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5번째
SDF다이어리의 주인공은 BTS 그리고 아미입니다. 왜 BTS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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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BTS의
‘버터(Butter)’가 이번주도 빌보드[1] ‘핫100’ 차트 1위를 지켜내면서 2021년
가장 오래 1위를 지킨 곡의 타이틀을 얻게 됐습니다. 지난주
BTS의 ‘버터’가
후속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누르고, 빌보드 핫100의 1위를 재탈환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결과인데요. 이로써 BTS는 2021년 6월과
7월, 그리고 8월에
들어서까지 ‘버터’로는 통산 9번, 중간에 ‘퍼미션 투
댄스’까지 총 10번,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면서 2021년 여름을 말 그대로 강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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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빌보드지는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된 음악 잡지로 1958년 8월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하여 발표해왔다. 이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음원의 다운로드 수 등을
종합한 것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대중 음악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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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SDF는 국가 , 세대 , 인종을 뛰어넘어 전세계의 팬인 ‘아미 ’들과 소통하는 BTS와
아미와의 관계 , 그리고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 ’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인 그들의 세계가 궁금해졌습니다 . 어쩌면
코로나 19 이후 이전과는 다르게 , 그러나 공동체로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갖게 된 우리 사회에도 이들의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시사점을 주는 , 좋은 롤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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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길 위에서"라는 책을 쓴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홍교수는 2013년부터 한류 연구로 이름을
알려온 대중문화 연구의 권위자로 하이브(당시 빅히트)와의
산학협력 연구를 통해 지난 3년간 해외 아미들을 직접 만나 연구해 온 내용을 지난해 말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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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 방학중인데도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은 처음 BTS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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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게임의 룰을 바꾸는 중요한 현상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있다가 2013년 봄 학기에 서울대에 왔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에 있던 시절, 2009년쯤인가 강의를
하러 보르도 시내에 나갔다가 한 고등학교에서 우연히 책상에 그려져 있는 케이팝 그래피티를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이지? 그때는 K드라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을 그 연구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시대의 한류>의 책 표지로 썼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인 2012년 여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휩쓴 거죠. 그래서 책 <세계화와 디지털문화
시대의 한류>의 마지막 장이 케이팝 관련이예요. 저는 K드라마 다음의 한류 열풍이 케이팝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그후 한국에 돌아왔는데 BTS의 ‘화양연화’ 앨범부터 ‘어
이거 뭐지?’ 싶은 일들을 자꾸 접하게 되는 거예요. 뮤직비디오가
예사롭지 않고 이게 무슨 이야기인데 싶고, 현상으로서 진짜 의미가 있다고 느낀 것은 ‘윙즈(Wings)’ 앨범입니다. ‘아, 이것은 글로벌 대중문화 안으로 이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칼럼을 쓰고 본격적으로 산학협력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게
다른 사람들보다는 BTS와 연결이 좀 먼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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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가
BTS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다르게 멤버 개개인들이 직접 팬들과 SNS로 소통하던 것이 인상적이어서 였는데요. 트위터 코리아에 확인해보니
BTS 멤버들이 올린 첫 트윗은 2012년 12월 18일이었다고 하더라고요.팬들과의
직접 소통을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데요. ‘관계’, ‘소통’의 측면에서의 BTS는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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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당시 다 하긴 했죠. 그런데 다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굉장히 컨트롤을 했어요. 공적 이미지를 생각했기 때문에 이건 나가도 되고 이것은 나가면 안되고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팬들도 당연히 느끼죠. ‘저게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아니다’. 목소리이기는 할 지 몰라도 ‘이건 남을 거쳐서 나온 것이다’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BTS는 그게 아니었어요. 노래도 아이돌 앞에 ’힙합’을
붙이고 나왔을 때는 내 목소리로 얘기하겠다는 거거든요. 이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로 작곡하고 작사하고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주체가 된 거였죠. 그래서 BTS에서는
언더독[2] 스토리가 있어요. 자기네들이 직접 얘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알 수
없는 것들이죠. SNS에서 “오늘도 뭐 어디 기다리다 잘렸다” 그런 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맨날 “너희는 대형 소속사가 아니니까 데뷔도 못하고 못 뜰 거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불안했던 기억, 이런 것들을 노래 속에 또 팬들과 소통할 때 다 했던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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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더독은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로, 경쟁에서 열세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어지는 심리를 ‘언더독 효과’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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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화’가
가능했던 기술의 측면도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게 기획사에서 ‘자율성’을 준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BTS가 다른 케이팝과 다르게 전세계인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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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케이팝의 매체적인 환경, 지정학적인
환경 내에서 컸고, 그래서 BTS가 가지고 있는 비주얼리티, 시각성은 케이팝의 시각성이예요. 다이나믹한 동작이라든지,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동작을 강조하는
연출 등. BTS가 미국에서 공연하고 미국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미국 사람들이 찍으니까 역동성이 사라지고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게
드러나면서 ‘아, 한국의 방송, 연예의 여러가지 원칙들이 다 합져져서 케이팝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BTS가 더 가진 것은 자기 목소리로
작곡하고 작사하고 곡 안에 늘 자기들 목소리가 들어있는 것이죠. 이제는 이게 하나의 원칙이 됐어요. 아티스트들이 음반 작업에 참여하게 격려 받는, 이전과는 굉장히
다른 문화를 만들어서 BTS가 케이팝을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BTS가 다른 케이팝과 가장 다른 부분은 “메시지”예요. 이 사람들은 가치 있는 메시지를, 다년간에 걸쳐서 트랜스 미디어[3]로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또 자기네들의 팀원으로서의 정체성, 또 자연인으로서의 일곱 명의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합해서 연동돼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세계가 있어요. 그냥 이어지는게 아니라 이 사람들의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고,
아티스트들의 활동, 또 팬클럽 아미가 이 사람들의 이름으로 하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다 메시지
중심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그룹도 이것은 못 쫓아가죠.
다른 케이팝 아티스트만 못 쫓아가는게 아니라 지구상의 다른 어떤 그룹도 없어요. BTS만의 유니크한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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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랜스 미디어란 미디어 간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결합, 융합되는 현상으로, '초월'을
의미하는 트랜스(trans)와 '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를 합성한 것이다. 특히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이란
하나의 이야기나 이야기의 경험을 여러가지 플랫폼과 형태로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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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메시지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고 많은 문제가 있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 문제 없고 그냥 즐겁고 좋기만 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보수적인 것이예요. 메시지가 없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미 관여가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BTS는 다른 가치를 집어넣고 메시지, 연대, 이게 가능하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미국의 힙합은 힘든 환경에서 시작을 했다 보니까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가 자신의 변화한 현실에 대해 말하려니 돈 자랑을 하는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BTS는 문제를 자기 내부로 천착했어요.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가 바로 그것. 우리
이렇게 힘들고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이 안에서도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해야 되는 그 과정을 팬덤의 경험으로 가져가는 거죠.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앨범 까지… 더
깊게 들어가는 거라 참 영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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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BTS의 세계관을 말씀하시니까 최근 서울대 폐수영장 철거를
교수님이 막으셨다 들었어요. BTS 월드의 시작을 <화양연화>로 보는 분들이 많던데, <화양연화> 뮤직비디오 앞부분의 배경이 서울대 폐수영장이었죠? 폐수영장
지켜내신 얘기 좀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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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상 동아리 학생들이 찍어온 영상을 보는데 약간 유령 나오게 생긴 그런데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보니 학교내 폐수영장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화양연화’ 뮤직비디오 속에서 이 장소가 찍힌 걸 알게 되었어요. 이 곳은 70년대 서울의 야외수영장, 50미터짜리 굉장히 큰 수영장이었어요. 서울에 당시 두개인가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물이 너무나 비싸서 큰 수영장 물을 채우기 힘드니 산 중턱에 내려오는
물로 채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추워서 1년에 8월 한달 밖에 못 쓴다는 이상한 수영장이 거기에 있게 된 거예요. 그러다
다른데 수영장이 많아지면서 시민들이 안 오니까 서울대 안의 학생들이 조금 이용하다가 80년대 말 거기
물을 빼버리고 이렇게 버려진 거죠. 황폐해지니까 그래피티가 들어오고 이게 포토제닉하니까 사진 찍는 분들이
몰래 들어가서 컨셉 사진 이런 것을 찍는 비밀의 공간이 되었었던 거예요. 그리고 제가 81학번인데 관악 교정에서 당시 최루탄 터지는 데모가 자주 있었는데, 그
때 학생들이 산으로 도망갈 때 찾는 장소 중 하나였어요. 그게. 그
위에 댐도 있고. 그런데 이게 위험해져서 철거하게 되었어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제 책에도 그 부분을 길게 써서 이런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 그래서
일부러 가서 사진도 찍고 , 그러다 4월에 정말로 그것을 부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 그래서 학생 신문에 인터뷰하고 본부에 연락 해 , 당시 우리 과 보직을 맡은 교수님을 통해 총장에게 얘기를 전했고 총장님이 직접 가보고는 ‘이것은 그냥 없앨 장소가 아니다 ’ 판단해 철거가 중단됐습니다 . 세 벽은 깬 상태지만 그래도 다행히 한
벽은 남았고요 . 이 공간을 뮤직비디오도 찍고 아미들이 와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문화적인 장소로 만들자
현재 이렇게까지 얘기가 된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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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메시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을 저도 ‘화양연화’로 보는데 그 시작의 장소가 이 서울대 폐수영장이죠. 그게 오래되니까 팬들이 보러 와서 그 위에 덧그리고 덧그리고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의 위치도 살짝 움직인 것 같고 그래요. 그런데
그것 자체가 다 역사인 거죠. 그 그림을 거기에 그렸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 것이고 그래서 이게 정말
흥미로운 겹겹이 쌓여있는 어떤 흔적이랄까? 층으로 이뤄진 (BTS와 아미들의)의 흔적이 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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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BTS현상은 기존 톱다운 식의 대중문화와는 다른 지배적 음악 유통환경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언급하셨는데요.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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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케이팝이 가져온 특별한 문화가 그동안 미국의 음반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는 다른 팬덤의 힘입니다.
지금 그대로 보여주죠. 빌보드를 갈아 치우잖아요. 지금
음악산업에서 앨범은 장사가 안돼요. 왜냐하면 갈수록 다 음원을 듣지,
그런데 케이팝 팬들에게 앨범은 일종의 오브제인 거예요. CD플레이어 없는 사람도
모두 앨범을 사죠. 앨범이 나의 팬심을 드러내는 투자의 대상이 되었어요, 공짜로 다 음원 들을 수 있는데도 몇 십 장씩 사게 되는. 팬덤 밖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죠. 그 부분이 지금
기존의 음반 산업, 음악 산업의 원칙을 아주 벗어나고 있는 거고 그러다 보니 힘이 팬들에게 실리고 있어요. 미국
음반산업에서도 앨범판매를 가져오는 케이팝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음악산업이 탑다운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에 의해 지금 바뀌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BTS가 더 특별한 것은 앨범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앨범에 메시지를 넣어요. 그런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로 인해 굉장히 작아진 자아에 대해서라든지, 너무나 작아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 등의 얘기를 담고 있고요. BTS가 이렇게 시대의 보편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다 보니 기존의 케이팝 팬덤이
어떤 애정이나 취향의 커뮤니티라면 BTS의
팬 아미가 된다는 것은 거기에 ‘가치’가 더해져서, 열심히 덕질을 하는 것이 실제 삶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인이 스스로를 ‘아미’라고 얘기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의 하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래서 옳은 팬덤의 자세를 규정한다든지 스스로 팬덤문화를 만들어가고 정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운더리 폴리싱’[4]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 주제로 석사 논문을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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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운더리 폴리싱(Boundary Policing)은 직역하면 경계선을 정하는 전략적, 정책적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팬덤에서 용인할 수 있는 것, 용인하면
안되는 것 등을 규정함으로써 특정 팬덤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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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 책에 팬덤을
움직이는 기본 에너지는 ‘사심 없는 애정’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그것 자체도 귀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고 인종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고 세대도 다른데 연대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게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동체의 관점에서도 관심이 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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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이제 바뀌면서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게 가족의 해체죠. 한국은 이제 가족관계가 느슨해지고 있고 서구에서는 개인주의가 발달해 이미 좀 소화가 된 부분이 있다지만 개인주의
사회의 사람들이라고 어렵지 않은 게 아니예요. 수없이 많은 우울증, 강력한
개인을 요구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약해지고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외로운거죠.) 한국은 아예 결혼 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 전체를 한마디로 말하면 1차 집단의 해체입니다. 내가 속해 있는, 그게 가족이든 마을이든 이게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없어진 것인데 이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뭔가를 사람들이 (BTS와 아미와의 관계에서 또 아미들끼리) 느끼기 시작해서 이렇게
강해진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온라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냐면, 오프라인으로 얼굴을 보는 케이스인 콘서트에서예요. 그래서 콘서트가
축제가 되어 버리는 거죠.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 2박3일 줄 서는 이유는 서로 만나기 때문에, 너무 좋은 거예요. 서로 처음 보는데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너무나 많은 동질감을 느끼고 좋아서 죽어요. 이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질 뿐 아니라, “나 어디 여행을 가는데?” 그러면 “그래?” “나
어디 살거든” “너 우리 어디에서 만나자”가 오갑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나는 전세계에 이제 친구가 있다” 고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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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튜브 밑에 달린 댓글만 봐도 “내가
가장 어려울 때, 어려운 시절에 BTS가 날 구원했다”고 그러는데 그 구원은 BTS노래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이 자기 힘들었던 경험을 공유했던 것이라든지, 아미들끼리도 누가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내일 살아있을지 몰라” 그러면 서로 댓글 달면서 그 사람을 구해내는 부분도 있고. 제가
인터뷰한 성인들은 팀으로서의 성장을 높게 보더라고요. 그 안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공동체의 따뜻함? 힘?’ 이런 것들이 BTS와
아미와의 사이에서는 강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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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이후 로컬성이 중요해지면서 로컬성 안의 보편적인 가치가 훨씬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교수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혹시 BTS도
대중문화의 메인이 아니던 곳에서 시작해 새로운 혁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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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혁신’이라기
보다는 ‘연대’의 요소로서 로컬성이 들어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인상적인 게 BTS 멤버들은 다 사투리를 씁니다. 사투리를 감추지 않아요. 다른
아이돌들은 일찌감치 서울말을 쓰기 위해 로컬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RM은 유엔에 가서도
나 일산 사람이다 이렇게 얘기하지 않아요? 그걸 보면서 ‘아, 이건 누가 써준 메시지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은 RM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 이런 모멘트가 BTS에는 곳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 힘든 거 알아’라고
얘기했을 때 자기들의 경험을 그대로 드러냈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얘기하면 진짜로 느껴지거든요.
이게 차이를 가져왔고, 이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영상 속에서 이 사람들은 루이비통 모델을 하고 돈을 수십억씩 벌어도 공연하고 나면 컵라면 들고 다니면서
먹고 굉장히 수수해요. 최근에도 코로나 기간
동안 휴가 가서 찍은 영상이 있는데 자기들끼리 밥 해 먹는게 나오는데 “오늘 뭐 먹을까? 어제 찬밥 남았어?” 그러면서 큰 솥뚜껑 뒤집어서 거기에 볶음밥을
해서 먹고 늘어붙은 밥을 “누룽지 이게 제일 맛있어” 그러면서 여럿이 같이 숟가락으로 긁어먹고 있거든요. 그게
2020년이예요. 모든 성공을 이룬 뒤의 모습도 (변함없이) 그런 거죠. 저런
장면은 회사에서 저렇게 저런 식으로 하라고 세팅했다고 볼 수 없죠.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런 모습들이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무리 부자가 됐다 해도 저 사람들은 진국이다. 우리한테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얘기할 때 고맙다고 얘기할 때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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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있는 그대로의 나’ 라든지, ‘꿈이 없어도 괜찮다’든지 ‘어떤
모습이든 자신을 사랑하자’는 BTS의 가치는 기존의 우리사회에서
강조해왔던 어찌 됐든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야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메시지인데요. 이렇게
힘든 시기 서로 자존감을 높여주고 서로 이끌어주고 함께 잘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마지막까지 아껴주자라고
말해주는 것, 이런 게 이 시대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리더’의 프레임에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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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차 집단이 약화된 상황에서 서로 키워주는 존재가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BTS 개인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평범했던 개인들이 모여서
팀으로 성공한 부분이 중요하고요. 그럼에도 리더십 부분은 정말 RM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영어도 그렇고 모든 능력에서 뛰어나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잘 하는게 뒤로 빠져주는 것.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인터뷰 같은 거 할 때 대답을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자기가 많이 하다가 나중에는 뒤로 빠지더라고요. 그것은 되게 힘든 일이에요. 자기가 뒤로 빠지는게 이 팀이 같이
크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건 진짜 리더십이죠. 팬들은 안에서 그런 거 다 알아보고 감동을 받는 거죠. 계속. 그리고 콘서트에서 마지막 멘트들을 하잖아요. 그게 막 온 트윗으로 도배가 되는데 꼭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에 맞는 말을 미리 생각해서 전하고 BTS의 리더십은 확실하게 RM이 가지고 있고 그게 팬덤 전체의 리더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갖는 독특한 위치는 확실히 유지 되는 것 같아요. 팬하고 거의 같은 수준으로 내려온 그룹들도 있거든요. 정말 친구
같은. 요즘 4세대 (아이돌은) 많이 그래요. 그들과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BTS는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실천을 하니까 크리에이터로서의 지위가 확실히 있습니다. 외국 팬들이 BTS에게
막 밀려들어오게 된 노래가 ‘쩔어’, ‘낫투데이(Not Today)’ 같은 것들인데
신자유주의의 경쟁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 생산자로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는 거죠. 저는 이들이 기후위기
같은 진짜 범지구적인 중요한 이슈를 만나게 될 때 어떤 조직력을 보여줄지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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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BTS는 힙합은 어때야 한다, 남성은 어때야 한다, 혹은 아시아인은 어때야 한다는 편견도 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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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현상 중에 이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젠더 관련이예요. 케이팝에서 여성 아이돌의 경우에는 없는 이미지를 만들지는 않았어요. 센 언니들이라고 해도 미국에 더 많고 그렇죠? 예쁘고 센 언니들도
다 있어요. 그런데 동아시아의 아이돌 그러니까 한국의 아이돌은 없는 남성의 이미지예요. 서구에는 없어요. 서구의 지배적인 남성성, 남자는 강한 개인이어야 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십을 지닐 수
있어야 하고, 헤치고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수염을 좀 길어야 하고 근육도 있어야 하고 감정은 드러내면
안되고 등등.… 그런데 드디어 (대안적인) 아름다운 남성들이 나타난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들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 같이 여성들이
남성을 대상화하지는 않아요. 이 남성 전체에 대한 어떤 지지, 연대,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남성들도 그동안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고 싶었지만 “여자처럼 왜 저래” 그럴까 봐 못했던 것을 드디어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모든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케이팝 문화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이성애적 남성일지라도 자기의 정체성이 강한 남성성에 딱 들어맞지 않을 수 있거든요. 난 감성적이고 눈물도 잘 나오고 앞에 서는 거 싫어하는데, 강한
지배적 남성성에 맞춰야 한다는 억압 속에 항상 살잖아요. 또 서구에서는 남성들이 친구들이랑 조금만 스킨십이
있어도 동성애자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BTS를 보면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그래도 헤테로 섹슈얼이고 친구이고 비난 받지 않아요. 사실 요즘 젊은이들은 내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같이 있고 여성성이 더 발현되는 여자, 남자,
남성성이 더 발현되는 여자 또는 남자 이렇게 훨씬 더 자유로워요. 남자든 여자든 내가 하고
싶으면 화장도 하고 온몸에 타투 하고 싶으면 여자도 그렇게 하고. 나라마다 상대적으로 다르고 남한테
쇼크를 주지 않기 위해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과거보다 굉장히 성 정체성이 자유로워요. 그래서 남자아이돌을 좋아하는 남자 팬들도 많아지고. 이런 현상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어요. 특히 서구의 남성들은 BTS같은
케이팝 아이돌을 보면서 자기의 젠더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알게 되고 많은 억압의 벽을 깨고 있는 거죠. 문화연구차원에서는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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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경 교수는 팬데믹 동안 BTS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서부터 최근의 ‘버터(Butter)’ 앨범까지
가사를 영어로 낸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발표한 노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서 글로벌 수어까지
넣은 것이 그 정점일텐데요. 인종과 국가, 세대 등 너무나
다름 속에서 낯섦과 두려움, 갈등을 보기보다는 누구나 어디서나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춤은 출 수
있다는 공통점을 찾아냄으로써 힘든 시기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는 BTS. 어쩌면 이들에게서 우리는 현재를 같이 살아내는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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