독립을 못 하는가, 이런 관점으로 봐야 풀려요. 청년들의 생애 과정 자체가 지금 뭔가 중단돼 있는 거예요.
인구 감소는 곧 대한민국 청년의 위기입니다. 지금 청년들의 생애 과정에서 빠진 것이 무엇일까요? 정부는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여러 출산 지원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지만, 지원 사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이민 정책이 논의됩니다. 이민을 허용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상림 박사는 우리에게 닥친 인구 감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인구에도 OO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OO은 무엇일지, 다음 주 뉴스레터를 통해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 이혜미 기자(par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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