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체의 시대'
'대인내의 시대' '초거대 위협의 시대' '영구적 위기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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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 경제를 전망하는 책과 경제 매거진에 쓰인 주요 문구들입니다. 종합적으로 요약하자면 ‘경기 침체는 올 것이고 그 회복은 더딜 것이니 잘 참아내라!’는 것으로 정리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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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제를 전망한 각종 책들 /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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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전망은 더 심각합니다. IMF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올해 1.7~1.8%대의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입니다.
이런 예측이 빗나가길 바랐지만, 최근 들리는 소식은 우울합니다. 그래도 잘 이겨낼 거라 믿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고, 2월 반도체 수출 실적도 저조하다고 합니다. 수출 대기업의 상황이 이러면 중소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더 어렵겠지요.
기업의 힘듦은 가계의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끝 모를 에너지 위기로 공공요금은 뛰고 생활 물가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합니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월급 주머니는 그대로이고, 주식, 부동산, 코인 등의 자산 가치는 추락중입니다. 취업자 수는 22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챗GPT’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등장해 연초부터 ‘앞으로 내 일자리는? 우리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하는 불안까지 던져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미증유의 경제 위기와 기술변혁이 만들어낸 복합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줄 경제 전문가를 찾다가, 최근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경제학자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습니다. 박선영 교수는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공부한 뒤 카이스트 교수와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을 지낸 경제·재무·금융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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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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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 침체가 있겠지만, 영구적이거나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처럼 굉장히 큰 충격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경제학적으로 두 가지 포인트에서 전환이 있는데, ‘저금리 시대가 끝난 게 아니냐?’가 하나, ‘세계화 시대가 끝난 게 아니냐?’ 이 두 개에 대해서 이슈가 있어요. 올해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금리 인상 때문이지만, 이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체제 변환(Regime Shift)이 이뤄지는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이죠.
잘 생각해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시작되기 전까지 세계 무역은 굉장히 잘됐어요. 중국이 공산품을 끊임없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주니까 물가 인상이 낮고 그랬는데, 그런 시대가 끝나면서 저물가의 시대도 끝난 게 아니냐는 거죠. 그리고 각 나라가 자기가 우위에 있는 것을 사용해서 국제 무역을 하면 모두의 효용이 증가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런 게 깨지고 보시면 알겠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가 심하잖아요. 이렇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면 세계화 시대를 누렸던 경제 발전의 시대가 이제 끝날 수밖에 없어요. IMF에서 이것을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라고 표현했어요. 이게 제일 큰 이슈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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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데, 말씀대로면 지금 상황에서 경제 침체의 길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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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홍콩까지 합하면 거의 25% 정도인데요, 어쩔 수 없이 중국과 분리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다른 수출 통로를 찾아야 해요. 그리고 우리는 중간재 수입 비중도 되게 높아요. 요소수 사태 기억하시죠? 중국으로부터 80~90% 이상 수입해서 생산하는 게 되게 많아요. ‘무역 다변화 노력’이 지금 이뤄지지 않으면 환경이 바뀌었을 때 되게 위험해져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고령화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수출 시장 다변화를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굉장히 큰 위기가 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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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후 위기도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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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나 투자 감소가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한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이게 우리나라한테는 조금 딜레마인데요.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보니, 탄소를 배출을 하는 기업에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유럽에서 그걸 엄격하게 제재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져요. 대신, 좋은 점은 예를 들어 전기차로 전환할 때 우리나라는 두 가지를 갖고 있잖아요. 반도체와 배터리. 그래서 이건 또 우리한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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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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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모든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데 위험 자산부터 가격이 더 떨어져요. 그러니까 가장 위험한 가상화폐가 가장 타격을 많이 받고, 그 다음에는 성장주, 기술주, 가치주 순이죠.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부동산의 경착륙을 막자는 거예요. 왜 그러냐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속도가 너무 빠르면 부동산 개발 금융에 돈을 댔던 금융 기관과 부동산 건설 업체들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돼요. 그러면 너무 혼란스럽게 되거든요.
비유를 하자면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은 병원에 환자가 한 명씩 오는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떨어지면 병원에 열 명씩 오는 거예요. 그러면 중국처럼 코로나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 더 많은 사람이 죽잖아요. 천천히 떨어지면 건설업체나 금융회사들 치료는 좀 수월해지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최대한 천천히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정책 방향은 맞는데… 워낙 금리 효과가 커서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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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을 소유한 사람과 집을 갖지 못한 사람,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 등 각자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 달라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가 힘들 것 같기는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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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게 정치권에서 이걸 악용하면 안 돼요. 특히, 야당에서 이것을 편 가르기 식으로 프레임을 짜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싸우게 되거든요. 그런 프레임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거기에는 유주택자, 무주택자 다 같이 있어요. 그러면 일단 배를 살리고 봐야 하는데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싫어하는 건 너무 문제를 작게 보는 거예요.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셔야 되는데, 야당에 게신 분들이 ‘다주택자 규제 완화’에 너무 민감하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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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치인들이 너무 지지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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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야든 초당적으로 협력을 하지 않으면 과감한 정책이 나올 수가 없어요. 여당의 법인세 이슈만 보더라도 사실 아무 효과가 없어요. 지지층을 위해서 내가 뭘 했다는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경제 정책은 시소 같아요. 지난 정부에서 약간 노동을 대우해줬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정책을 펴는 건데, 사실 이미 사회 구조가 잡혀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제가 봤을 때는 거의 다 정해져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게 생산성 향상 문제인데,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이 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하는 건데, 잘 안 되는 게, 조금 밖에 못 하니까…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양당의 그런 사회적 합의가 없어서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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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한 쪽은 ‘문재인 정부’ 탓, 이쪽은 ‘윤석열 정부’ 탓이라고 하다보니까 품격 있는 토론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정반합이 되어야 되는데요. 정반, 정반, 정반… 정권 바뀔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까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해요.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믿을 수 있는 얘기할 수 있게 논의의 수준을 좀 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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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F팀과 인터뷰 중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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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기업 부채는 파산 절차도 있고, 부채를 정리해서 탕감을 해주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손해를 보든 정리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요. 기업은 사람보다 훨씬 개수가 적잖아요. 암을 수술하듯이 하면 돼요. 그런데 가계 부채는 그냥 우리 몸이에요. 3천만 명이 대출을 받은 거죠. 그러면 그걸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그 규칙을 정하는 것부터가 어려워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년사에서 고금리로 힘들기는 하지만, 높은 가계의 부채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자고 했는데, 조금씩 빚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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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상 화폐 시장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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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가격 흐름은 정확히 미국의 성장주보다 변동성이 더 커요. 그러니까 좋은 뉴스가 나오면 먼저 많이 오르고, 나쁜 뉴스가 나오면 더 빨리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거의 70% 떨어졌어요. 지금은 고금리이기 때문에 당장 돈을 버는 기업이 중요한 거지, 나중에 버는 것은 훨씬 많이 할인이 이뤄져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멈추고 어느 정도 완화적 기조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가상 화폐 가격이 오를 리가 없죠. 게다가 올해와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가 도입이 될 거여서 과거와 같이 백배 오르는 것은 드물 것 같아요. 매력적인 투자처이기는 하지만 예전만큼 대박이 나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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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제 문제 가운데 우리나라가 급선무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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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PF)’문제예요. 건설회사와 금융사에 대한 구조 조정이 심근경색과 같은 문제이고요. 그 다음으로는 중장기적으로 ‘가계 부채’가 당뇨병과 같은 건데요. 가계부채는 부담이 되기는 하는데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가계 부채가 쌓이면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가계 부채가 늘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이 늘었다는 것도 있고 해서 여러 해석이 나오거든요.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미래에도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다변화 문제가 사실 되게 중요하고…
그래서 어떻게 보시면 되냐면, 2008년 금융 위기나 2020년 코로나 위기는 높은 파도가 그냥 이렇게 우리나라 배를 친 정도예요. 그런데 지금의 ‘지경학적 분절화’는 해류 자체가 바뀌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나라가 어느 해류를 탈 것인가, 이것은 경제학을 넘어서는 정치·외교적으로 복합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예요. 어느 해류를 탈 것인가가 생활수준을 결정하게 될 거예요. 사실 지금 단기적으로 내부적으로 부동산 구조조정을 잘 해야 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산업 구조나 글로벌 공급망을 가져갈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리더십 레벨의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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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해 ‘부동산 PF’ 위기가 있었는데요, 금리가 올랐다고 대형 건설사들이 위험에 처하는 게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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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문제’는 역사적으로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일인데요, 우리나라가 IMF 위기 이후 10년 동안 경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사업이 잘 안 될 거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 하고 돈을 빌려다가 투자하는 사이클이 매번 와요. 왜냐하면, 1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 사이클이 반복되어서 나타나는 것을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라고 해요.
부동산의 경우, ‘민스키 모멘트’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있었어요. ‘저축은행 사태’ 기억하시죠? ‘동양그룹 사태’도 계속 사업을 벌이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분양이 쌓이고 그걸 못 견뎌서 망한 것이거든요. 그러다 2013년에 또 회복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사업했더니 너무 잘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작년에 들어간 사람들이 지금 망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분들을 비판하기는 어려워요. 작년에 미국이 40년 만에 금리 인상을 할 거라고,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집을 못 사서 안달이었어요. 공모주 신청을 못 해서 안달이었고요, 지난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그런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를 들어갔던 게 좀 지금 문제가 생기는 건데, 저는 그런 것을 비판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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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산업 영역마다 ‘디지털 파괴’가 이뤄지고 외부 위기 요인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이겨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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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을 높여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교과서 같은 얘기이지만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해요. 그런데 사실 규제 개혁 위원회는 정부마다 다 있었어요. 그런데 잘 안됐죠. 경제학적으로는 정답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되는 게, 정치적 리더십이 이해관계자들 간에 사회적 타협을 이뤄내지 못해서 그래요. 그걸 지금 기대하기에는 여야가 너무 능력이 없어서… IMF 때가 유일하게 사회적 대타협이 일어났던 시기 같아요. 그때 그게 가능했던 건, 우리나라가 망할 정도의 충격이 와서 재벌들이 말을 들었잖아요. 노조도 수용하고. 나라가 망할 정도의 큰 충격이 오지 않으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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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제 위기를 얘기하다 보니 논의가 성장에만 집중되어 있는데요, 또 다른 축인 분배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그리고 불평등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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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분배를 놓고 취사선택하는 것은 예전 정치 프레임이에요. 지금은 분배가 우리 복지 제도에 들어가 있어요. 시기에 따라 어떤 게 더 강조되어 보일 뿐이지, 항상 둘 다 같이 가고 있어요. 정부마다 강조하는 게 달라서 그렇지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엄청 바뀌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국회, 기업, 언론, 노조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세팅이 되어있어서 이 구조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아요. 성장과 분배 둘 다 중요한데, 이걸 좀 파격적으로 바꾸려면 대승적인 정책이 나와야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그리고 세계화가 왜 끝났냐면 분배에 실패했기 때문이에요. 20년 동안 세계화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라갔는데, 선진국의 중하위권 소득은 거의 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나타난 거예요. 포퓰리즘이 작동한 거죠. 그러면서 나온 게 지금의 ‘세계화의 종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게 오히려 혜택이었기 때문에 아직 그런 얘기가 안 나오는데, 우리가 분배에 조금 더 실패하면 그런 얘기가 나오겠죠.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불평등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해요. 미국은 CEO가 연봉 백억, 천억씩 받아요. 우리나라는 사주 빼고 몇 십 억대를 받아요. 우리가 불평등 지수가 높은 것은 노후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커서 그래요. 얼마 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계층 간 결혼이 많은 나라라고 해요. 우리가 느끼기에는 불평등한데,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은 괜찮은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유럽과 미국은 아예 상류층과 분리돼 있어서 볼 수도 없어요. 상류층에 진입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우리나라는 모든 게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나라이다 보니, 주변에 민감하고 상향심이 조금 크고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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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 SDF 주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어떤 주제를 다루면 좋을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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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서 ‘복합위기(Poly Crisis)’와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복합 위기’라는 큰 키워드 안에서 ‘세계화의 종말’과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같은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초에 자산 가격은 다 오르고 코로나도 끝나서 경제가 잘 될 거라고 기대를 많이 했잖아요. 그러다가 하반기에 안 좋아져서 충격이 더 컸거든요. 올해는 충격이 큰 상태로 시작해서 의외로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블루 버드(Blue Bird)라고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블루버드가 블랙 스완(Black Swan)의 반대인데, 예상 외로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작년에는 부동산 정책을 일부러 세게 말했어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망하니까요. 어떤 정책이든 빨리 추진해서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지금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모든 대응을 하고 있어서 위기를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제2의 IMF 위기가 올 것 같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가 외환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정말 별로 없어요. 우리는 외화 채권국이에요. 우리가 투자한 게 더 많아요. 빌려 받은 것보다. 그 자산만 정리해도 다 갚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외환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요.
지금은 우리가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경제 위기만을 강조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더 안 하고, 위축되잖아요. 미래 대비는 하되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국민과 정부가 IMF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 위기를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했고, 그리고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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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상승 → 둔화 → 하강 → 회복’의 네 단계로 돌고 돕니다.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최근 발표한 경제 동향에선 ‘우려’를 빼고 ‘경기 둔화’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불안 요인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정부도 경기 둔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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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다가가지 않고, ‘회복의 길’로 들어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박선영 교수가 언급한대로 ‘세계화가 끝난 시대’에, ‘수출 주도의 성장이 안 먹히는 시대’에 경제 체질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경제안보를 지키면서 기술 패권을 가져오려면 어떤 전략을 마련해야 할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그 큰 틀 아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도 개선하고, 노동 분야의 개혁도 이뤄야 하고요. 분배 방식도 시대에 맞게 손봐야겠지요.
‘경기 회복 방정식’을 세우는 것과 함께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할 게, ‘인재 육성’입니다. 정치와 경제를 혁신시키고 AI와 로봇과 같은 첨단 과학 분야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건, 결국 인재이니까요. 하지만, 너도 나도 의대로만 몰려가는 요즘의 현실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네요. 한 공과대학 교수는 우리의 위기는 ‘3高(고금리·고물가·고환율)’가 아니라 ‘의대 블랙홀’일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정말 ‘다중 위기’의 시대이네요. 이 문제는 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조만간 관련 전문가를 찾아 도움말을 청해볼까 합니다. 이번 주 SDF 다이어리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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