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마음대로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으십니까? 여성? 남성? 로봇? 개? 고양이? 돌멩이? 다음
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요즘 핫하다는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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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디지털 세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데요. 게임에 익숙한 10대들에게는 이미 자연스럽다는 가상현실 체험이 어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책 ‘두렵지만 매력적인’의
저자이자 스탠퍼드 대학 교수인 제러미 베일렌슨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 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자신 대신 동료학자이자 제자인 안선주 교수를 추천했는데, 안교수는 지난 2019년, 40세 미만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중 교육, 연구 및 공공 서비스 공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한 명에게 매년 미국 저널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 교육 학회에서 주는 '크리그바움언더40상(KrieghbaumUnder 40)'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였습니다. 안선주 교수는 현재 조지아 대학 게임과 가상환경 랩(Games and Virtual Environments Lab) 소장이며 저널리즘과 매스미디어 대학(Grady College of 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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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국에 다니러 온 안선주[1] 조지아 대학 교수를 지난 2일 SBS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안교수
손에는 얼마 전에 랩에서 보내왔다는 최신의 가상현실 기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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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선주 조지아 대학 교수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학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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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말 올해 초부터
불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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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맨
처음 VR을 공부했던 2006년에는 가상현실 헤드셋이 5천만 원대였는데 지금 제가 오늘 가지고 온 헤드셋 같은 경우에는 250불까지
가격대가 내려갔기 때문에 타이밍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화제가 될 만한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이제 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팀 등으로 화상회의를 많이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제한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물건을 건네줄 수도 없고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도 없고요.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대략 70%가
비언어적인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화상회의를 주로 진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런 비언어적인 부분을 많이 캐치를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저희가
활동을 같이하게 되면 하다못해 악수를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뭔가 몸의 움직임이 같이 동반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되는데, 화상회의는 아무래도 가만히 앉아서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을 서로의 얼굴만 보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그 피로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런데 이제 메타버스 상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면, 이게 훨씬 더 많은 비언어적인 큐를 읽어낼 수가 있고, 서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어지면서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상호 작용의 넓이가,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대신에 아바타를 이용하게
되면 서로의 표정을 읽어내기가 좀 힘들어요 . 그래서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지만 , 만약에 이제 우리 모두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듯이 , 1인 1헤드셋의 시대가 도래를 하게 된다면 , 훨씬 더 다양한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가 있어서 지금이 VR과 메타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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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바타로 접속할 때 같이 있다는 느낌이 더 든다는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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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영화관을
가는 이유는 집에서 보는 영화도 재미있지만, 뭔가 사람들이 모여서 그 영화를 시청했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저희가 지난해 3월 말 메타버스에서 한 2천 명 정도 규모가 되는 VR학회를 열어봤었는데, 그 많은 참가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하다못해 슬라이드의 강의를 같이 보고 있어도, 내 옆에 누군가 아바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됐다, 누군가
같이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서 저도 사실 의외라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왜냐하면, 강의를 집에서 각자 인터넷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옆에 아바타가 같이 나와 뭔가를 공유하는 경험이 있었다는 게 많은 참가자들한테 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코로나 기간 동안 다 재택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좀 만화 캐릭터 같지만, 심지어
졸라맨 같이 전혀 리얼리즘이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뇌는 그걸 충분히 의인화해 이해하거든요. 이렇게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외로움이 훨씬 더 감소 되는 것을 저희가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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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DF에서 2015년, 2016년 한참 VR, AR얘기 하다가 약간 사그라드는 듯 했는데
다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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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이 굉장히 최근까지도 사실은 개별적인 경험들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무슨 박물관을 방문한다든지, 달나라를 간다든지 그런 류의 개별적인, 개인적인 그런 활동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고 (타인과) 공유를 못하다 보니 사실 VR이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았나, 결국에는 사람들은 서로 인맥을 만들고, 네트워킹 하는 데 뭔가 본능적인
동기가 있는데 그것을 만족하기 위해서 ‘소셜 VR’ 형태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하고, 메타버스의 미래는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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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임에서 캐릭터를 정할 때는 나는 여성이니까 여자 캐릭터 이렇게 고민없이 골랐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가 ‘멀티페르소나’라고도 하니까 쉽게 고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나는 어떤 아바타를 만들고
싶은가 고민도 하게 되고 쉽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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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학회를 열었는데, 바닥에 돌멩이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돌멩이가 그 사람의 아바타 였어요. 그래서 반드시 이게 로봇이나 뭐,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게 아니고,
나는 바닥에 돌멩이가 되고 싶다, 하하. 그래서 (돌멩이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듣고, 이렇게 하고 싶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그런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하기 힘든 부분들이 되게 많은 것 같은데, 이제
가상 현실에 들어서면서 해보고 싶었는데, 예를 들어서, 체면
때문에 못 했다든지, 뭐,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다른 인종이나 다른 동물이 될 수 없어서 못 했던 그런 경험들을 가능하게끔 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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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히려 나에 대한 정체성? 나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하게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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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왜냐하면, 현실의 나는 사실
사회적인 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외압과, 하하. 뭐, 외모적인 기준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부합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메타버스상에서는 아직까지는, 이게 미래에 들어서면 또 이제
여러 유저들이 생기면서 바뀔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굉장히 자유롭거든요?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와 똑같이 생길 필요도 없고, 음, 내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표현을 하고 싶은 대로
나를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생기고 싶냐. 이게 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이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첫 과제로 많이 내줘요. 네가 표현하고 싶은, 여러분이 되고 싶은 메타버스 내에서 그게 무엇이든
좋으니까 만들어보라고 하면, 사실 많은 학생들이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 현실의 나와 거의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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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죠. 자유로워 본 적이 없는 거죠. 왠지, 나는 그래도 여자가 되어야 할 것만 같고, 왠지 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고, 내 외모를 벗어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생각 외로 어려운 과제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를 만날 것인가? 어떤 집에 살 것인가? 어떤 세상을 가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은 진짜 굉장히 철학적이고, 하하. 깊고, 어려운 그런 좀 뭐랄까, 내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그런 것을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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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상의 현실에서 한 경험들이 저희가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체험들의 결과가 결국, 현실 세계에 직접적으로 반영 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바꿀 수도 있는 거고, 저희의 행동 양식도 바꿀 수 있는 거고, 저희가 아바타를 누구를 쓰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디자인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그 아바타로 활동을 했던 그 기억들이 저희가
잊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가상 현실을 끄더라도, 컴퓨터를
끄게 되더라도 그 기억들의 잔재가 남아서 저의 현실에서 생활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저희가 연구를 통해서 많이 깨달아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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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각이 바뀌거나 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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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제 ‘프로테우스 효과’라고 하는데, 저희가
아바타를 선택을 했을 때, 그 아바타에 관련된 컨셉과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자아에 대한
개념이 좀 겹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아바타와 좀 오래 이 활동을 했을 때, 혹은 내가 이 아바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했을 때, 그
아바타로서의 나와 현실의 나의 개념이 서로 합쳐지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래서 내가 가상 현실을 떠나고
현실 세계로 다시 진입을 하더라도 그 아바타로서의 나에 대한 개념이 같이 따라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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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내가 아바타로서 굉장히 키가 컸다면, 현실 세계에 나와서도 마치 내가 아직도 키가 큰 사람처럼 활동을 하게 되고, 예를 들어 학회 내에서 좀 내성적인 분들은 굉장히 힘들어 하시거든요? 네트워킹도
해야 되고, 명함도 이렇게 돌려야 되고, 모르는 사람과 악수를
하고, 이제 첫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메타버스 내에서는 아바타로 소통하고 또 상대방도 ‘팬더’라든지, 좀 재미있는 아바타라든지,
그런 캐릭터인 경우 훨씬 말을 붙이기가 편했다. 그리고 진입 장벽 자체가 굉장히 낮게 느껴졌다,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자기가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못하리라고 믿었던 부분들을 본인의 아바타가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자신감을
훨씬 더 극복해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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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 204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빈민가에 사는 젊은이들이
가상현실 세상인 ‘오아시스’의창시자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겨둔 3개의 미션에 아바타로 도전해 가상현실 세계가 악인에게 독점되는 위험에서 가상현실 세상을 구하는
내용의 SF영화. 새턴 어워즈(최우수 SF영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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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바타로 다른 성별이나
동물이 됐을 때 타인에 대한 공감도 커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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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연구가 이제 VR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이 연구를 진행을 하고 있는데, 사실 “VR이 무조건 공감을 늘린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워요. 타인을 이해를 한다는 것은 그
경험만 공유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살아 나가는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어야 되는데, 사실 VR로 저희가 전달을 할 수 있는 경험들은 굉장히 몇 가지 부분들로
국한되어 있거든요? 사실 경험을 공유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해보니까 사실 별거 아니던데?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VR 경험 하나만으로 공감을 얘기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경험, 그 사람이 하고 있는 경험을 내가 공유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다른 기존에 있던 매스컴 툴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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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메타버스’라는 말이
1990년대의 미국 SF 소설에서 처음 나왔잖아요. 대개
서구의 백인 남성들 시각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활동하시는 한국 여성학자로서 ‘다양성’ 관련해서는 어떤 관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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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저희가 요즘 들어서, 이제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가 굉장히 심화 되면서 아무래도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AI도 그렇고, 뭐, 메타버스도 그렇고, 많은
개발자분들이, 그리고 이걸 이끌어 나가는 이 개념들, 개념화하는
그런 활동 자체가 백인 남성 위주로 이게 이어지다 보니까 이제 과학적인 논제라고 이해를 하고, 그런
것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그런 정책들을 펼쳐 나가게 되는데 그러면 이건 사실 저희의 생각은 반영이 안 된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메타버스를 디자인하고, 그
메타버스라는 게 사실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건데, 그렇다면, 헤게모니는 누가 쥐고 있으며, 그 세계의 구조는 누가 만들고,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되느냐를 좀 생각을 해볼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이 세상은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데 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메타버스에 들어가게 되면, 세계관이 거기에서 정립이 되는 것 같거든요? 세계관이라든지, 가치관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그렇다면 저희 다음 후속 세대에 지금 이렇게 크고 있는 아이들은 결국에는 그 미국 백인 남성들이 만들어 나간
메타버스 내에서만 활동을 하게 되는 건가. 사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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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회피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사실 사람은 원래 정복욕이라는 게 있죠. 미지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거든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큰데, 그건 사실 현실 적응, 부적응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모르고 있는 세상을 알아나가고 싶기 때문에 여행도 그렇게 하는 거고,
사실 우주를 가시는 분들이 현실이 싫어서 가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그 다른 세계, 미지의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가상 현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좀 더 확장해서 더 세상을 넓혀서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래서 가상 현실과 우리가 살아나가고 있는 현실은 공존하게 되겠지, 이게 서로가 서로를 뭔가 대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아마도 이제 사람들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서 가상 현실을 가게 될 것 같거든요. 현실에서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면 굳이 가상현실을 찾지 않겠죠.
귀찮으니까요. 굳이 웹으로 손쉽게 현실에서도 접할 수 있는 것을 가상 현실에 들어가서 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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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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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은 가상현실을 개인이 활용했을 때 어떻게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고 뭔가 새로운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을까 등을
연구했는데, 향후 10년은 아무래도 메타버스에 집중해서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어떤 룰이 어떻게 바뀔 지에 관심이 집중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아바타가 되면, 예를 들어 사람의 첫 인상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완전히 없어지거든요.
저희가 이제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 그 외모 관련한 첫 인상, 그와 연관된 편견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바타로 만나다 보니까 그 판단 기준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 밖에 없어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어떤 인종인지도 모르겠고, 사실 목소리도 변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떤
사람들인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를 알기가 완전히 어려운 상태에서 우리는 관계는 어떻게 맺을 것이고 남녀가 첫 데이트를 할 때 여러가지
판단기준이 있을텐데 그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 기반으로 해서 이 사람을 점점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관계
맺음은 어떤 식으로 시작하고, 가상현실에서 새로 정립할 가치관들은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다양성은 어떤 식으로 저희가 이끌어올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아무래도 향후 10년 정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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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안교수가 최신 가상현실 헤드셋을 머리에 씌워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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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룸이
한순간 바닷속이 되는가 하더니 야자수가 울창한 그랜드캐니언이 펼쳐집니다. 저 멀리 하늘에는 터키에서 많이 탄다는 열기구들도 보입니다. 바람에
흔들의자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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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틱을 이용하니 눈 앞에 나타난 테이블 위 주사위를 옮기거나 탁구를
칠 수도 있고, 20대 때 오락실에서 하던 총쏘기 게임도 바로 펼쳐집니다. 심지어 귀여운 아바타 친구가 춤을 청해 오기도 합니다.
20분 정도의 튜토리얼을 경험해본 것뿐인데, 최근 해본 그 어떤 경험보다 즐거웠습니다. 과거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면 느꼈던 어지러움이나 그래픽의 조악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순간 팀장이라는, 기자라는, 엄마라는,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딸이라는 세상에서 부르는 모든 이름들은 잊힌 채 정말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열렸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보내는 메타버스의 경험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이 가상현실 세상, 자꾸 생각납니다.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현실 세상에서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자꾸 입가의 미소를 띄게 합니다. 내가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어디 가지 않고도 잠시나마 이렇게 자유와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면, 저는 가상세계 또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가상세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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