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2020 연구팀 배영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SDF에서 이런 불확실성의 상황일수록 ‘사회적 신뢰’, ‘상호 신뢰’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서로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대면·비접촉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인간의 소통, 교감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문화 생활‥ 집에서 ‘보다’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코로나19 일상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정책 현안 분석 보고서(2020.11.13.)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이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보는 것’(문화콘텐츠 관람 등)에 대한 언급량은 7.2% 줄었지만, ‘집에서+보는 것’에 대한 언급량은 23.4%나 크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가장 많이 즐긴 볼거리(할 거리)는 ‘영화’와 ‘게임’순으로 나타났고, 드라마가 그 뒤를 이었는데요. 코로나 위기 단계별로 ‘보다’와 함께 언급 순위가 높아지는 핵심어들을 살펴보면 위에 설명한 현상을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 “보다” 관련어 : 영화, 드라마, 콘서트, 독서., 게임, 만화, 뮤지컬, 무용, 연극, 웹툰, 애니메이션, 넷플릭스., 유튜브, 전시회, 미술관, 음악회, 연주회, 도서관 등)
코로나19 일상 분석 개요
분석내용 코로나19 전?후 일상생활 변화와 여론 반응 분석
분석기간 2019.07.01. ~ 2020.08.14.
코로나19 이전 : 2019.07.01.~ 2020.01.19.
코로나19 이후 : 2020.01.20.~ 2020.08.14.
분석매체 블로그+트위터+커뮤니티+인스타그램 (약 1400만 건)
(자료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비대면 시대, 더 커지는 콘텐츠의 힘
실제로 국내 최대 게임업체들의 3분기 성적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동기 대비 넥슨의 매출은 8873억(52%), 엔씨소프트는 5852억(47%), 넷마블은 6423억(3.6%) 상승했습니다. “경쟁자는 오직 수면 시간”이라고 했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며 최초로 유료 구독자 2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비대면 시대, 콘텐츠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비대면 상황에서, 콘텐츠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과 ‘공감’을 높이는 ‘콘택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게임이 있습니다. 폴란드의 게임사 11 비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디스 워 오브 마인 (This war of mine)은 게임 콘텐츠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게임 유저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임팩트(소셜+임팩트) 게임입니다. 2014년 개발된 이 게임은, 그해 타임지가 선정한 베스트 게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흥행과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올해 6월에는 폴란드 학생 추천 목록 콘텐츠 목록에 추가돼 또 한 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추천 목록에 오른 콘텐츠들은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 (This war of mine)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수많은 전쟁 게임 중 <디스 워 오브 마인> 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존 게임들이 전쟁의 영웅이나 군인 등의 관점에서 게임을 전개 시켰다면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전쟁 속에서 처절하게살아남아야 하는 민간인들의 관점에서, 조명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플레이됩니다.
플레이어는 하루하루 힘겹게 몸을 숨기고, 또 남을 위해 죽을 것인지아니면 나를 위해 남을 죽일 것인지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이면서, 끊임없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게임을 통해 전장에 남겨진 민간인들의 참상을 간접 체험하게 되면서 전쟁의 슬픔과 잔혹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2018년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문화적 가치 고양을 위한 게임 창작·유통 생태계 전략 연구’에서 11 비트 스튜디오의 시니어 작가 ‘Pawel Miechowski’는 연구팀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게이머의 마음 속에 흔적을 남기는, 게임을 다 끝내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생각이 떠오르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는 스튜디오의 운영 철학을 밝히면서“단순한 오락이 아닌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연구 보고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사로 SDF 무대에 올랐던 전쟁 사진 기자 ‘카림 벤 켈리파’는 분쟁지역 군인들의 인터뷰를 VR?AR을 이용해 제작한 ‘적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18년 동안 전장을 누빈 사진 기자가 VR을 통해 안내한 대로 전장의 한 가운데 서서 콘텐츠를 보는 관객들은 양측 군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양측 ‘적’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적’이라고 생각했던 두 진영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데요. 카림 벤 켈리파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통해 그들을 서로, 적으로 만든 건 누구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역시 콘텐츠를 통해 상황을 간접 체험하게 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보게 하는 것입니다.
비대면 시대‥ ‘다르게, 같이 살다’
SDF는 지난해까지 이념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도 대면을 통해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다고 주장했었는데요. 어쩔 수 없이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시대, 차선책으로는 철학을 가진 콘텐츠로 사람들 간의 소통의 기회와 경험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서른 번째 SDF다이어리에서 나눈 이야기는, 달라지는 시대에서 ‘다른 방식으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SDF의 고민과 아주 깊게 맞닿아 있는데요. 좋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도 다시 한번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오늘 다이어리에서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셨나요? SDF는 오늘도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