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벌써 6월도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네요.
그동안 주요 부처와 기관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임명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중용된 검사 숫자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능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반영되는 게 중요한 시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특정 집단에 집중된 인사가 우리 사회가 바라는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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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출신 인물이 많은 또 다른 곳은 바로 국회입니다. 제21대 국회는 300인의 당선자 가운데 46명(15.3%)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국민 가운데 법조인 비율이 0.05%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많은 수입니다.
‘법조인이 많으면 어때?’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특정 집단이 많다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이 과대 대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론, 선거를 통해 선출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많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유권자들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법률 전문가인 만큼, 의회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인 ‘입법’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입법 성적은 어떨까요?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이와 관련해 한국의정연구회의 저널인 의정논총에 소개된 흥미로운 논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인데요.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정치학 박사) 등은 제19대 국회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와 처리결과(입법 기각 등)를 전수 조사했고, 이를 비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성적과 비교분석 했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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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 전진영 등>(2021.12.)의 연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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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가운데 42명으로 14%를 차지했습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49명(16.3%), 제21대 국회에서는 46명(15.3%)이었습니다.
의회가 전체 유권자의 사회 경제적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게끔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의회에서 특정 직업 집단이 과대 대표되는 것은 이유나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취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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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42명 가운데 지역구 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의원은 40명(95.2%)입니다. 특히 수도권(14인 33.3%) 지역구와 비교해서 비수도권(26인, 61.9%) 지역구 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경우는 2명, 4.8%에 불과합니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 법조인이 뽑힌 비율이 높다는 얘기고, 법조인 출신이 정당공천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법조인 출신 의원을 선호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논문은 이에 대해, 정당과 유권자 모두 법조인 경력이 입법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앞서,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 있는 법조인들은 다른 직업군보다 정치 출마에 유리하다는 선행 연구들도 제시됐습니다. 선거에 출마했다가 언제든 다시 변호사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이 법조인들이 정치 출마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Fowler and McCkure 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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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15,444건의 의원 법안 가운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2%로 조사됐습니다. 논문에서는,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14%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조인 출신 의원이 법안 발의에 더 적극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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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은 높을까요? 전체 의원 법안의 가결률이 7.34%이고, 비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조인 출신 의원이 ‘사법시험 과목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경우에는 타 의원이 발의한 경우보다 가결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19대의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전원이 사법시험 출신으로 사법시험 준비와 연수과정을 겪으면서 관련 법률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갖게 됐고, 해당 법률 관련해서 높은 가결률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것이 국회에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과대 대표되는 명분이 되기는 어렵다고 논문은 제시합니다. 논문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 팀장은 “의약계나 노동계 등 직능대표로 국회의 진출한 의원도 관련 분야의 입법 활동에서 차별성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출신이력’보다 특정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며, 법조인이 모든 법률에서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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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의 가결여부와 발의자와의 변수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등 지방의원 출신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타 의원의 것보다 가결률이 1%p 높았습니다. 지방의원은 비록 법률이 아닌 조례를 다루지만, 지방의회 수준에서 입법에 해당되는 경험과 연륜을 쌓기 때문에 국회 입법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됐습니다.
또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 경우 가결률이 2%p 높게 나타났고, 선수가 높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 경우 가결률이 1%p 높게 나타났습니다.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다른 상임위원회 소속된 의원의 대표 발의한 법안보다는 무려 가결률이 4%p 높았습니다. 또 상임위 지도부가 발의한 법안이 일반 의원 법안에 비해 3%p 높은 가결률을 보였으며 공동발의자 수가 많아질수록 미세하게 가결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간과 관련해서는 국회 임기 초에 제안된 법안이 임기 말에 제안된 법안에 비해 가결률이 높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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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 등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소수집단의 대표성이 매우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제가 한국정치에서 특정 전문직군이 과대 대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점에서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입법을 더 잘할 것이다’라는 일반적 기대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되기 이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됩니다. 그런데 법사위 위원의 절반 이상이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라서, 법조인 집단의 이해관계와 상반된 법안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법조인의 과대대표’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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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의원들의 입법 성과를 법안 발의 또는 가결률의 통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 경우 입법의 질적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관련 법안을 생각해보면 여러 의원들이 발의를 하고, 여러 안에 대해 논의 과정을 거쳐 제3안을 마련해 법을 통과시킬 수 있어요. 그러면 애초에 발의됐던 비슷한 법안은 폐기되거든요. 이런 경우 여러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해서 국회에서 토론도 하고 숙의도 이뤄졌지만, 정량적 평가기준으로는 의원들의 성과는 없는 것이 되는 거죠.
또 다른 측면은 입법 과정에서의 법조인 출신 의원의 역할이 보다 폭넓게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상임위원회의 법률은 법사위원회의 심사(체계자구심사)를 거치면서 수정되거나 보완돼 법안이 발의됩니다. 이 과정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법률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조인이 기본법에 대한 리걸마인드(Legal mind)가 있다는 점이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IT분야의 입법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더 입법을 잘할 수 있는 거죠. 결국, 다양한 분야의 인재가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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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다른 전문 영역에 비해 과대 대표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죠. 유권자들도 법조인이 법률전문가이기 때문에 입법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인데, 그 기대 자체가 조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법조인은 사실 현행 법률을 잘 해석해서 적용하는 사람들인데 입법이라는 것은 법을 창조하는 일로 전혀 다른 일이에요. 법을 만드는 일은 어찌 보면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일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미래 예측도 잘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죠. 오히려 창의적인 예술가가 예술 분야 입법을 한다든지 과학 전문가가 과학 분야 입법을 하는 것이 더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근본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전반적으로 입법 활동에 소홀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법을 만들어 놓고 나면, 법이 충분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를 리드하기도 해야 하는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미래 예견도 못하고, 연구나 고민도 없는 졸속 입법이 너무 많습니다. 그 피해는 현재 국민뿐 아니라 그 법이 지속되는 미래 세대까지 악영향을 미칩니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뿐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이 입법을 위한 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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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법조인 출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긴 합니다. 2021년 개원한 제117대 미국연방의회의 경우 연방의원의 42.2%가 법조인 출신으로 조사됐더라고요(CRS 2021,3)
다만, 미국의 경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이력이 우리나라보다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팀장은 “미국의 경우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사, 검사, 변호사 업무를 하다 국회 진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우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과대 대표에 대한 우려는 보다 다양한 대표자로 국회가 구성됐으면 하는 바람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법조인의 경력 보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등 지방의원 경력이 입법 성공에서 더 중요한 것으로 검증된 것이 눈에 띄는데요. 지역의회에서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중앙으로 진출해 제 몫을 해내는 ‘정치적 사다리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돼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 ‘정치적 사다리구조’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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