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211

Ep.211"재밌는 걸 쫓다보니 도전적이 됐어요"

2024.08.14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전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기쁜 소식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1회 ‘SBS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 수상자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지난해 SBS D포럼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AI시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기술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그랜드 퀘스트’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는데요. 당시 제안한 그랜드 퀘스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지원해 주기위해 ‘SBS 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가 신설됐습니다.

그랜드 퀘스트를 이끌어온 이정동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장은 당시 ‘그랜드 퀘스트’를 과학기술과 산업분야에서 아직은 해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찾게 될 경우 그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도적적 질문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당시 SDF2023에서는 1년 동안 10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의 전문가가 참여해 10개의 도전적 질문을 도출했습니다.
이에 SBS문화재단과 서울대가 ‘SBS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를 신설해, 중?장기적 과학기술분야의 난제를 연구하는 신진학자 2명에 대해 3년간 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SBS D포럼에서 제시한 화두가 실제 확산을 해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 것인데요.

제1회 ‘SBS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의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Q. 제1회 SBS 문화재단 그랜드 퀘스트 어워드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재직 중인 백민경이라고 합니다. 저는 인공지능이라는 계산 도구를 활용해서 저희의 생명현상의 핵심인 단백질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 구조를 기반으로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능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상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소재와 연산 알고리즘의 공동 최적화를 통해 기존 인공지능 반도체보다 효율적인 초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김상범 교수님께 먼저 여쭐게요. 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디지털 형식이 아닌 아날로그식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날로그 반도체가 무엇인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제가 하는 연구 분야를 더 정확하게는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이라고 부릅니다. 크게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에서 사용하는 컴퓨팅 소자는 디지털 방식처럼 0과 1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0과 1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값들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면적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아날로그만큼 또 중요한 개념이 ‘인 메모리 컴퓨팅’이라는 용어입니다. 기존의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메모리와 연산 장치가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곱하기 b라는 연산을 하기 위해서는 a와 b가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에 가서 데이터를 연산기에서 가지고 와서 곱셈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나온 값을 다시 메모리에 저장을 하는, 메모리와 연산 장치가 구분되는 구조입니다. 이에 반해 ‘인 메모리 컴퓨팅’ 방식에서는 a와 b를 곱한다고 했을 때 a와 b라는 값을 저장하고 있는 소자 자체에 곱셈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요즘 인공지능 반도체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메모리와 연산 기능이 구분되어 있다 보니 둘 사이에 데이터가 오고 가느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데 '인 메모리 컴퓨팅' 방식에서는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곳에서 데이터를 옮길 필요 없이 바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특징을 갖게 됩니다.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 신소자 어레이 측정 실험 중인 김상범 교수>
Q. 저희가 한참 아날로그에서 지금 디지털로 가야 한다고 해서 디지털화를 하고 있는데요. 왜 다시 아날로그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수십년 전에 컴퓨팅을 우리가 아날로그로 해야 될지, 디지털로 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결론은 우리가 연산의 정확도와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날로그 방식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0과 1 외에도 무수히 많은 값을 저장하고 있다 보니 이게 0.3이라는 값이 나왔을 때 실제 0.3이 저장되어 있어서 0.3이 나온 것인지 0.29인데 노이즈가 섞여서 0.3이 나온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즉, 연산의 정확도에 있어서는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에 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산을 하자’가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것을 고민하게 된 이유가 인공지능 연산의 특징이 우리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일반적인 연산의 특징과는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은행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뺄 때 컴퓨터로 처리한다고 하면 거기에는 오류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되지만 사진 속에 사물이 무엇인지 맞추는 문제를 푼다고 하면 어차피 사람도 100%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컴퓨터 역시 100% 맞히지 못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대화할 때도 많은 비문이 섞여 있어도 우리가 문제 삼지 않고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산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부정확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정확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인공지능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연산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노이즈가 있어도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연산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아날로그 연산의 장점은 무엇인지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관련된 이론은 상당히 오래전에 제시가 되었는데요. 저희가 수행하는 인공지능 연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과 시간을 차지하는 부분이 벡터와 행렬 연산 부분입니다. 벡터와 행렬 같은 경우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산을 수행하면 훨씬 빠르게 병렬적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이론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대부터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사람들이 인공지능 연산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행렬과 벡터 연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옛날에 나와 있었던 아이디어를 살려 아날로그 방식으로 매우 저전력으로 빠르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Q. 백교수님께도 여쭐게요. 얼마 전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다 밝혀졌다 이런 기사들도 나오고 구글 딥마인드에서 단백질의 RNA, DNA 생체 분자 구조와 결합을 예측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이런 얘기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하시는 연구와 어떻게 연계되거나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혹은 단백질의 기능이나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그런 연구를 인공지능과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보여줬을 때였어요. 그전까지는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게 SF영화 아니야? 이런 느낌이었는데 알파고를 본 순간, 생각보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많이 올라왔구나 이게 과연 과학연구에도 접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저도 인공지능을 뒤늦게 배웠거든요. 뒤늦게 인공지능을 배우면서 원래 연구하고 있던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는 연구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접목해 볼 수 있을까라는 연구를 많이 했었습니다.

딥마인드가 최근에 발표한 알파폴드나 알파폴드의 후속작들은 제가 하는 연구랑 사실 굉장히 비슷해요. 저도 이제 단백질 혹은 생체 분자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걔네들의 구조를 예측해 보고 그 구조를 기반으로 또 어떤 단백질과 혹은 어떤 다른 분자가 결합하는지, 그 결합 구조를 예측해 보면서 이해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많은 부분 사실 맞닿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라고 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좋은 원동력이 되고 있는 거죠.
<백민경 교수가 개발한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로제타폴드’는 ‘사이언스’지에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는 ‘네이처’지에 같은 날, 같은 시간 공개>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로제타폴드’라는 단백질 구조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는데 운이 좋게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랑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개가 됐습니다. 제가 만든 것은 ‘사이언스’에, 구글 딥마인드는 ‘네이처’가 논문이 공개됐는데요. 그때 사람들이 처음으로 생명과학이라는 게 그동안은 실험으로만 연구되는 학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험이 아닌 다른 계산 방법, 혹은 AI를 활용해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워낙 임팩트가 컸었고 2021년 한 해 총 결산하면서 사이언스 저널에서 올 한 해 가장 혁신적인 연구로 10개를 뽑은 뒤 독자와 에디터들에게 투표를 하게 됐는데 둘이 일치한 게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이 생명과학 연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줬다고 해가지고 올해의 최고 혁신연구로 선정됐습니다.

단백질에 대해서는 구조나 결합정보를 굉장히 정확하게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경우 90% 이상 어려운 경우에도 7,80% 나옵니다. 그런데 항체는 좀 얘기가 다릅니다. 항체는 우리 몸 안에 외부 침입 물질이 들어왔을 때 맞서 싸우는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요. 어떤 침입물질이 들어와도 대비할 수 있어야 돼서 굉장히 유연한 저희가 룹이라고 부르는 손끝이 이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유연한 구조로 우리 몸에 들어온 외부 침입 물질을 붙잡습니다. 침입물질에 따라 붙잡아야 하는 형태가 달라질 텐데 굉장히 잘 바뀌기도 하고 유연성이 뛰어난 친구들이라서 정확한 구조 예측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최근에 나온 알파폴드3도 연산을 1천 번 넘게 시도를 해야 얘가 어디에 붙을지 50~60% 정도 알 수 있다 하거든요. 제가 개발하고 있는 항원-항체 결합구조 예측 인공지능도 알파폴드3랑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더 나아가 단순하게 주어진 항원에 주어진 항체가 결합할까? 결합한다면 어떤 구조로 붙을까? 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항원 단백질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우리가 과연 설계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항원-항체 결합 구조의 예측 정확도가 거의 90% 가까이까지 올라가야 하고 예측을 넘어 설계까지 할 수 있는 기술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단백질 구조 모델링 기술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
-단 몇 분 내에 단백질의 고정확도 구조 예측 가능>
Q. 산업계가 아닌 학계에서 이런 결과를 내셨다니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멋진데요. 실험실에서 하는 것과 AI로 접목할 때 가장 달라지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실험실에서 그동안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AI를 접목할 수 있는 것인데요. AI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친구입니다. 실험을 하면서 끊임없이 데이터가 누적이 되어 있었고 그게 버려지지 않고 어딘가에 잘 축적이 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알파폴드, 로제타폴드와 같은 방법들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인데요. 그래서 점점 더 실험 데이터의 중요성을 저희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실험 데이터들이 버려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분야 중에 하나인 단백질 설계, 항체 설계 이런 것들은 실험하면 성공한 데이터만 남았습니다. 실패한 건 사실 굳이 기록으로 남길 이유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버려졌어요. 그래서 열심히 데이터를 긁어모아도 성공한 사례만 있고 실패한 사례는 없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을 학습하려면 성공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했을 때 실패한다를 보여줘야지 얘네들이 좀 더 밸런스 있게 잘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험과 AI는 사실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실험에서 성공과 실패의 사례 모두를 계속 검증해서 끊임없이 AI에게 피드백을 주고 AI는 그 데이터를 받아서 먹고 자라면서 실험하시는 분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하는 상생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측된 항체구조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백민경 교수>
Q. 이번에 SBS문화재단과 서울대학교에서 당장은 해법이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개발되면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큰 중장기적인 연구를 하는 신진학자들을 지원하는 상을 신설하게 됐는데요. 1회 수상자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10년 넘게 연구를 해오고 있다 보니까 가장 필요한 게 다학제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소자의 노이즈 문제를 아까 언급해 드렸는데 최대한 노이즈를 줄여야 되는 것이 맞긴 한데요.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자 연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러 근본적인 한계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을 개선하면 노이즈 수준이 1이 아니라 10으로 높아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자도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알고리즘, 또 소자와 알고리즘 사이에 위치하는 회로라든지 컴퓨터 아키텍처와 소자 간에도 서로 공동 최적화가 되어야 상호 보완적으로 서로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고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그랜드 퀘스트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다학제적인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게 많은 분들이 장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인데요.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는 혼자 할 수 없고 여러 관련된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어떻게 보면 미래에 그런 기술을 직접 개발하게 될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런 그랜드 퀘스트를 통해 어떤 기술이 미래에 유망한 지, 미리 접해볼 수도 있고요. 인공지능 기술만 해도 50년, 60년 전 나왔을 때 많은 관심을 받다가 기대 만큼 좋은 결과가 안 나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관뒀다가 무슨 계기로 또 관심을 받다가 하는 식으로 부침이 좀 있어왔는데 이번 프라이즈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도 ‘그랜드 퀘스트’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자체가 한번 더 항체 설계가 중요한데 왜 안되지? 뭐가 문제지? 어떻게 해결해야 되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윤태영 교수님과 같이 대화를 해가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일회성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로 이런 난제가 있습니다를 발표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랜드 퀘스트 프라이즈’를 통해 연구를 실행해 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저희에게 ‘응원가’ 같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너네가 얘기한 것 정말 중요한 문제니까 정말 한번 해봐’ 이렇게 응원하시는 것처럼 느껴져서 앞으로도 좀 이런 중장기적 계획, 좀 더 도전적인 연구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Q. 교수님들 하시는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고 인공지능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인공지능이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문제들, 핵융합기술, 환경문제 해결, 치료제 개발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요. 그런데 저희가 온전히 인공지능의 큰 잠재력을 누리려면 소수의 돈이 많은 부유한 개인과 기업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반도체의 효율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저전력으로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저렴한 반도체가 개발되고 그래서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가 누구나 강력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전력으로 구현되는 지금보다 1000배 향상된 인공지능반도체칩의 개발이 가능할까?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매우 유능하고 자율성을 갖춘 개인비서, 동료, 조언자를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갖는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인류의 행복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항체 설계 관련 연구들도 많이 하고 있지만 기존의 생명과학 연구는 대부분 상관관계 파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병에 걸린 환자분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까 유전자에 살짝 문제가 있더라 이 유전자랑 이 병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연구들이지 인과관계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는 인과관계까지 설명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저희 세포 안, 혹은 몸을 이루는 세포 사이들의 상호작용 지도를 인공지능 혹은 다른 계산 기법들을 활용해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지도가 있다면 어디가 고장 났을 때 저쪽의 전혀 상관없는 데에서 시그널이 온다고 하면 저희가 지도가 있으면 여기에서 저기까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고 그거에 따른 인과관계를 추론해 볼 수가 있잖아요. 질병 치료에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더 효율적으로 전략도 세울 수 있고, 생명 과학 연구 측면에서도 왜 그러한 현상이 생기는지에 대한 더 합리적인 가설을 세움으로써 새로운 발견들을 더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겠습니다 보다는 굉장히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말 기초적인 도구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Q. 지난해 ‘그랜드 퀘스트’ 연구를 얘기하실 때 이정동 교수님께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게 ‘기술주권’이었거든요. 기술주권의 차원에서는 지금하시는 연구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 몇 나라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특히 제가 하는 아날로그 인 메모리 컴퓨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냅스 소자가 전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메모리 소자와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이 꽃을 피우면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앞서 나가고 있지만 이제는 지키는 것도 중요해서 우리가 기술을 조합해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국가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전세계에서 중요한 국가로서 더 역할을 확대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가운데 항체와 관련된 치료제>
글로벌 시대이고 자유로운 시대라고 하지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 간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우리나라는 어떤 기술을 가져야 하느냐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항체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바이오 제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있고요. 셀트리온도 있고 항체를 잘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은 많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조에 특화돼 있고요. 그런데 항체나 백신을 설계할 수 있는 바이오 관련 설계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나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작 우리가 자체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거죠. 제 생각에는 제조만 가지고는 주권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기술 주권을 제대로 갖추려면 바이오 제조뿐 아니라 설계할 수 있는 능력까지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제 그랜드 퀘스트의 한 꼭지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 항체 설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바이오와 관련된 AI든 어떤 도구든 간에 이런 것들을 활용해 좀 더 이해도를 쌓아 이 기반으로 새로운 걸 설계하는 기술에 있어서도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중장기적인 난제를 풀기 위해 이런 지원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중장기적인 연구를 더 잘 수행하려면 결국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 계속 AI와 바이오의 접목이 중요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AI를 공부할 게 아니라 바이오를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AI와 바이오가 같이 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요. 저희가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이미 국내에 갖춰졌나 하면 대부분 없습니다. AI를 개발하는데 특수한 컴퓨터들이 필요하거든요. GPU가 많이 달린 슈퍼 컴퓨터가 필요한데 연구실별로 각개 전투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연구비를 따서 자기 랩에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죠. 국가적인 컴퓨팅 센터를 만들어야 되지 않냐 논의는 계속되는데 사실 좀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연구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야 관련 연구를 하는 인력도 많아질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정 분야와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하시는 분들이 아예 없거나 계속 바뀌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A라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B를 하게 되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 그런 연구를 기획하시는 분,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몇십 년 동안 계획을 가지고 과제도 방향도 설정해 주시고 일관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들이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면 제가 외국에서 학생으로 있을 때 기업과제를 해보면 학생으로서 연구를 평가하러 오시는 분이 매년 같은 분이 오고 몇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해오셔서 어떤 분야에 어떤 연구가 이뤄졌는지를 다 알고 계셔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없다 보니 우리한테 연구계획 세워달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문맥도 모르는데 연구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최선은 다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내가 하는 게 맞나? 좀 더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분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것도 참 많은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부분만 조금만 더 보완되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런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개발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7일 서울대학교에서 인터뷰 중인 백민경 교수와 김상범 교수>
국내에 이렇게 도전적인 과제에 치열하게 노력하는 수준 높은 연구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뿌듯함을 느꼈는데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래와 같은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생각하면 정말 많이 흥분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도 많이 되고 연구하면서 큰 기쁨도 있고, 그 기술을 통해 인류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생각돼 보람도 있습니다. 제가 이공계로 진학할 때는 사실 큰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고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 못했는데요. 누가 그런 얘기를 나한테 미리 해줬다면 좀 더 빠르게 이 길을 찾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고, 특히 요즘에는 그런 과학기술에 대한 질문들이 예전과는 차원이 달라져서 ‘인간의 수명이 아주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너무 발달해서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핵융합 기술을 통해서 에너지가 공짜인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막대해지고 있어서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연구할 때 즐겁거든요. 그래서 꼭 '이런 연구자가 될 거야'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하던 걸 쫓다 보니 이 자리에 오게 됐는데 연구를 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게 중요하니까 '정말 중요한 문제니까 이것을 풀어야 해'라기보다 '이런 문제 좀 재밌는데?'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장기적인 프로젝트, 파급력이 여기까지 갈 수 있겠구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저희 연구에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문준모 기자 : 정치, 외교, 사건 등을 취재하다 SBS D포럼 20주년 준비팀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실적 해법이 담긴 포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석철 전문위원 : 미디어 정책과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 업무를 주업으로 하다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가올 미래, 사람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그 의미가 SDF에서 구현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혜미 기자 : 2008년부터 경제부, 사회부, 뉴미디어 분야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써왔습니다. '번아웃'을 경계하고 일상 속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살고 있습니다.


김은비 작가 : 시사, 교양, 예능, 웹콘텐츠 등을 구성해왔습니다. 20주년을 맞은 SBS D포럼 역시 재밌고 의미있게 준비해보겠습니다.

이유원 작가 : 보도, 시사, 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이야기를 듣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지구, 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SBS SDF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살고 싶어지는 사회를 꿈꿉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Welcome to the home of feel-good thinking! SDF의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송현주 마케터 : SDF의 SNS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SDF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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