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 컨트롤타워가 될 ‘이민청’ 신설 움직임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재개된다고 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지고,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민을 받아 인구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실제 이민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까지는 첩첩산중이지만,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이민청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지자체는 저출생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청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이민청 논의를 시작할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민청 설치에는 응답자의 65%가 찬성했지만, 이민정책 활성화에는 '동의한다' 50%, '동의하지 않는다'가 46%로 팽팽했습니다.[1]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의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이민’은 과연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이주 문제를 연구하시는 이충훈 박사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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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2022년 12월 26일~28일 전국 18세 이상 1010명 대상 전국지표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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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부 주도로 이민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다 보니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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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대로 된 진단이 있어야겠죠. 요즘 인구문제를 얘기할 때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지나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인구가 줄긴 주는데 유엔 추산으로는 2050년에 대한민국 총인구는 4,500만 명 정도가 됩니다.[2] 즉, 현재 5,100만 명 중 600만 명 정도가 줄어드는 거거든요.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이걸 ‘절멸’, ‘소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서구 국가들의 합계출산율도 한국처럼 0명대는 아니지만 인구가 유지되기 위한 2.1명(대체출산율)에 훨씬 못 미쳐요.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측면도 있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에서는 인구를 역전시킨다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듭니다. 안정적인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 인구 문제를 얘기할 땐 인구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두려움에 겁을 먹거나, 아니면 몇 가지 계획으로 인구를 완전히 반등시킬 수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담론들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런 극단적 논의로는 제대로 된 방안을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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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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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멸’ 같은 말로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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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겠죠. 뉴욕타임스가 유엔과 세계은행 데이터를 분석한 기사를 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예요. 그래서 아직은 우리가 저출산 고령화 영향을 잘 체감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2050년이 되면 한국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는 거예요. 동시에 일자리 분리가 이뤄지죠. (3D직종의 경우) 내국인들은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하고 이주 노동자가 떠맡는 그런 일자리에 대한 충원이 갈수록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이민에 관심이 모이는 거라고 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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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젊은 이민자를 받는 건 불가피한 일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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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가 들어왔을 때 사회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아요. 다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이민은 노동권 같은 권리 보장 없이, 또는 이민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 노동력만 갖다 활용하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과거 발전국가[3] 시대의 노동력 동원 방식을 ‘이민’으로 대체하는 거죠. 발전 국가 모델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을 수는 있어도 미래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또다시 그런 모델이 필요할까요? 이렇게 이민이 다뤄질 때마다 저는 현재의 위기, 변화돼야 할 부분들을 자꾸 과거 얘기로 틀어막는 느낌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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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어사전에 따르면 발전국가란 ‘사유재산과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에 따라 압축적 산업화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공동체 이익의 증진을 도덕적 이념으로 삼는 나라’를 의미함. 한국에서 ‘발전국가론’은 1960~70년대 압축적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주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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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정부가 외국인 의사를 투입하겠다고 했던 기사가 떠오르네요. 내부 문제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데서 동원하겠다는 발상이 비슷한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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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꾸 말씀드리는 게 정부 정책 결정자들이 이민과 관련해서 그런 방식의 정책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거예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끌고 가는 거죠.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노동 정책의 동원 대상으로서 이주자를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니 한국의 이민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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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하신 대로 외국인만 들여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이 계속 양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이민자 비율을 주요 5개국(G5) 평균인 11%대까지 높이면 10년간 650조 원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한 한 재계 연구소의 보고서 같은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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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필요에 따라 해외 노동력을 동원하겠다는 관점의 정책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요? 이민을 떠나보낼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넘치던 국가들의 상황도 달라지고 있어요. 인구 변화와 경제 성장 수준을 봤을 때 동남아 국가들도 곧 지금의 한국처럼 되거든요. 베트남이 성장하는 속도를 보시면 굉장히 급격하잖아요. 이민을 고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앞으로 10년도 안 되어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는 이민정책이라는 게 기껏해야 10년짜리밖에 안될 수 있는 거죠. 2050년 유일하게 생산연령인구가 남는 곳은 아프리카와 인도밖에 없어요. 중국 인구도 2050년까지 1~2억 명이 줄어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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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이 앞으로 이주자들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이주자석’[4](migration magnet)으로 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이주를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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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이나 중국은 인구 규모가 큰 만큼 인구가 더 줄어들 테니 그만큼 더 많은 이주자가 필요하겠죠. 우리나라는 동일한 인구 풀을 놓고 그 국가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어요. 어차피 이주민들도 들어오면 노령화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젊은 이주자들이 복지시스템을 유지하고 고령화의 문제를 개선하는 측면이 있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도 여기 살기 시작하면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고 나이를 먹습니다.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결국은 이민자들의 패턴도 한국 사람들이랑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오래 살고 아이를 적게 낳을 겁니다. 왜냐하면 살고 있는 사회가 똑같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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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주자석’은 이주민들을 자석처럼 강하게 끌어당기는 유입국을 지칭하는 단어.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암스테르담대학교 헤인 데 하스 교수는 저서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에서 ‘미래에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정치가 안정된다고 추정하면 중국이 주요한 이주 자석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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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서 왔더라도 한국으로 오면 생애 패턴이 비슷해진다는 거군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생각을 못했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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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점이 또 있어요. 이민이라고 하면 요즘 들어오는 것만 생각하는데 한국의 젊은 층도 나간다는 겁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는 이민을 주로 보내는 ‘이출 국가’였지만, 최근엔 이민을 주로 받는 ‘이입 국가’로 변했다고들 하죠. 이건 출입국 통계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나가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는 의미일 뿐, 한국인이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거든요.
특히 한국인의 경우에 교육 수준이 높고 고숙련 노동자도 많아서 다른 나라에서 수요가 꽤 있어요. 교사가 부족한 뉴질랜드의 경우도 그렇고요. 또 최근 유럽으로 이주하시는 분들 보면 경쟁 사회의 압력을 피하기 위해, 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찾아서 가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왜 나가는가, 거기서도 답을 찾을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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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나라 젊은이들을 데려오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 층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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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들도 삶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잖아요.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는 경제적으로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국가가 나서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보장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사회보장이 됐든 기본소득으로 얘기되든, 삶의 기반을 재구축하고 삶의 질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 속에서, 인구 감소에 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이주자들에 대해서만 배타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 나가면서 거기에 이민자들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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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이민을 가고 싶진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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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인구학적 문제는 출산율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살 문제가 있죠. 2000년대 들어서면서 통계상으로는 20~30대 여성 자살률이 높았어요. 그러면서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가 된 것이고요. 2010년대 들어오니까 노년층 자살 문제가 또 등장합니다. 지금 뉴스에서 사라진 것 같지만 이게 자살률이 낮아져서 사라진 게 아니고 여전히 높은데 얘기가 안 되는 겁니다. 이런 여러 인구학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잘 다루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든 퇴행적 전망이든, 정확한 전망이 나오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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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을 듣고 보니 먼저 우리나라가 ‘살고 싶은 나라’, ‘매력적인 국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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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씀드리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 자체의 삶의 질과 공동체적 복지 이런 것들을 튼튼히 하는 과정 속에서, 여기에 이민자들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얘기하는 게 훨씬 더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국이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도 나갑니다. 외국인 들여오는 것만 생각하면 안 되죠. 결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사회가 미래에 살 만한 곳으로 바뀌어야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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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훈 박사님과의 대화를 한 마디로 축약한다면 ‘매력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민 정책만 별도로 고민할 게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되면 아이도 낳고 이민도 올 거라는 겁니다. 그럼 ‘매력적인 나라’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했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돈의 가치가 가장 우선하는 사회풍조를 저출생의 원인으로 짚었습니다. 그는 “물질적 성공이 매우 중요한 사회에선 계산하게 된다. 풍요가 우선인데 여성들이 왜 그런 선택(출산)을 하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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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노인부양 부담이 커지자 국가가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미래 일본사회를 그린 영화 <플랜75>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생산성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영화 구상의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인은 왜 아이를 갖지 않을까? 여성과 노인 자살률은 왜 여전히 높을까? 단지 노동력 동원을 위한 이민 정책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이충훈 박사님을 비롯해 각자 다른 관점에서 인구문제를 고민한 전문가들의 이야기에서 해답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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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래팀 문준모 기자 (moonje@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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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문준모 기자 : 정치, 외교, 사건 등을 취재하다 SBS D포럼 20주년 준비팀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실적 해법이 담긴 포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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