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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5

2024.04.17

Ep.195‘관계인구’, ‘생활인구’를 아시나요?

지난주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됐는데요. 선거방송의 지도 보면서 조금 의아한 점 느끼지 못하셨나요? 분명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1석을 얻어 국민의힘 90석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는데, 지도만 봐서는 그 차이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거구는 면적과 상관없이 인구수[1]에 따라 확정되기 때문인데요.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전체면적의 12%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50.69%) 2,601만 4,265명이 살고 있고, 비수도권에 2,531만 1,064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선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요.

지역구 254석 가운데 서울, 경기에만 108,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 146석이 책정돼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역일수록, 또 지역 가운데서도 농산어촌일수록 과소대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자연인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또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지역을 다시 살릴 방법은 무엇일까요?


7년 이상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지역 살리기 연구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더가능연구소 부대표인 조희정 박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1]이번 22대 총선의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 하한선은 13만 6600명, 상한선은 27만 3200명이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저희가 인구문제에 관심을 갖다가 지역 이슈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상황인데요. 박사님 논문을 보다 보니 최초의 인구 개념이 1597년 프란시스 베이컨[2] 에서부터 시작됐다 나와 있어서 흥미로왔습니다. 인구 개념의 시작, 그리고 시대적 변화에 대해 먼저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는 인구학자가 아니라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보니 인구라는 개념을 처음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문헌으로 찾다 보니 1500년대 베이컨이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인구에 대한 작위적인 개념이 확정된 것은 18세기 프랑스더라고요. ‘체력은 국력’, ‘인구는 국가의 힘, 국력’ 이런 식의 수치로 생각하게 되는 인구라는 개념 말입니다. 계량주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수치가 크면 힘센 국가, 그런 개념이 30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농경사회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아이를 많이 낳으면 좋다, ‘출산주의’ 개념이 있고, 인구를 국가의 힘과 연결시키는 흐름이 있고, 그러다 보니 통계학이 발전했고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 번째인데 인구의 개념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비근한 예로 주간 활동인구, 야간 활동 인구, 청년인구, 유년인구, 고령인구, 정치적으로 보면 선거인구, 비선거 인구 이런 식으로요. 최근에 제가 연구한 거는 ‘관계인구’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을 ‘생활 인구’라는 개념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 관계인구 포털 👉(클릭!)>
[2]프란시스 베이컨은 르네상스 후의 근대 철학, 근대 과학의 선구자이며 특히 영국 고전경험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귀납법을 제시했으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Q. ‘관계 인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본의 관계인구의 키워드는 기원을 찾아가면 동일본 대지진 하고 자원봉사, 그리고 청년이에요.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있어났잖아요. 그때 일본의 3대 도시 청년 교토, 오사카, 도쿄의 청년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가요. 그전에도 자연재해는 많았는데 그때 너무 재해가 컸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도시청년들까지 가게 된 거죠. 가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 하고 같이 재해 복구를 했을 거 아니에요. 그 경험을 계기로 그 지역을 왔다 갔다 하는 인구가 생긴 거예요. 왔다 갔다 하면서 친해진 주민들하고 놀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뭐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다가 그중에 누군가는 거기에 취직도 하고, “너 도시에서 취직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 지역에 지금 이런 거 필요한데 네가 와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절 받아주신다고요?” 이렇게 해서 정착한 친구들이 생긴 거예요.
<'관계인구 만들기’라는 책을 조희정 박사가 ‘인구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공동 번역했다>
그런데 특징은 그 기반에는 소셜한 관점이 있는 거예요. 과거 같으면 이데올로기적인 목적성을 가지고 지역에 가서 브나로드 운동, 새마을 운동 이런 식으로 계몽, 실천을 하겠다 그런 거였다면 지금은 그냥 관계를 형성하는 그런 계층이 일정 정도 생기게 됐다는 것인데요. 일본의 총무성이 2018년 그러한 움직임을 인지하고 정책 개념으로 채택을 해요. 2011년에서 18년 사이 지역을 자꾸 가는 도시 청년들이 생기는데, 관광도 아니고 출장도 아니고 유학도 아닌데, “너 거기 가서 뭐 해? 왜 자꾸 지역에 가?” 하고 물으니까 그 친구들이 표현하는 말이 “나 그냥 지역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관계 인구’라는 개념이 거기서 시작이 돼요. 총무성에서 보니 이게 말이 되는 개념이라는 거죠. 어차피 주민세를 많이 내는 주민들이 많아지는 자연적 인구변화는 이제 거의 불가능한데 ‘사회적 인구’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인지하게 된 거죠.
Q. 인구 개념에 출생, 사망 말고 ‘이동’의 개념이 포함되게 된 것이군요?
일본 총무성이 관계인구에 대해 제시한 다음, 일본의 1700개 지자체 가운데 1100개 지자체에서 관계 인구 사업이 진행되어요. 65.5%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데, 그 가운데 의미 있게 하는 지역 50군데를 들여다보니 재밌더라는 거죠.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잘 엮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주로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사람들, 그다음에 고향은 있는데 진학해서 타지에 있던 사람들 그런 식인데요. 일본에서 얘기하는 것은 관계의 정도가 있을 거 아니에요? 지역에 단순 호기심이 있다가 사람들하고 친해져서 그 지역에서 일을 해보겠다고 하다가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 등등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에 따라서 그 사람들에 맞는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기부자, 두 지역 거주 자원봉사자, 고향 납세 기부자 등등이 있는 거죠. 다시 정리하면 ‘관광 이상, 이주 미만’에 두 지역 거주자들이라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 독특한 유형의 관계 인구가 있어요. 어떤 계층일 것 같아요?
Q. 군대?
네 맞아요. 군인하고 공무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관계인구’의 개념을 ‘생활인구’라는 말로 쓰고 있는데, 우리도 공무원들이 생활인구 만들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공무원들이 그 당사자일 수도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일하는 지역이 굉장히 시골일 경우 공무원들이 인근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그러면 왔다 갔다 하면서 두 지역 거주거든요. 그리고 남자들 제대한 다음에 그 지역에 대해 내가 어디서 복무를 했는데 하면서 일반인들보다는 그 지역을 잘 안다는 얘기를 한단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일본에는 없는 두 클래스 공무원과 군인이 그 지역에 관계 인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은 예비 관계인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지난 2월 8일 SBS 목동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모습>
Q. 일본의 관계 인구를 우리는 ‘생활인구’라는 말로 쓴다고 하셨는데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공통점은 목적이에요.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인구를 늘리겠다는 생각이고 차이점은 일본에서는 정책의 개념으로 2018년에 제시를 했고 2020년에 지방창생 전략을 중앙정부가 채택한 거죠. 그런데 우리는 법적인 개념이에요. 2023년 1월 1일부터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이’ 시행이 됐는데 그 안에 ‘생활인구라 함은…’ 이렇게 되어 있어요. 여름쯤 시행령이 나왔죠. 그 기준을 보면 한 달에 타 지역에서 3시간 거주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정의해 놨는데, 우리는 일본처럼 교통비가 비싼 것이 아니라서 대체로 평생 살면서 어느 지역에 3시간 이상은 있지 않나요? 그래서 진정한 생활인구를 어떻게 산출해 낼 수 있을까의 의문은 있지만 우리는 법적 개념이라 구속력이 더 세요.

일본은 2018년 총무성이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2011년 동일본 지진을 계기로 하다 보니 거의 10년 동안 학계나 연구사례가 굉장히 많아졌을 거잖아요. 일본의 관계인구 연구를 보면 스펙트럼이 되게 넓어요. ‘기부 유형’, ‘사는 유형, ‘자원봉사하는 유형’ 등 별의별 유형이 다 있고, 코로나 3년을 거치면서 ‘온라인 관계 인구’도 생겼고요. 온라인에서 지역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관광 이상 이주미만’이라고는 했지만 관광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를 놓고도 논의가 많아지고 있어요. 지역을 쓱 둘러보고 돈만 쓰고 쓰레기 버리고 가는 일회성의 인구는 넣으면 안 되겠지만, 관광도 ‘공정 관광[3]’, ‘스마트 관광[4]’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요즘은 대형 버스 관광은 점점 없어지는 추세잖아요.

‘나 홀로 관광’이나 ‘가족 단위 관광’의 경우는 그 지역에 관심이 있어서 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넣자” 일본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기도 해요. 관광을 협의로 보느냐 광의로 보느냐의 따라 다른 거죠. 일본은 어쨌든 ‘관계인구’가 10년 동안 형성돼 왔는데 우리는 ‘생활인구’의 개념이 지난해 세팅이 된 거잖아요. 1년밖에 안 됐단 말이에요. 그러니 종류가 풍부하냐 이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동’하는 사람은 계속 있을 것이고, 이제는 인구의 개념에 ‘이동’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3]공정관광을 지속가능한 관광의 실천 형태로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주민과 업소 관계자도 정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공정한 거래를 하는 관광의 형태를 말한다.
[4]스마트 관광이란 VR/AR, 빅데이터, 챗봇, O2O, 모빌리티 등 신기술에 관광을 융·복합하여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만족도를 강화하는 관광 활동을 말한다.
<일명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가 이후 ‘지방소멸’이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일본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에서는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성이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일본의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지역마다 출산 가능한 여성의 수가 줄어들면 일본의 1억 인구가 깨질 것이고 그러면 1700개 지자체의 50%는 없어질 것이라는 통계에 기반한 보고서를 내고 그게 이후 초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2015년 지방창생 정책이 세게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희정 박사는 그 보고서에서 나온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긍정적인 미래 전략을 짜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가? 안 그래도 힘든 지역에 너희 망할 거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부정적인 나비효과를 더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했는데요. 그래서 지방 소멸이라는 프레임보다는 ‘지방 재생’이나 ‘활성화’의 프레임으로 써야 하지 않는지, 아니면 일본의 메이지 대학 오다기리 토쿠미 교수가 주장했던 조금은 오래된 개념이지만 ‘공동화’ 개념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지는 않은가 주장했습니다. ‘공동화’ 개념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자식들이 다 도시로 떠나고 돌아오지 않으니 ‘토지의 공동화’, ‘마을의 공동화’, ‘사람의 공동화’가 나타나더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역은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를 경고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다음 주에는 그럼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어떤 쪽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조희정 박사 인터뷰 2편에서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 미래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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