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SDF다이어리 Ep.275

2026.03.27

SDF다이어리 Ep.275AI 시대,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한주도 잘 보내셨나요? 🙂

4월 2일 목요일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SBS X 스페이스: 우주에서 찾는 기술주권> 포럼이 벌써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에 생중계될 이번 행사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될 예정인데요.

이진준 작가는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KAIST 초빙 교수인 지드래곤(권지용)과 협업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작품명은 백남준 작가의 1984년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을 오마주한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Good Morning, Mr. G-Dragon)>.

이진준 교수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지드래곤의 홍채 이미지를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프로젝션 매핑 기술[1]로 우주 안테나에 투사되었고, 지드래곤의 음악 ‘홈 스위트 홈’은 우주에 송출됐죠. 과학 예술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KAIST 우주연구원의 위성 기술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한 이 작품은 당시 크게 회자됐습니다.
[1]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건물 외벽과 같이 스크린이 아닌 곳에 영상을 투사해 대상과 공간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기술
ⓒ Jinjoon Lee Studio
이번 <SBS X 스페이스> 포럼의 오프닝에서 만나게 될 이진준 교수의 신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덧붙여 AI 시대에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진준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 <SBS X 스페이스 : 우주에서 찾는 기술주권>의 오프닝 무대를 맡아주셨는데요. 어떤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신지, 그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포럼에서 처음 소개되는 이번 작품은 <코스믹 가든(Cosmic Garden)>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요. 작품은 우리 마음의 풍경으로 불리는 눈의 이미지에서 시작해 광활한 우주로 연결됩니다. 홍채 패턴과 맥박 등 신체의 생체 데이터를 AI로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 시각적 언어를 우주적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Jinjoon Lee Studio
시청자분들이 TV와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감상하게 될 영상 작품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감상할 수 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지구 바깥의 우주와 내 마음속 우주를 연결하는 작은 여행처럼 느껴지면 좋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지드래곤과 협업한 2025년 작 <굿 모닝, 미스터 지드래곤(Good Morning, Mr. G-Dragon)> 외에도, 그간 우주를 주제로 폭넓은 작품 활동을 이어오셨는데요. 교수님께 '우주'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우주를 하나의 정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에서는 아시아의 정원을 이야기할 때 ‘경치를 빌려온다’는 의미의 ‘차경’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사실 우주야말로 차경과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주를 상상하고, 그 우주의 풍경을 우리 마음 안으로 빌려오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무한하고 넓은 우주도 마찬가지로 정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들이 숫자와 신호로 전달되는 시대에, 그걸 뛰어넘는 감각과 상상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우주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흥미롭게 관심을 가지며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 교수님의 박사 논문이 영국의 유명 뮤지엄에서 영구 소장을 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어떻게 성사된 일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5년 전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쓴 박사 논문이 ‘애쉬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에 영구 소장되었습니다. 애쉬몰린 박물관은 1683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 박물관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한 이 기관이 생존 작가의 박사논문을 정식 구입해 영구 컬렉션에 포함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담당 큐레이터가 이야기하더라고요. AI 이후의 시대에 예술과 인문학이 나아갈 길을 묻는 이 연구가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읽히고 해석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 Ashmolean Museum
Q. 교수님의 박사 논문 주제와 내용도 궁금한데요?
지식의 전달은 대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저는 아시아의 전통적 방식이 신체적 체험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다감각적 지식 전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2020년 『빈 정원 ?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의 리미노이드 여행(Empty Garden-A Liminoid Journey to Nowhere in Somewhere)』이라는 주제의 박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AI 시대의 데이터 기술에 '거닐기'와 '비움'이라는 동양 미학을 결합하여 제시합니다. 특히 논문 전체를 10m 길이의 한지 두루마리에 기록함으로써, 독자가 스크롤을 펼치며 정원을 산책하듯 텍스트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애쉬몰린 박물관에서 이 논문을 영구 소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그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Jinjoon Lee Studio
Q. 교수님께서는 그동안 AI 기술을 활용한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데요. 최근 AI가 사회 전반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예술의 영역에서도 핵심 주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AI 시대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I가 일상이 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만의 고유함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였는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깊이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은 점점 줄어들고 있죠. 저는 이 소중한 사유의 힘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예술과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그 고민을 작품에 담아 세상과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사유의 근육을 다시 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올 미래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예술과 인문학이 지닌 내면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Q. 과거 인터뷰에서 교수님께서는 '예술은 우리를 고정관념과 강박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 또한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 경험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예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간의 눈부신 기술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예술에 대한 교수님의 정의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현시점에서 교수님이 다시 내리는 '예술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이 더 이상 물질성을 가진 것을 넘어서서 비물질적인 세계로 확장됐고, 점점 기계와 인간 그리고 자연이 여러 방식으로 교감하는 일들이 예술계 안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의 예술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저에게 'AI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지', 혹은 'AI가 진정한 창작을 할 수 있는지' 묻곤 하십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술을 오직 '인간이 영위하는 문화적 활동'으로만 한정한다면, AI는 결코 그 영역을 흉내조차 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어느 순간 인간이 아닌 'AI 관람객'을 상정하고, 그들만을 위한 무언가를 창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AI가 인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AI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차원에서 그들만의 활동을 시작했을지도 모르고요. 이제 우리 인간 예술가들은 이러한 낯선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포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존재론적 질문을 던질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우주 시민으로 살아갈 다음 세대들에게 작품으로 전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멈추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평균 수명은 늘어났다고들 하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은 굉장히 짧아졌다고 봐요. 그 이유는 멈추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산책을 하면 하루가 조금 길어지는 것 같고, 하루를 돌아볼 때 산책했던 그 시간이 인상적으로 남게 됩니다.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관찰하고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야 삶의 밀도가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또한 잠시 멈추는 순간 우리는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 사이, 경계 위에 서게 됩니다. 저는 그걸 ‘경계 공간’이라고 부르는데요. 예를 들면 정원이나 계단과 같은 공간을 말하죠. 멈춰 서서 이러한 경계 공간에 머물 때, 우리의 시선이 변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사실은 쉬는 공간이고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생명의 시작과 성장, 죽음과 다시 태어나는 순환이 있는 공간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한 번 더 환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예술의 역할 아닐까요? 작품을 통해서 관람객들이 멈춤, 경계 공간, 이런 것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작업해나가고 싶습니다.
이진준 작가가 포럼을 위해 준비한 <코스믹 가든(Cosmic Garden)> 작품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작품은 4월 2일 목요일 SBS에서 생방송으로 전해드리는 <SBS X 스페이스: 우주에서 찾는 기술주권> 포럼 개막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곽새롬 작가, sdf@sbs.co.kr
SDF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남주현 기자 : SBS의 지식 나눔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정연 기자 : 우리 미래를 위해 들여다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합니다.


금혜성 전문위원 : SDF가 던지는 화두가 세상과 더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선년 작가 : SDF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곽새롬 작가 : SDF를 통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본질과 가치,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정준기 PD : 프로듀서로서 TV와 온라인, 제작과 마케팅의 길을 두루두루 거쳐 2025년부터 SDF에 둥지를 트게 되었습니다. 제작 사업의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최고의 브랜드 SDF를 한층 더 멋지게 빛내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Cool SDF~~!!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보연 아트디렉터 : SDF의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DF의 지식을 레터와 콘텐츠를 통해 많은분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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