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
다원화 시대, 갈라지는 사회를 보다
본질은 두고 물어뜯기가 앞선다. 생산적인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할 곳에는 논쟁과 혐오, 대치가 자리잡았다. ‘개인’과 ‘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현실을 한 겹만 들춰 보면 여전히 진영 논리나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개인은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안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 보다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회 갈등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대로 우리는 대한민국, 넓게는 지구라는 공동의 터전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스마트폰, SNS, 알고리즘…
휩쓸리고 있는 개인의 시간과 생각, 그리고 권리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고, 모르던 개인들과 연결 돼 지지를 받고 힘을 키울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한편,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 으로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의 기존 생각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이 가속화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SNS를 통해 ‘끼리끼리’하는 소통이 늘어났다. 언론은 본질보다 싸움에 눈을 돌리고 학교에서는 공감보다 경쟁을 먼저 배우고, 거대 플랫폼이 우리의 취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접하고 다른 의견을 듣는 능력을 잃어버리 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에게 이해될 수 있는 기회, 더 나아가 무엇에도 휩쓸리지 않 을 고유한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직접 대면하기 보다는 디바이스를 중심에 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우리는 모바일이나 컴퓨터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고 상대의 감정과 고통에 무감각 해지고 있다. 또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과거의 수직적 소통에서 느낀 거부감을 회피 한 사람들은 더이상 나와 다른 누군가와 대면할 필요조차 잃어가고 있다.
새롭게 같이 살기 위하여..
변화를 시작하는 질문을 던지다
SDF 2019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쉬운 현실에 ‘잠깐 멈춤’ 신호를 켜보려 한다. 현재 폭발하는 사회 갈등에는 어떤 시대의 요구와 실체적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이제는 마주하고자 한다. 언론, 정치, 기업, 학교가 그리고 당신과 내가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목소리와 주장을 가지고도 싸우거나 등 돌리지 않고 같이 살아갈 수 있을 지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찾아보려 한다. 변화는 늘 작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돼 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변화를 위한 그 ‘질문’을 제기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