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SDF다이어리 Ep.250

SDF다이어리 Ep.2501조 들이는 'K-AI' 선발전...국제 무대에도 설 수 있나

2025.07.02
지난 금요일 오후, 서울 역삼동 포스코타워엔 청바지에 티셔츠, 검정 배낭을 메고 노트북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인파는 3층 행사장 좌석을 꽉 채웠고 앉을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통로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습니다.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AI 거대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육성하는 공모 사업의 첫 설명회였습니다. SK텔레콤, LG,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부터 업스테이지, 래블업, 코난테크놀로지, 트웰브랩스, 크라우드웍스 등 업계에 잘 알려진 AI 스타트업들, KAIST, 연세대 등 대학들과 연구기관들까지 큰 관심을 보이며 모였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최하는 1조 245억 원 규모 사업의 정식 명칭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목표는 최신 글로벌 AI 모델과 비교했을 때 최소 95% 성능을 갖춘 한국만의 고유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육성입니다. 과기부는 국내 기업들과 기관, 대학들 가운데 컨소시엄을 구성한 5개 정예팀을 뽑아 이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다음 달 내로 5개 팀을 선정해 지원을 시작하고 올해 12월 말부터 이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최종팀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선정된 팀들에겐 단계별로 GPU H100 1000장, B200 500장 등이 지원되고, 100억 원 규모의 공동구매 데이터, 28억 원 상당의 데이터 구축 비용 등이 지원됩니다. 또 해외 우수 연구 인력을 유치 시 인건비와 연구비 등 연간 20억 원 규모의 지원도 이뤄집니다.

12월 말부터 한 팀씩 떨어지는 단계별 평가에서는 ‘국민 사용 평가’까지 도입돼 대국민 오디션을 방불케 할 예정입니다. 새 정부의 ‘AI 100조 투자’ 정책의 첫 삽과 마찬가지인 이 공모전, 국내 AI 업계를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울산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챗GPT 있는데 소버린 AI를 왜 개발하냐? 낭비다. 이런 얘기는 사실은 저 베트남에 쌀 생산 많이 되는데 뭘 농사를 짓냐? 사 먹으면 되지. 이런 얘기하고 똑같은 거죠.”
지난달 20일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말입니다. 엔비디아가 각 국가에 더 많은 GPU를 판매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소버린 AI'는 주권을 뜻하는 ’소버린’과 인공지능의 ‘AI’를 합쳐 만든 말입니다.

국내에선 해외 기술이나 플랫폼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 데이터, 인프라, 자원을 활용해 만들고 운영하는 AI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해외 오픈AI, 구글의 챗GPT, 제미나이가 대표적이며, 네이버가 클로바 등 자체 모델을 출시하며 소버린 AI를 강조해 왔습니다.

해외 기술과 규제에 종속되지 않는 이 독자적 AI 개발을 대통령도 강조하고 나선 겁니다.

사실 새 정부 출범 직후 과기부 AI수석 자리에 ‘소버린 AI’를 강조해 온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임명하는 등 인사로도 ‘한국 독자 AI 모델 개발’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기획된 '월드 베스트 LLM 공모전'을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공모전’으로 이름을 바꾼 뒤 연계,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공모전의 목표도 ‘최신 해외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보이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건데, 그 끝에 우리만의 전략 자산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견해가 분분합니다.

우선 ‘95%’의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모호합니다.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LLM의 성능을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방법으로 평가 했을때 95%가 나오는지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95% 달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해외 거대언어모델과의 전반적인 성능 비교를 의미한다면 지원금, 개발 규모부터 차이가 크게 납니다. 미국은 향후 4년간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조 원을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또다른 AI G2국인 중국도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그런 가운데 GPU 1000장 등 지원으론 국제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는 ‘95%’ 국가대표 LLM을 만들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패스트 팔로워로 어느 정도 비슷한 성능을 가진 K-AI 모델을 만들었을 때 Open 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모델들을 제치고 국내와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강하게 제기됩니다. 올해 3월 기준 챗GPT의 전 세계 유료 구독자 수는 2000만 명 가까이 되고, 한국 유료 구독자 수도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이보다 더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만들어도 기존 시장의 틈에 뛰어들 수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란 겁니다.


신기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 체감 관점에서도 현재 우위에 있는 거대 모델들을 대체할 모델을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산업 특화형 모델을 만들어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등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의미가 있도록 (이번 공모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 부연구위원이 언급한 대로 국내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한국어 기반 LLM을 개발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공모 사업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시작으로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된 전문 AI 모델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단 게 업계 시각입니다.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준비 출근 첫날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강점이 있는 제조·의료 등 다양한 산업군 데이터에 특화된 AI 모델이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버린 AI’ 외 ‘버티컬 AI’(보건·의료·금융 등 특정 산업에 특화시킨 AI) 중요성을 언급한 겁니다.
업계에선 ‘소버린 AI’의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국어 특화 모델’ 등 협소한 의미로 쓰이면서 정부의 AI 정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단 우려가 있습니다. 또 AI 기업, 대학, 기관들이 각자 다르게 ‘소버린 AI’를 정의하면서 곳곳에 혼선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임용 서울대학교 교수(인공지능 정책 이니셔티브(SAPI) 디렉터)는 “한국형 소버린 AI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한국 원천 독자 기술, 데이터, 자원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블랙핑크도 멤버 절반이 다른 문화권에서 교육받고 자랐는데, 결국 국내에서 육성돼 해외로 잘 진출한 K-pop 가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AI 인사들이 ‘소버린 AI’의 개념을 좀 더 유연하게 정의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저런 우려와 기대 속에 정부의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공모 사업은 닻을 올렸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기업, 기관, 대학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장 이번 달 21일까지 사업 공모를 신청해야 합니다. 국내 굵직한 기업들은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규모 있는 AI 스타트업들이나 대학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SDF 다이어리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공모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을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스타트업들이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전하게 될 SDF다이어리 AI 스타트업 시리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여현교 기자, yhg@sbs.co.kr
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정연 기자 : 우리 미래를 위해 들여다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합니다.


여현교 기자 : 우리 사회에 생기는 궁금증을 콘텐츠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우승현 부장 : '문화'가 붙는 모든 것의 스밈과 작동 방식에 지속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준기 PD : 프로듀서로서 TV와 온라인, 제작과 마케팅의 길을 두루두루 거쳐 2025년부터 SDF에 둥지를 트게 되었습니다. 제작 사업의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최고의 브랜드 SDF를 한층 더 멋지게 빛내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Cool SDF~~!!

정선년 작가 : SDF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보연 아트디렉터 : SDF의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DF의 지식을 레터와 콘텐츠를 통해 많은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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