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스타'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가짜(fake)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로 ‘핀스타그램’이라고도 부르는데요. 4~5년 전부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소셜미디어 내 비공개 가짜 계정이라고 합니다. ‘보이는’ 내가 아닌 ‘진짜’ 내 모습을 소수의 정말 친한 지인들에게만 공유하기 위해 만든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이라고 하는데요. 검색해 보면 핀스타를 위해 가짜 계정 만드는 법에 대한 문의나 설명도 꽤 찾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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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계정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소셜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언제나 소통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점점 더 다양성, 포용성이 커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보면 점점 서로 간의 소통은 줄어들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시대, 우리가 소통,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싸고 더 고민해야 하는 화두는 무엇일까요?
한국학자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커뮤니케이션 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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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국제커뮤니케이션 학회 회장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에 대해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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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국제커뮤니케이션 학회는 1950년 미국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학술단체인데요. 외국 학자들이 늘어나면서 1969년 ‘국제(인터내셔널)’가 명칭에 붙게 되었고요. 현재는 87개국 7천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커뮤니케이션학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학술 단체입니다. 2003년에 UN에서 공식적으로 NGO의 지위도 인정받았고요.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의 공식 학술지 5개 가운데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 (Journal of Communication)과 휴먼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Human Communication Research)는 전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분야 이른바 3대 학술지[1]에 포함되는 저명한 학술지이고, 연례학술대회에는 수 천명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료심사를 거쳐 엄정하게 선정된 논문을 발표합니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학술 성과를 통해 글로벌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보통 DEI(다양성 Diversity, 형평성 Equity, 포용성 Inclusion)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여기에 접근성(Access)을 추가해서 IDEA(Inclusion 포용성, Diversity 다양성, Equity 형평성, Access접근성)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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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3대 학술지는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 휴먼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리서치로 통상 여겨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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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 회장이 되시고 나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화두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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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국제커뮤니케이션 학회에서는 매년 연례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식론적, 이론적, 방법론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이다 보니 개별 분과만 33개나 되거든요. 차기 회장은 이들 연구 영역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를 발굴해서 연례 컨퍼런스의 주제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면 2020년에는 연구과정의 투명성, 데이터 및 생산된 지식의 사회적 공유를 강조하는 ‘오픈 커뮤니케이션’이 주제였고요. 2021년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돌봄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과 연결,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조망했고, 2022년에는 초연결 사회에 대한 이슈가 다뤄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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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차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연례회의 2023년 5월, 캐나다 토론토-온타리오 © 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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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례 컨퍼런스의 화두는 제가 차기 학회장으로서 정했는데,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실성(authenticity)의 회복을 제안했습니다. 허위조작 정보로 대표되는 메시지의 사실성 문제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표현되는 내 모습은 진정한 자아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 진실성을 정의하고 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하는 문화연구적인 접근, 그리고 인공지능이 소통의 다양한 맥락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에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가능한지 등 ‘진실성’의 문제를 질문으로 던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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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단어의 조회수, 검색량 등을 분석해 매년 올해의 단어를 뽑는 미국의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도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실한, 진정한, 참된, 진짜' 등의 뜻을 지닌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습니다. 이은주 교수는 어센티스티(authenticity)를 진정성으로 번역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화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광의의 개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진실성’이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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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 하고 계신 연구 중에도 ‘진실성’ 관련 연구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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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허위조작 정보’ 관련해서 저는 미디어 심리학 관점에서 사람들이 언제, 왜 허위 정보에 속아 넘어가는가 이런 부분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를 알아야 우리가 허위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허위정보로 인해 생긴 잘못된 믿음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기술이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과 그 과정,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주로 연구해 왔는데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 관련해서 박사논문을 쓰게 되면서 기술을 매개로 한, 혹은 기술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AI가 작성한 기사와 사람이 작성한 기사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평가, 반응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소셜 챗봇이 혐오 발언을 했을 때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에 책임을 돌리는지 등을 보고 있는데요, AI가 커뮤니케이션을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놓고 있는데,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 중 어떤 부분이 여전히 유효하고 어떤 것이 달라져야 하는지 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진실성의 문제와 연결해 보면 AI가 소통의 진실성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고, 동시에 해결책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할루시네이션(환각)이라고 하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거짓말의 문제, 또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 동영상의 문제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가 하면 반대로 AI를 활용해서 팩트체킹을 하고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것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기술의 사회적 수용 관점에서 사람들은 AI의 개입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응하는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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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터뷰, SBS 본사, 지난달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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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얘기를 듣다 보니 궁금해지는데요. 우리는 언제 속아 넘어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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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 처리자로서의 편향이나 한계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너무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개념이지만 ‘확증편향’이라는 것을 우리는 보통 진보, 보수의 문제로만 환원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확증편향은 정치적인 이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살아오면서 갖게 된 직?간접적인 경험, 여기에는 책에서 읽거나, 교육을 통해 배운 것, 미디어를 통해 접한 경험까지도 다 포함이 되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념이나 가치관, 의견과 맞아떨어지는 정보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친숙하니까 정보를 쉽게 처리하고 당연히 그것을 옳은 것으로 느낍니다. '어? 이 정보는 내가 생각하는 거하고 안 맞네?' 그러면 그때 비로소 정말 참인가 거짓인가 진위를 판정하려는 동기가 생긴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사회는 정보 과부하의 시대이다 보니 아주 많은 양의 정보들을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지적으로 부하가 덜 걸리는 방식으로 우리는 정보를 처리하게 되는 거죠. 내가 알고 있는 정보, 가지고 있는 신념하고 유사하면 굳이 의심할 것 없이 그냥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노력을 기울여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처리하는 건데요, 여기에 덧붙여 사람들에게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동기가 있어서, 기존의 의견이나 신념에 반하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걸 인지부조화라고 하죠, 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선택적으로 본인이 듣고 싶고 믿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거고요. 이 때문에 허위정보에 대한 취약성이 확증편향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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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옳고 그름에 상관없는 확증편향 때문에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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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 시대의 핵심은 사람들이 진위 판정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해보려는 시도를 잘 안 한다는데 있는데요. 그래서 정확성 동기를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기존 연구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넛지(nudge)를 주었을 때 사람들이 허위정보를 덜 믿게 되고, 소셜 미디어에서 허위정보를 공유하는 경향도 줄어들었다는 연구가 있고요.
앞서 언급한 AI의 역할과 관련해서 팩트체킹을 전문가들이 했을 때, 일반 대중(크라우드소싱)이 했을 때, 혹은 AI가 했을 때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는데, AI 팩트체커의 경우 확증편향이 좀 완화되는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인데요.
머신 휴리스틱, 혹은 기계 휴리스틱[2]이라고 해서, 우리가 특정 집단에 대해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처럼 기계에 대해서도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AI는 편향되어 있지 않고 사실에 기반하고 실수가 없고, 정확하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 AI가 팩트 체킹을 해서 내가 별로 믿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려주었을 때, 전문가나 다른 사람들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허위 정보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는 데도 AI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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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리스틱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 기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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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에 테일러 스위프트도 딥페이크의 피해자가 되었는데요. 이제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에 있어서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딥페이크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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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기본값[3]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대면 소통의 맥락이든 미디어를 통한 전달된 메시지이든 일단 주어진 메시지는 참으로 받아들이는 게 디폴트였거든요. 인지심리학에서도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그게 정확하다’, ‘참이다’를 전제로 해서 처리한다고 보는데, 지금처럼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 참인 정보도 믿지 않으려는 문제가 발생하고요. 특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는 참인데도 불구하고 거짓이라고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같은 기술이 문제가 되는데요,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해서 보는 게 믿는 것이었단 말이죠. “누가 그래?” 그랬을 때 “내 눈으로 봤어” 하면 그게 사실인 걸로 받아들여졌죠. 그런데 허위조작 정보가 동영상 형태로 유포되었을 때, 같은 정보가 텍스트 형태로 유포됐을 때보다 사람들이 더 잘 믿더란 말이죠. 우리 뇌가 지금까지 작동해 온 방식이 보는 것이 믿는 것이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허위조작정보가 대규모로 유통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조작, 합성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가려내는 책무를 부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AI가 만든 조작된 영상’이라고 태그를 붙였을 때 과연 사람들이 그것은 만들어진 것이니까 믿으면 안 되겠구나 그렇게 인지할지, 그러한 태그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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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실 기본값 이론이란 어떤 사람이나 상황이 기본적으로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경향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고 도우며 살아가게 진화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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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혐오도 저희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인데요. 혹시 이런 쪽 연구나 대처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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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제가 온라인 댓글을 연구하면서 주변적으로 다룬 주제인데요.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이 사람들의 현실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범죄 기사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댓글이 달렸을 때, '그 동네 사람들은 원래 다 그래'라는 식의 차별적 발언, 혐오 표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댓글 발언을 보게 되면 사람들이 다른 범죄 기사를 읽을 때도 어느 동네에서 사건이 일어났는지 더 집중하게 되더라는 것이죠. 마치 범죄하고 특정 지역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요. 그뿐 아니라 각 지역별 범죄발생순위를 추정해보라 했을 때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댓글을 보지 않은 집단에 비해 해당 지역의 범죄발생 순위를 더 높게 답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러한 댓글 뒤에 누군가가 그것을 바로잡는 '범죄가 지역 하고 무슨 상관인가, 제발 지역감정 부추기지 말아라' 같은 훈계하는 댓글을 제시하면 여전히 지역을 주목하는 경향은 있지만 해당지역과 범죄를 연결하는 경향성은 줄어들었는데요, 일종의 자정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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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과 같은 탈진실 시대, 전통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었는데요. 이은주 교수는 지금의 미디어는 커뮤니케이터인가 미디에이터(매개자)인가가 핵심인데, 기성 미디어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조직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미디어의 역할은 정보, 오락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불확실성이 높고 그 상황이 나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을 때 사람들은 정보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극대화된 것이 코로나 기간이었는데, 당시 우리 국민들이 어디서 주로 정보를 얻었는가를 살펴보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 기성 뉴스미디어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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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달라지고 소위 '커먼 그라운드' 즉 공통의 기반이 없어지는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것인데요. 또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 협력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를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전통 미디어의 역할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함으로써 최소한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비슷한 이해를 갖고 정책 방향에 대한 동의를 이뤄낼 수 있게 하는 역할, 그리고 공동체를 이루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 즉 사회적 자본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책임이 더욱 막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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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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