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Ep.60

2021.06.30

Ep.602030년, 밀린 청구서가 쏟아진다!

SDF 다이어리 구독자 여러분,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지난 주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의 인터뷰[EP.59 전 세계가 '0'에 빠진 이유 : 지금 당장 시작해도 촉박한 '탄소 ZERO']를 통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구독자 '꼬마친구' 님께서 잘 읽었다며 피드백을 보내주기도 했는데요 앞으로도 SDF 다이어리에 대한 구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sdf@sbs.co.kr

이번 주엔 지난 주에 이어 이유진 연구원의 인터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SDF 다이어리가 2주 연속 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드문 일인데요. 이 연구원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에 대한 학습과 토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2009년부터 한국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으며, 매번 시행령을 바꿔 목표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기 위해 출범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 이유진 연구원과 화상회의를 통해 눈 앞에 닥친 탄소중립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탄소중립 관련, 우리가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이 있나요?
제 그런 질문을 많이 하세요. 지난 10년 가까이 안 지켰지만 별 문제 없었는데, 앞으로도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되는 게, 기후 위기가 정말 전례 없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독일, 캐나다, 미국 서부는 심각한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는 등 위기가 일상이 되었어요. 국제사회가 이전에는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지키지 않으면,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 부르며 창피 주는 정도에 그쳤는데, 요새 G7 회의 같은 국제 회의에서도 기후 이슈가 최우선입니다. 그러다 보니 탄소국경조정, 탄소 발자국 표시제도, 탄소세 같은 규제가 제도화되고 있습니. 기후문제가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 산업, 통상이슈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키지 않았을 때 경제적 불이익, 실업 같은 산업적 충격을 감내해야 할 텐데, 우리는 상관 없이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게 가능할까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더디자,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독일에서는 청소년들과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기후변화대응법이 기후위기 대응에 불충분하다며 위헌 소송을 내기도 했어요.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관련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판단하고, 일부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독일 정부가 2050년이었던 탄소중립 시점을 2045년으로 앞당겼던 거예요.

무엇보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방법이 있어요. 예전엔 재생가능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어.” 라며 고려조차 안했지만, 지금은 전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실제 유럽도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방향을 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가 꺾이기 시작했어요.
Q. 우리 정부도 최근 들어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있는데요.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다짐에 그치지 않을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선언을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번 G7 회의 때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지만, 곧 우리나라엔 그동안 미뤄왔던 청구서들이 한꺼번에 날아올 겁니다. 대한민국, 너희 선진국이야, G20 국가인데다, 코로나 때 방역도 잘 했잖아. 이제 기후 위기도 책임 져야지.’ 이제 우리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만 수립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줄여야 해요.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탄소중립 관련 협력 사항만큼은 유독 시점을 못박았어요. 다른 협력 사항들은 두루뭉술하게 원칙을 확인한 정도였던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한국은 상향된 잠정 NDC 10월 초순경에 발표하고, 최종 NDC COP26(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에서 발표한다.’고 명시했는데요, 미국이 당시 얼마나 우리를 압박했을지 상상되시나요? 저는 회담에서 잠정 NDC 발표 시점을 못박았다는 사실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정작 우리 나라 언론들은 이 부분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더라고요.
참고

<기후 및 청정에너지 공동 목표 진전>

(…)
한미 양국은 아래와 같이 협력한다.

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10월 초순 경 발표하고 상향된 최종 2030 NDCCOP26까지 발표한다. (…)

양국은 발전 부문 탈탄소를 위한 협력을 포함하여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에 부합하도록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를 도모하고 양국 정부 차원에서 청정 무배출 차량 개발을 촉진한다.

양국은 국제 공적 금융지원을 205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및 2020년대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 달성에 부합하도록 하고, 개도국을 지원하고 기후변화 대응 투자를 위한 공적 및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하며, 고탄소분야 투자에서 탈피하기 위해 협력한다. 한미 양국은 배출량이 저감되지 않는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모든 형태의 신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여타 국제논의 계기에 협력한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www.korea.kr)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야기되는 탄소중립 정책은 문재인 정권 임기 중에만 유효한 것이다. 다음 정부 때는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세요. 그런데 현재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책은 국제사회 최우선 의제로 자리잡았고 EU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현 정권에만 유효한 일이겠어요? 바이든 대통령 임기는 이제 시작했어요.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파리 협정, 탄소중립 같은 건 전 정부 때 이야기이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

Q.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전력 생산 구조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짧은 시간 진행할 수 없는 일인데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전력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수요관리와 에너지 효율화인데 이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과 세제를 개편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전기요금은 연료비 상승분도 제대로 반영이 안되는 구조입니다.

전기요금에 온실가스 배출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비용을 반영하면, 사회전체의 편익이 커집니다. 에너지효율 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쓸데없는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전기요금 원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용도별로 전압별로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털어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분야에서 나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고, 에너지전환에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솔직하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합의해서 해법을 찾아야 해요.

이제 캠페인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개인이 플라스틱 덜 쓰고 텀블러 들고 다니는 정도로는 절대 안돼요. 사회의 핵심적인 변화는 놔두고 개인에게 바뀌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시간은 이미 지났어요. 정말 안타까운 레토릭 중 하나가 우리 아이들, 자손들을 위해 기후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인데요. 기후위기는 더 이상 SF같은 먼 미래의 사건도, 30년 뒤 우리 자식 세대 이야기도 아니에요. 지금 바로 우리의 문제예요.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지 서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해요. 올해 10월초,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게 되면 이건 바로 지켜야 하는 목표가 됩니다. 석탄발전소를 더 빨리 폐쇄하고, 기업에 할당한 온실가스배출량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이죠. 산업과 일자리 충격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하고, 재생가능에너지도 늘리면서 전력망도 확충해야 합니다.

내년에 들어설 정부는 한국사회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역사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는지 묻고 답을 얻어야 하는 것이죠. 지난해 트럼프와 바이든 당시 미 대선 후보들을 검증할 때, 청년 세대에게 선택의 기준이 됐던 것은기후위기 대응이었다고 해요. 우리는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같이 있는데, 여기서 당선된 리더십이 향후 기후위기 대응 정책들을 좌우할 겁니다. 앞으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발견될 것이고, 국제사회의 탄소규제 정책도 속속 실행될 겁니다.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유진 연구원의 인터뷰, 어떻게 들으셨나요?

국제사회는 요즘 온실가스 감축 관련해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엔기후변화 협약이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겐 온실가스를 많이 줄여야 할 책임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지원 의무도 있다는 것인데요. 목적 달성을 명분으로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뜻일 겁니다.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시작해야 할 대화도 많아 보이네요.

이번 주 다이어리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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