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화 35년, 촛불 5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조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경원 기자는 우리 시대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작금의 위기 중심에는 타자에 대한 혐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극단적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혐오가 위험한 건 단순히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나쁜 감정이라서만이 아니다. 내 권리를 성취하는 것보다 타자의 권리가 배제되는 걸 우선 삼으며, 민주주의 스스로의 지지대였던 다양성과 공론장의 가치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자가 감정을 정치 권력이나 경제 권력처럼, '감정 권력'이라고 호명하며 대등하게 상정하는 이유다. 이 기자는 감정의 문제가 우리 공동체 안에 얼마나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는지, 이론 너머 현장에서 맞닥뜨린 생생한 사례를 전달하려고 한다. 이 기자는 늘 "기자는 공동체 감정 유통에 최전선에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 시대 감정 위기는 기자의 성찰과 언론사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반성 없이는 설명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