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이미지에 링크한
영상을 시청하시면 작가들의 기발하고 깊은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한 해를 기다려온 SDF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 여러분이 SDF를 통해 만나보게 될 연사 가운데엔 지난 주에 처음 소개해드렸던 예술가
콜라보팀 ‘페르마타(Fermata)’가 있습니다. ‘페르마타’는 이대형 큐레이터를 예술감독으로 김영선, 이완, 최우정, 한석현
작가까지 총 다섯 명의 예술가로 이뤄져 있는데요. ‘페르마타’팀은
코로나 19 이후 겪어보지 못한 세상과 맞닥뜨린 우리 사회에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였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9월 한달 간 페르마타 팀원들이 집단지성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영상과 글로 공유하려 합니다.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우리 사는 세상을 심도 있게 지켜보고 있는 예술가들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이번 주엔 첫 번째 아티스트로 레코딩 아티스트 김영선 작가, 그리고 그가 속한 아티스트 그룹 ‘지구생각’의 생각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김영선 작가가 속한 ‘지구생각’은 사운드를 기반으로 네 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뜻을 모은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지구생각’이라는 팀명은 원래 있었던 건 아니고, 이번 SBS D포럼을 계기로 만들게 됐어요. 사운드를 중심으로 콜렉티브
아티스트 그룹(Collective Artist Group)을 결성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고요.”
- 김영선 레코딩 아티스트
김영선 작가와 지구생각은 이번 SDF 아트
프로젝트에서 ‘소리 채집’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소리의 속성은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 없어져버리는 우리
주변의 모든 소리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구생각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공한 소리들은 페르마타의 다른 아티스트들의 손을
거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형식의 미디어 아트로 탄생할 예정입니다. 김영선 작가는 특히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SDF의 청중들이 주변의 소리를 인식하는 폭이 좀 더 확장되는 경험을 하길 원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ce) 작품들
가운데 여러 관점의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는데, 저희가 이번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각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소리’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상기하실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
“이번 프로젝트에서 지구생각 팀이 제공하려 하는 자연의 소리는 특히 도시 경주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왜 경주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대해선 (지금의) 우리에겐
과거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현실이고 현대였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경주가) 과거와 현재를 계속 연결하는 관점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고.”
- 김영선 레코딩 아티스트
지구생각의 또
다른 멤버는 사진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김영일 프로듀서입니다. 김영일 작가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경주의 역사적 소리를 기록하는 데 관심을 갖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포럼에 저희가 들려드리려고 준비한 건 시간의 소리입니다. 경주는 항상 발굴이 일어나는 곳이거든요? 보통 통일신라, 1천 년 이상의 소리들로 내려가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표면 아래 어떤 역사 층의 소리들이 있었을까. 시간의 소리들이 거기 그대로 묻어 있거든요.”
“저희가 이번에 소리 채집을 위해 들렀던 문무대왕암의 경우엔 문무대왕이 듣고 계셨을
천 년의 소리를, 사실 우리는 그걸 들어본 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수중 마이크를 거기에 넣어서 어떻게 1천 년 동안 파도 소리가 거기 존재했는가, 이런 것들을 살펴보는. 그러면서 우리가 역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거죠.”
“지구생각이 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비어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도 입이 비어야 다음 걸
채워 넣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역사의 시간 속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찾아낸다고 할까. 소리의 풍경은 매번 변해요. 소리의 풍경은 듣는 사람의 상상 속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어있는 상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게 소리 풍경의 시작점이
아닐까.”
지구생각의 세
번째 멤버는 소리 장인으로 불리는 ‘톤마이스터’ 김민아 작가입니다. 김민아 작가는 현재 뮤직 프로듀서 겸 사운드 엔지니어로도 활동 중입니다.
“기술이 점점 더 좋아지다 보니까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밖의 것을 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할 수 있겠지만 녹음해서 듣는 소리와 헤드셋을 벗고 듣는 소리는 차이가 있어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것들을 들음으로써 우리가 좀 더 일상생활에서 감지하지 못할 뿐 거기에 소리가
존재하고 있구나, 이런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큐레이터 정미녕 작가는 지구생각의
팀의 사운드 작업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맥락을 만들어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지금 채집하는 소리가 우리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대해서 전체적인 맥락을 케이스 별로
생각하고 적으면서 기록을 남기고 아카이빙(Archiving)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직접 들어보니까 (지구생각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적으로 소리를 담을 수 있을까에 상당히 집중하더라고요. 기계를
통하면 소리가 변질되고 특성이 변해서 어떻게 하면 실제의 소리와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지구생각팀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경주의 여러 유적들을 수 차례 방문했습니다.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부터 자연과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소리들까지, 여러 종류의 소리가
전문 장비들을 통해 녹음됐습니다.
이 소리들을 건네 받은 다른 예술가팀은 또 어떤 작업을 진행하게 될까요? 다음
SDF 다이어리를 기대해주세요.
‘페르마타 팀’이
진행한 이번 아트 프로젝트의 제작과정은 매주 월요일 SDF 유튜브 채널, 그리고 매주 수요일 SDF 다이어리를 통해 공개됩니다. 또한, 작가들이 만든 최종 작품은 SDF 포럼 당일 오프닝과 연사 세션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